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스팀잇에 논쟁적인 글을 쓴 적이 없지만, 이 글 만큼은 좀 쓰고 싶습니다. 저도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는 생각에 100% 동의 동감합니다. 거기에 이념을 덮어 씌우는 것과 과도한 감상을 부여하는 것도 반대입니다. 그럼에도 이 건국절 논란을 좌파와 우파의 대립이라고 보는 @chipochipo님의 시각에 동의하기가 힘듭니다
편견이나 선입관 없이 무엇이 '건국'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서 고민해본다면, 1919년 임시정부 수립, 1945년 광복, 1948년 헌법제정 및 정부수립 중에서 하나를 '건국'으로 개념화할 수도 있습니다. 이 상황에선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좌파와 우파가 이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겠죠.
하지만 이 논란이 어떻게 시작됐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건국절 논란은 2006년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을 써서 시작됩니다. 칼럼에선 1945년 광복과 1948년 제헌을 비교해 후자가 중요하니 '건국절'로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논란은 1919년 임시정부와 1948년 남한 정부 수립을 비교하는 쪽으로 발전합니다. 왜냐면 헌법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표현이 있고, 이영훈 교수가 중요시 한 '제헌헌법'에도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 건립'하고 '이제(1948년) 민주독립국가 재건'이란 표현이 나오기 때문이죠.
사실 제헌헌법에서도 '건립'이란 표현을 썼을 뿐, '건국'이란 표현은 한국의 근현대사에 있어선 2006년 이전엔 거의 등장하지 않던 단어입니다. 새로운 개념인만큼 이영훈 교수가 주장한대로 인정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임시정부 수립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고, 친일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고,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고,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에서 공권력은 정당하게 집행됐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 조건입니다.
일제의 전쟁범죄, 독재를 유지하려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며 각종 인권유린을 했던 범죄, 또한 광주민주화운동과 제주4.3사건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권력의 학살 행위들을 정당화하지 않겠다는 전제 조건. 그건 좌파와 우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윤리 다시 말해 인륜과 휴머니티의 문제입니다
2006년부터 제기된 '건국절'은 이런 인륜에 반하는 역사관을 가진 뉴라이트(신우파)의 주장이었습니다. 뉴라이트가 이 주장만 기존의 역사관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거나, 아니면 뉴라이트가 아닌 사람들이 주장한다면, 건국절이 있는 그대로 생산적으로 논의가 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뉴라이트가 주장해 신뢰를 얻을 수 없었고, 그들은 반대하는 자들을 좌파로 매도했죠. 한국에선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자고만 말해도 '좌파'가 됩니다. 그래서 '건국절 논란'이 좌파와 우파가 서로 견제하고 공격하는 수단으로만 쓰이고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