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형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화폐라 할 수 있어? 국가가 화폐 통제권을 잃어버리게 놓아두겠어?
안녕하세요, @homoeconomicus입니다. 스티미언 여러분도 이런 말, 많이 들으셨죠?
저는 가상화폐 비관론자들을 생기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가상화폐’라는 이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상화폐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아 깊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이 이름 때문에 비관론자로 돌아서고요.
그래서 오늘은 가상화폐라는 이름이 주는 혼돈과 이를 어떻게 부르는 게 맞을지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내려 합니다.
최근 제가 쓴 기사에 어이없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ㅍㅍㅅㅅ>라는 매체에서 나온 기사인데 저의 ‘가상화폐 양성화’라는 문구를 ‘마치 화폐처럼 가상화폐가 쓰인다’라는 뜻으로 오독해 비논리적인 기사를 작성했지요.
(해당 비판에 대한 저의 입장은 https://steemit.com/kr/@homoeconomicus/6pfhs9 에 담겨있습니다.)
이런 혼돈은 근원적으로 ‘가상화폐’라는 명칭 때문에 일어났다고 봅니다.
※ 용어에 대한 글이니 만큼 여기서부터 저는 비트코인, 스팀 등의 코인 또는 토큰들을 ‘비트코인 류(類)’라는 말로 통칭하겠습니다.
현재 비트코인류는 가상화폐, 암호화폐, 가상통화, 가상징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왜 모든 용어가 통일되지 않고 혼용되는지에 대해 궁금하실 텐데 정리 해드리면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라고 비트코인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대신 ‘가상통화’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폐는 보다 ‘돈(money)'에 가까운 뜻을 지니고 있어 원어인 ’currency‘에 가까운 통화라는 단어를 조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법무부에서는 화폐라는 단어조차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가상징표’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돈, 통화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용어에 담아낸 것이지요.
비트코인류 거래소나 IT업계에서는 ‘암호화폐’라고 부릅니다. 영어권의 ‘cryptocurrency’를 그대로 한글화한 용어이기도 하고 ‘암호화’라는 기술적인 특징을 부각해 비트코인류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덜어내려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류라는 대상을 부르는 이름에는 이렇게 세심한 가치판단과 뉘앙스가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보다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비트코인류를 굳이 ‘화폐’라고 불러야할까요? 이건 비트코인류를 바라보는 이용자들의 ‘철학’에 관한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사토시 나카모토와 초창기 비트코인 개발자들은 비트코인을 '화폐’로 만든 게 맞습니다.
이들은 무정부적인 성향이 있었고 국가, 특히 미국이 화폐를 마음대로 찍어내는 양적완화에 반발했어요. 그래서 비트코인을 엄격한 규칙에 의해 발행돼 가치가 유지되는, 그리고 암호화 기술로 보호돼 국가 없이도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화폐’로 만드는 게 목표였지요.
그런데 비트코인류의 성격은 거래소 탄생, 활성화와 함께 자산에 유사하게 바뀝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류를 ‘거래’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시지요.
사실 2010년 설립돼, 2014년 해킹으로 파산한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트곡스’도 태생이 사토시 나카모토와 초기개발자들의 뜻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을 통한 화폐식의 P2P거래를 추구하는 극초기 비트코인류 신봉자들이 중앙화된 거래소의 매매체결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처럼 비트코인 탄생 9년이 지난 뒤 비트코인류를 보유하는 목적, 거래 환경 등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현재 전개과정을 보면 비트코인류는 달러나 엔화같은 완전한 외화로 취급하는 스위스 등 극소수 국가를 제외하고는 자산 또는 상품으로 정리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참고하실만한 저의 기사를 링크합니다.
세계 각국 가상화폐 규제 천차만별 : http://www.sedaily.com/NewsView/1RUG9RJK4K
어쨌든 비트코인류는 주변 환경이 아직 ‘성숙기’에는 다다르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초기를 넘어 그 성격이 정의되고 규제가 정비되는 ‘발달기’를 맞았지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비트코인류의 가능성이 이름 탓에 과소평가 받고 있는 게 아닐까요? 유시민 작가를 비롯한 비판론자의 공격이 ‘비트코인류가 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상화폐가 달러 패권을 해치기 때문에 언젠가는 사장시킬 것이다’라는 주장은 ‘가상화폐가 화폐이다’라는 가정을 깔고 있거든요.
그런데 가상화폐류가 화폐가 아니라 주식이나 금같은 자산으로 본다면 달러 패권과 충돌할 일이 없어요. 실제 지금은 화폐가 아닌 자산적 성격이 더 커졌고요. 그렇다면 해당 질문은 의미가
없으며 논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깊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현재 쓰임새, 미래에 활용할 방향, 이용자들의 철학이 모두 녹아들어야 하지요. 그래서 저도 아직은 선뜻 떠오르는 말이 없습니다.
가상 화폐는 너무 부정적인 어감이 있고
암호 화폐는 POW 방식 화폐에만 적용되는 감이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가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럼 pos나 dpos는 엄밀한 의미의 암호화폐가 아닌가요?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비전문가라 잘 모르겠습니다...ㅠㅜ
제 생각에는 POS는 방식은 암호 화폐가 아닌 것 같아요ㅜ
POW의 경우 컴퓨터의 자원을 소모하여 무작정 해시값에 따라서 임의로 배정된 값을 찾는 건데
POS는 예치하고 적당히 블록만 처리해주면 이자를 받으니
암호 화폐는 해당 안 되는 것 같습니다.
https://steemit.com/coinkorea/@bluejaytodd/3wtgqa
여기에 "화폐"를 때자는 의견을 쓴것이 있습니다. 화폐보다 자산,주식특성이 더 큰것같습니다.
저와 의견이 같은 분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암호토큰은 기존에 코인과 구분해 쓰이는 토큰과 혼란이 없을까요? 이것만 아니면 토큰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확장성이 커 괜찮은 옵션 같습니다.
저 역시 '화폐'라는 단어가 모든걸 오해하도록 만드는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크립토커런시를 번역하는게 맞는데.. 그나마 '암호통화'라고 부르는게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제안주신 암호통화도 화폐보다는 부정적 어감이 좀 덜하네요. 조어는 참 어렵습니다^^,
'보상'을 통해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코인도 있는 반면, '화폐' 로서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험하는 코인도 있으니까 애매~ 하죠 ㅎㅎ
팔로우도 해갑니다~
모두 가상화폐라 통칭하는 게 아니라 카테로리를 세분화 할 수도 있고, 결제수단으로 쓰인다해도 (마치 상품권이나 카드처럼) 꼭 화폐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다 생각해요. 말씀하신대로 고려할게 너무 많아 애매하지요...
저도 맞팔할게요^^
네이밍은 큰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larrabees님이 "통화"라는 단어를 제안하셨는데, 화폐나 통화나 같은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하는 "머니"라는 단어도 결국 같은 의미이고. 주절주절 목적없는 댓글이 되어 버렸는데, 솔직히 더 나은 선택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ㅜ
말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저의 입장에서 보면 이름의 힘은 정말 큽니다. 예를 들어 global warming과 climate change는 사실상 같은 현상이지만 전자가 훨씬 심각한 것 같은 인상을 주지요...요즘 '화폐'라는 말이 먼저 생각이 시작하는 지점을 저만치 옮겨놓는 듯한 기분이 많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