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너무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중심 주의로 다소 종교화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에 대한 단상을 간략히 적고자 한다.
사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과도하게 중앙집중화되는 특징이 있는 인터넷의 플랫폼 경제의 거버넌스 문제를 완화하고, 실질적인 가치 생산과 소비의 주체인 참여자들의 롱테일에 가치가 보다 잘 분배되기 위한 liquidation 을 위해 토큰 이코노미를 도입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런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한 federated 노드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이를 위해 꼭 블록체인(blockchain) 이라는 개념에 의지할 필요는 없다. 이는 인터넷 2.0을 설계할 때부터 rich protocol 이라는 이름으로 분산 컴퓨팅 분야에서 끊임없이 풀고자 했던 문제이다. TCP/IP를 중심으로 하는 인터넷 규약은 너무나 가벼웠고, 실 세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silo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으며, 일부 기업이 이를 위해 거대한 기능적 클라우드를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플랫폼 독점(Michel Bauwens 는 이를 Netarchical Capitalism 이라고 부른다)이 등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으니 ...
이 문제를 푸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고 여러 시도가 대부분 실패를 거듭하고 있을 때, 금융위기와 함께 홀연히 나타난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이라고 하는 일종의 분산 데이터 관리시스템과 컨센서스 알고리즘, 게임 이론을 이용한 인센티브 구조와 디지털 서명을 포함한 여러 암호화 기술 등을 접목해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선보이면서, 이것이 가능하다는 증명을 하고, 이를 비탈릭 뷰테린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도입하여 이더리움을 발표하면서 확장가능성을 추가한 것이 블록체인 열풍의 시작이었다 (이더리움 처음 발표 당시 동영상을 보면 무려 the World Computer 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어쩌면 '블록체인' 이라는 개념과 그 기술들이 너무 신격화되어 우리가 원래 풀려고 했던 문제를 푸는 것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앙집중화된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 경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rich terminal 컴퓨팅이 가능한 엣지 컴퓨팅이 활성화되고 (최근 이런 변화가 많이 눈에 띈다), 분산 데이터 관리와 관련해서도 블록체인이 아니어도 해쉬그래프나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다중 분산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인공지능 에이전트 등이 관리하게 할 수도 있고 (물론 이 경우 인공지능 에이전트간 규약을 정의해야 할 것이다), 인센티브 구조와 토큰 경제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방법은 많다. 물론 이를 위해 기존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니 이 두 가지를 추구하는 것이 그리 이율배반적인 것은 아니다. 그냥 지나치게 '블록체인'에 매몰되어서 우리가 풀려고 하는 실제 문제를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 ... 그냥 Decentralized Rich Internet Protocol 정도가 우리가 하려는 것을 포괄하는 용어가 아닐까? 블록체인은 너무 정적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사고의 폭을 제한한다는 느낌이다.
생소한 용어들이 많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알 거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쓴 글이 아니어서 죄송스럽네요.
우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잘 읽었어요. 감사해요 :)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