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을 씻어 흉터를 찾다와 흉터치료
장사꾼은 몰매를 맞아서 사흘 동안이나 끙끙 앓아야 했다. 그 생각을 하자 이형익은 자꾸 웃음이 나왔다.
“헌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형익이 억지로 웃음을 깨물면서 물었다.
“학질이 창궐했으니 대비를 해야 하지 않소? 의원이니 예방책이 있겠지.”
이장길은 여전히 약재를 살피고 있었다.
“대감께서 대비하시게요?”
“내가 무어 대비를 하겠소? 나야 살 만치 산 늙은이라오.”
이장길이 공허하게 웃는 체했다. 마흔아홉 살에 살 만치 살았다고? 구렁이 같은 놈이다. 하기야 조선의 사대부는 사십대가 되면 이미 손자를 얻어서 스스로 늙은이라고 자처한다.
“허면 부인께서?”
“허허. 그것도 자식이라고 망종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니요? 눈치가 있으면 쉬이 알아듣지.”
이장길이 답답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따님 때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그 녀석이 집에는 붙어 있지 않고 나돌아 다니기만 하니 학질이 옮기가 쉬울 것이오. 무슨 처방이 없겠소?”
“없습니다. 그저 손발 꽁꽁 묶어서 가두어 두는 것이 상책이지요.”
이형익은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의원도 별수 없구만. 학질 하나 다스리지 못하니… 버드나무 껍질이나 삶아서 대비해야겠네.”
이장길이 몸을 돌려 휘적휘적 걸어 동궁전을 나가기 시작했다. 벌써 초여름 햇살이 시들하여 날이 저물고 있었다. 환경당 옆의 수정전 전각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형익은 이장길이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이장길이 딸의 학질을 예방하러 왔다고? 이장길은 소현세자에게 독을 쓰는지 살피러 온 것이다. 보나마나 세자빈 강씨의 청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장길이 독약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이장길은 글이나 읽는 선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버드나무 껍질을 삶아서 대비한다는 것은 이형익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소현세자가 학질을 앓고 있으니 열을 내리는 성분이 있는 버드나무 껍질을 삶은 물을 복용하게 하여 열을 내리게 하라는 것이다. 학질은 사흘걸이라고도 부르는데 오한과 발열이 번갈아 일어난다. 그때 또다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형익은 환경당 밖에서 들리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누가 임금을 섬기지 않겠는가?
임금을 잘 섬기기가 어려울 뿐
옳고 그름과 증오와 사랑을 서로 다투니
티끌을 씻어 환부를 도려내고 싶네.
人誰不欲事君 인수불욕사군
事君良獨難 사군량독난
是非憎愛互奪 시비증애호탈
洗垢更索瘢 세구경색반
누가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 처음에는 『시경』을 읊고 이번에는 <한요가(漢謠歌)>를 부르고 있다. <한요가>는 중국 한나라의 노래로 전쟁 때 군인들이 말을 타고 징을 치면서 행군을 할 때 부르는 노래다. 낭랑한 목소리로 미루어 보면 여자가 읊는 것이다.
이형익은 등을 돌렸다. 노랫소리와 함께 첩지머리가 먼저 환경당의 정문인 환경문의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화려하게 성장을 한 세자빈 강씨가 남장 소녀와 나란히 올라오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을 본 이형익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장길의 딸 이진이다. 세자빈 강씨와 그녀가 환경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강 씨가 이진의 이모이기 때문이다.
어린 복숭아꽃 요염한 오얏꽃이 경쟁적으로 아첨을 하니
소나무와 잣나무가 무안하여 괴로워하네.
북풍에 차가운 눈보라 몰아치니
무엇을 붙잡고 하늘에 오를 것인가.
桃夭李艶競媚 도요이령경미
松柏苦無顔 송백고무안
北風其涼雨雪 북풍기량우설
天路何可攀 천로하가반
이형익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복숭아꽃과 오얏꽃은 후궁을 빚대는 것이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세자빈 강씨를 말하는 것이다. 후궁은 인조가 총애하는 조소용을 비유한 것이 틀림없다. 조소용과 강씨는 대궐에서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이형익은 이장길의 딸 이진을 어물전 앞에서 만났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대궐에 들어와 있는가. 이형익이 아침에 미복을 입고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어물전에서 복어를 사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조선 여검객 이진의 숨막히는 진실게임, 소현세자 독살사건, 이수광, 산호와 진주, 페이지 15-19
위에 나오는 시는 당사군행(當事君行)이라는 시이다.
정민의 세설신어에는 세구삭반 (洗垢索瘢)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박세채(朴世采)가 조카 박태초(朴泰初)에게 보낸 글의 일부다. "예로부터 자기는 바르고 남은 그르다고 여기면서 만세의 공론을 이룬 적이 어찌 있었던가? 대개 저마다 자기와 같게 하려 하여 상대방은 잘못이라 하고 저만 옳다고 하니, 이 때문에 양측의 성냄과 비방이 산과 같다. 계교하기를 반드시 때를 벗겨 내서라도 흉터를 찾으려고 하여, 함께 벌거벗고 목욕하는 지경에 이르니, 이 일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自古安有自以爲正而指人爲邪, 因成萬世公論者耶? 蓋欲各使同已, 指彼爲邪, 措己爲正, 以故兩邊怒謗如山. 計必洗垢索瘢, 以至同浴裸裎之域, 未知此事稅駕於何地也.)"
글 속의 세구삭반(洗垢索瘢)은 때를 벗겨 내서라도 잘 보이지 않는 남의 흠결을 찾아내 시비한다는 의미다. 위징(魏徵)이 당태종에게 올린 글에 나온다. 그 말은 이렇다. "오늘날 형벌과 상을 내림이 다 바르지 못하다. 혹 호오(好惡)에 따라 펴거나 굽히고, 희로(喜怒)에 말미암아 경중(輕重)을 가른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면 법에 걸려 형벌을 받아도 불쌍하다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상관도 없는 일에서 죄를 찾는다. 좋아하는 사람은 가죽을 뚫어 터럭을 꺼내 보이고, 미워하는 사람은 때를 씻어서라도 그 흠집을 찾아내려 든다.(今之刑賞, 未必盡然. 或申屈在乎好惡, 輕重由乎喜怒. 遇喜則矜其刑于法中, 逢怒則求其罪于事外. 所好則鑽皮出其毛羽, 所惡則洗垢求其瘢痕.)"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은 당시 사림의 분파주의와 상호 비방을 근심해 올린 차자(箚子)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은 오히려 치우친 분파만 고집해서 도리로 구하지 않고 그저 이기려고만 든다. 장차 선배를 다 끌어와 때를 씻어내서라도 흠결을 찾아, 아주 작아 보이지 않는 것까지 들춰내서 서로 다투어 공격한다.(今乃猶執偏係, 不求諸道, 一向求勝. 盡將前輩, 洗垢索瘢, 抉摘微隱, 爭相攻發.)" 오도일(吳道一)도 형조참의를 사직하며 올린 상소에서, "터럭을 불어 흠집을 찾고, 때를 씻어 흉터를 구해, 술자리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까지 주워 모아 덧대어 붙여서, 한 사람이 떠들면 열 사람이 화답한다.(吹毛覓疵, 洗垢索瘢, 雖酒場微細之事, 捃摭增衍, 一唱十和.)"고 적었다.
세구색반 [洗垢索瘢] 이란 한자성어는 때를 씻고 묻혀 있는 흉터를 찾는다. 남의 허물을 들추어냄을 이르는 말. 출전 唐書
씻을 세, 때 구, 착을 색, 흉터 瘢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때가 있으면 흉터가 안보이니 흉터는 남의 흉을 보다와 마찬가지로 남의 결점을 의미한다.
사람이 흉터가 있으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기 쉽다. 예를 들어 얼굴에 유리에 베이거나 칼자국 모양 흉터가 있다면 깡패나 조폭, 싸우다가 생긴 흉터로 보고 타인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미적 뿐만 아니라 관상학적으로도 흉터는 매우 안 좋다.
www.imagediet.co.kr 자향미한의원에서는 이런 흉터를 흉터침, 침, 한약 재생약침등으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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