우린 모두 잘 팔아야 합니다

in #kr7 years ago

세일즈 현장



설날, 부모님과 하이마트를 갔다. 김치냉장고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하이마트에 들어서자마자, 직원 분이 부담을 주지 않으려 조심스레 다가와 물었다.

"무엇을 찾으세요?"
"김치냉장고는 어디있나요?"

직원 분은 김치냉장고 칸으로 우릴 데려가 삼성, 딤채, LG 제품을 각각 설명해주었다. 가격대, 성능, 용량 같은 것부터 추천제품까지 직원 분은 유려한 말솜씨를 자랑했다. 부모님의 얼굴을 얼핏 봤다. 설명에 혹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저 구경을 하러 왔다는 부모님은 구매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렇게 세일즈 현장은 끝났다.


일상 속의 세일즈


옷을 사거나, 스마트폰을 사거나, 혹은 가전제품을 살 때, 모두들 세일즈를 경험한다. 직원들은 우리를 설득하고, 구매하도록 이끈다. 이에 우리는 때론 이성을 유지하려 애쓰거나, 때론 설득에 넘어가 과감하게 지르곤 한다. 그런데 세일즈는 딱 이정도이다. 세일즈를 직접 경험할 상황은 세일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상황보다 드물게 느껴진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세일즈를 직접적으로 하는 직업군을 필요없게끔 만들었다. 사람이 하던 일을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말로 세일즈가 줄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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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나 포함)이 예상하는 것과는 달리 인터넷은 세일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책 속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세일즈 업무를 하는 노동 인구는 여전히 9명 중 1명꼴로 거의 변동이 없다. 이외의 캐나다, 영국, 호주, 일본 모두 세일즈 노동인구는 여전히 많다. 그렇다. 세일즈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 통계에서도 가려진 진실이 있다. 우리는 보통 스스로를 세일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건을 파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진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천천히 하루를 돌아보자. 우린 남을 설득하고, 납득시키고,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있다. 모두 세일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비판매 세일즈라고 한다.


더 중요해진 세일즈



비판매 세일즈를 고려하면 세일즈는 줄긴 커녕 실생활에서 이전보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왜 그런걸까? 저자는 3가지를 말한다. 첫 번째, 소규모 기업의 증가. 두 번째, 유연성의 확장. 세 번째, 교육 및 의료 분야의 성장이다.


소규모 기업의 증가



소규모 기업은 인력이 부족하다. 대기업처럼 특정 부서에서 특정 일을 하는 전문화를 이룰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여러 가지 역할을 떠맡아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판매이다.

유연성의 확장



엔지니어는 더이상 만드는 것만 신경써선 안된다.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해당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이해하며, 고객을 움직여서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져야 한다.

교육 및 의료 분야의 성장



교육 및 의료 분야는 사람을 움직여야 한다.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선 설득을 잘해야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시간, 관심, 노력을 투자하도록 설득하고, 의사는 환자들의 시간, 관심, 노력을 끌어내야 한다. 이 과정이 결국 세일즈이다.


세일즈의 변화



앞서 말했듯이 인터넷은 세일즈의 규모를 바꾸진 못했다. 그러나 세일즈의 양상은 바꿨다. 과거 세일즈는 정보가 비대칭적이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물건에 대해 전문가지만 고객은 그저 그 사람의 말로만 정보를 전달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 수많은 리뷰가 있다. 더 이상 고객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판매자들은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과거와 달라졌다. 정보를 가지고 장난을 치지 않는다. 아니 칠 수 없다.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저자는 ABC를 말한다. 동조(Attunement), 회복력(Buoyancy), 명확성(Clarity)이다.


동조



동조를 잘 하기 위해서는 힘을 빼야 한다. 스스로 힘이 강하거나 정보적 우위를 가졌다고 생각하면 자기 중심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조는 공감보단 이해가 중요하다. 너무 공감을 하다간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마음이 아닌 머리로 접근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적으로 흉내내야한다. 흉내내기는 대놓고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한 전략적 모방은 사회적 유대 관계를 더 끈끈하게 하고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회복력



세일즈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3가지가 중요하다. '의문 형식으로 질문할 것', '적절한 긍정성(3:1)을 지닐 것', '긍정적 설명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다. 단순히 ' 할 수 있다'보다 '할 수 있을까'가 효과적인 이유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을 설득하기 전에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구체적인 이유 5가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긍정은 당연히 부정보다 좋다.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너무 긍정적이거나 조금 긍정적이면 효과가 크지 않다. 너무 긍정적이면 대책 없이 낙천적이기 쉽고 조금 긍정적이면 낙담에 빠져 기운을 잃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그 적정 비율이 바로 3:1이다. 마지막으로 실패에 대한 대처가 중요하다. 실패를 할 때, 개인의 탓, 영원한 실패로 설명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 긍정적으로 특별한 상황과 시기를 이유로 생각하는게 회복하는데 효과적이다.

명확성



더이상 고객들은 정보가 부족하지 않다. 문제가 무엇인지(갤럭시s9을 사고 싶은지, 일본 여행을 가고싶은지)를 정확하게 알면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남(세일즈)의 도움 없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은 문제의 해결보다는 문제의 발견에 달려있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이를 다룰 적당한 프레임을 찾아야한다. 예를 들어 대조 프레임이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따로 볼때보다 다른 것과 비교해서 볼 때 더 잘 이해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적절한 대조를 이용한다면 제안한 것의 장점을 명확히 드러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구를 알려줘야한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해야 세일즈를 할 수 있다.


우린 모두 잘 팔아야 합니다



난 세일즈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난 말을 하는 걸 좋아하고, 특정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건 특히 더 좋아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이런 성향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행동이 결국 파는 것이었다. 파는 대상이 물건이 아니라 생각일 뿐이다. 우린 살면서 수많은 설득을 한다. 설득은 혼자하지 않는다. 내 말을 들어줄 누군가와 나누게 된다. 그렇다. 당신도 세일즈를 하고 있다. 이왕이면 잘하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