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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헤르메스의 교단일기] '학종'이라는 꼬리로 '교육'의 몸통을 흔들 수 있을까?

in #kr7 years ago (edited)

저 역시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도 있듯이 좋은 취지가 좋은 결과는커녕 파국을 몰고 올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기 위함입니다. 학종의 취지는 교사가 기록한 학생의 이력을 보고 평가하겠다는 뜻인데, 이 말은 곧 학생의 미래를 교사가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재작년에 상담한 한 아이의 예를 들자면, 보수적인 교단에서 설립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이 아이는 세월호 배지를 달았다는 이유로 수학교사로부터 불행한 가정사를 들추는 등의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수학에 대한 흥미를 읽고 결국은 학교를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이 아이에겐 학교를 선택할 권리도 교사를 선택할 권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와 교사는 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할 절대적 권한을 갖습니다. 결국 이 아이는 세월호라는 비극에 공감했다는 이유로 수학적 재능을 키울 권리를 박탈당하고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 마저도 박탈 당했습니다. 좋은 취지가 이 아이에게는 저주였던 겁니다. 슬프고 화나는 일이죠. 여건상 상담 외에는 그 아이를 도울 방법이 없어 지금도 가끔 안타까운 기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ㅜ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로 좀더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