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로서 자율주행을 공부만 할 것이 아니라, 한번 체험해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당장 자율주행 실험이 대거 이뤄지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갈 수는 없으니,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테슬라의 모델X를 시승했습니다.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된 오토파일럿 기능을 체험하기 위해서였죠. 시승은 쉬웠습니다. 두달 전에 우연히 종로타워 1층에 테슬라 모델X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구경하다가, 옆에 계신 직원분의 안내로 시승을 신청했습니다.(지금은 종로타워 전시장이 없습니다. 그냥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시승 신청을 하면 됩니다) 시승할 수 있는 장소는 강남구 청담동, 경기도 하남시더군요. 저는 집과 회사에서 가까운 청담으로 신청했습니다.
일단 체험기 공유 이전에 오토파일럿 기능에 대해 살짝 알아보겠습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능은 구글, 지엠 등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기술과는 결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라이더'(Lidar) 센서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라이더가 얼마나 핵심 부품이냐면요. 자율주행차의 대중화가 대량생산된 라이더의 가격 하락에서 비롯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기 때문입니다. 구글 웨이모는 벨로다인사의 라이더를 사용 중이고, GM은 라이더 업체인 스트로브를 아예 인수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결국 센서 성능이 핵심입니다. 차가 주변을 잘 인식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해야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죠. 그래서 쓰이는 센서가 라이더, 초음파센서, 카메라, 레이더 등인데요. 그 중에서도 매 초당 수백만개의 레이저빔을 쏜 뒤에 돌아오는 빛을 인식해 주변의 지형지물을 파악하는 라이더가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합니다. 가장 성능이 좋은 센서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테슬라는 라이더 대신에 카메라로 충분히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편입니다. 사실 라이더를 쓰지 못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겠죠.
테슬라의 홈페이지를 보면 8개의 서라운드 카메라, 12개의 초음파 센서로 오토파일럿 기능을 구현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출처 : 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 5단계 분류법으로 보면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있는 듯 합니다. 단계 분류를 설명한 참고자료는 많은데요. 요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온더로드-레벨 0부터 5까지. 자율주행차에 매겨진 등급의 비밀!
0단계 : 자율주행의 개입이 없는 운전자의 주행
1단계 : 차선이탈경보, 충돌제어장치 등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가 이 단계에 해다됨
2단계 : 자동차 스스로 운전대(steering wheel)을 돌리고 가감속을 하는 단계
3단계 : 스스로 장애물 감지해 피하는 단계
4단계 : 다양한 도로상황에 대비하며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
5단계 : 인간의 개입이 전혀 요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의 단계
2단계는 이미 많은 고급차들이 구비한 기능이고,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그 이상입니다. 하지만 3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엔 이릅니다. 아직까지 장애물을 감지하지 못한 여러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죠.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낳은 가장 유명한 사고는 2016년에 발생한 조슈아 브라운의 사망입니다. 조슈아 브라운은 오토파일럿 기능을 유튜브에 자주 올리는 테슬라의 팬이었죠.
지난해에도 모델X가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를 들어받고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죠. 작년엔 우버의 자율주행차도 보행자를 사망시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자율주행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기술이다보니, 여러 안전사고가 발생한 해였죠.
자율주행차는 기술적인 성숙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 외에 법률과 윤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습니다. 사고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가 난제이고, 또한 사고가 불가피할 경우 자율주행차가 운전자나 보행자, 다른 운전자 등 누구를 죽일지 선택해야 하는 '트롤리의 딜레마'라는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자율주행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이었구요. 이제 청담동 테슬라코리아 건물 앞에서 모델X를 만났습니다.
제가 탄 차는 가운데에 있는 검은색입니다. 일단 차를 타기 전에 확인해야 할 포인트가 '사고시 책임소재'입니다. 이 얘기부터는 다음 글에서 쓰겠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사고시 책임소재.. 명불허전 한국 규제가 오토 파일럿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지 몹시 궁금해 집니다.
규제미비 상황이고, 현규제로는 허가받지 않은 자율주행이 어려운데요. 오토파일럿은 타사의 자율주행과는 다르니 좀 애매합니다. 여튼 규제가 있어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고, 책임소재는 시승시엔 운전자에게 맡기더군요. 테슬라쪽에선 합리적인 선택이라 보여지긴 하지만요. 시승자로선 리스크가 있습니다.
트롤리의 딜레마를 듣는 순간, 어떻게 해도 논란에서 벗어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사람이 운전한 것 보다 사고율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기술과 사람에 의해 제정된 우선순위로 사고가 발생하는 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 같아요.
네 아주 풀기 어려운 딜레마이고, 어쩌면 기술발전과는 다른 경로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입니다. 아직 기술적인 문제를 풀기 전이라 이 논의가 덜 발전됐지만, 본격적으로 기술이 성숙 단계에 진입되면 이 논의가 본격화되리라 봅니다. 아! 팔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