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9902436
산후 조리원 감염 문제가 또 터졌습니다. 이 같은 감염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산후 조리원은 점점 더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친지는 특정시간에 모니터로만 아기를 볼 수 있고 엄마, 아빠도 아기를 특정 시간에만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 산후 조리원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물론 산후에 여성이 몸조리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제 아내의 사례를 들어 산후 조리원에 대해 왜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됐는지 말씀드립니다.
출산 전에는 산후 조리원 생활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나쁘지 않은 룸 컨디션을 가진 호텔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산후 조리원에서의 생활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정말 편하게 쉬거나, 아예 쉴틈이 없거나. 정말 편하게 쉬는 경우는 수유를 포기하는 경우입니다. 쉴 만하면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옵니다. 아기가 깼으니 수유하러 오라고. 이 때 분유로 대체하면 편하게 쉴 수 있지만 매번 수유를 하러 가야한다면 쉴 틈이 없습니다.
저희는 첫 아기였습니다. 아내는 모유 수유를 하고 싶어 했고 전화가 올 때마다 신생아실로 향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아기는 무척 예민했고 수유 거부가 심했습니다. 수유 거부가 심했던 것에도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린맘 젖꼭지. 아내는 제왕절개로 출산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느낀 제왕절개의 단점은 몸 회복이 늦다, 수유를 바로 할 수 없다입니다. 사실 저희는 후자의 단점이 훨씬 컸습니다. 자연분만을 하면 바로 아기에게 젖을 물릴 수 있습니다. 아기가 처음 경험하는 수유가 엄마 젖입니다. 하지만 제왕절개를 하면 바로 수유를 하지 못합니다. 그 동안 젖병으로 젖을 먹게 되는데 이 때 대부분의 병원이 그린맘 젖병을 사용합니다.
아기의 첫 수유가 그린맘 젖꼭지. 그린맘 젖꼭지는 엄마 젖은 물론 다른 브랜드의 젖꼭지보다 구멍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야 아기가 좀 더 쉽게 젖을 빨 수 있거든요. 거기에 적응된 아기가 엄마 젖을 빨려면 훨씬 큰 힘이 들다보니 예민한 저희 아기는 모유 수유를 심하게 거부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심한 사출. 저희 아내는 젖의 양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습니다. 제왕절개 이후 첫 유축에서 초유가 200mm 가까이 나왔습니다. 사출도 강해 아기가 젖을 물고 빨면 젖이 아기의 목을 세게 때렸고 그 즉시 아기는 수유를 거부했습니다.
수유 콜은 잦은데 갈 때마다 아기는 수유 거부. 너무 많은 젖으로 인한 심한 젖몸살. 제거되지 않는 젖으로 인한 유선염 등에 대한 걱정. 저는 출근. 다른 사람 출입도 불가능하니 쉬는 시간에는 늘 혼자. 사실 아내는 유일하게 산후 조리원에서 산후 우울증을 경험했습니다. 조리원을 나온 뒤 아내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조리원에 있을 때 멍하게 있다가 전화가 오면 젖을 주러 가고 아기는 거부하고 울고. 아기는 다른 사람 손에 안겨 울음을 그치고 젖병의 젖을 먹으며 잠드는 모습을 계속 보는게 힘들었고 자신은 그냥 젖을 만드는 동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하더군요.
산후 우울증이 사라진 것은 조리원을 나와 집에서 생활하면서부터입니다. 저와 아내 모두 초짜이고 사정상 저희 집과 처가 집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아기 돌봄이를 고용했습니다. 사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상황은 더 힘들어졌죠. 아기는 매우 예민했고 수유 거부가 심했고 밤 마다 배앓이를 했습니다. 매일밤 함께 자며 돌봐줘야하고 돌봄이가 있지만 집안일도 조금은 해야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산후 우울증은 사라졌습니다. 아내는 이후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수유 때 마다 전쟁이고 하루에 똥을 10번 넘게 싸서 매번 씻겨줘야해 몸은 더 힘들지만 아기와 함께 부대끼며 지내는게 훨씬 좋았다고. 누군가와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좋다고. 계획은 없지만 둘째를 가지게 되면 조리원은 패스, 차라리 돌봄이를 쓰는 기간을 늘려 아기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더 길게 가지겠다고.
사실 이 모든 건 저희 아내 사례 하나에 불과합니다. 저희도 사실 둘째가 생기면 이번에는 조리원에서 모든 수유는 그냥 보충으로 떼우고 편하게 쉬자라고 농담도 합니다. 그런데도 주변 지인이 임신을 해 산후 조리원에 대해 물어오면 저희는 회의적 의견을 보냅니다. 반대를 하진 않습니다. 저희가 경험한 것은 저희의 사례일 뿐 다른 사람은 조리원 생활이 행복한 경험이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조리원 생활이 무척 좋을 수도 있지만 이런 케이스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정도로 알려 줍니다.
이렇게까지 떠들고 보니 다른 분들의 산후 조리원 경험이 무척 궁금해지네요. 모두들 산후 조리원에서 행복하셨나요?
좋은글입니다.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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