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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에 조환익 사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회사 모습은 어떠했을까. 신의 직장이라는 거대조직 철밥통에 안주해 있는 사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고, 불신과 무력감에 젖어 침체일로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조환익 사장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통상산업부와 산업자원부를 거쳐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등으로 40여 년간 무역통상과 금융 등에 풍부한 실무경험과 국제 감각을 겸비한 그는 어느 자리에서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준비된 실력자이지만, 한전의 CEO 만큼 적당한 자리는 없는 것 같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전도 예외 없이 만성 적자로 누적부채 15조원이 넘는 위기의 파고를 겪고 있었다. 결국은 2011년 가을에는 순환정전으로 온 국민이 절전운동에 참여했음에도 공장가동이 멈추고 건물의 승강기가 정지하는 등 비상사태까지 발생하고 말았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조환익 시장은 2012년 겨울 패전처리 투수로 등판한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한전사랑을 외쳤으며 ‘Again KEPCO'의 영광을 위해 무신불립(無信不立)으로 직원과의 화합을 다져나갔다. 또한 SOS경영(S0ft, Open, Speedy)방침을 도입하여 유연하고 개방적이면서 신속한 조직으로 회사의 체질을 개선했다.
예비전력이 부족해서 늘 위태롭기만 하던 우리나라 전력사정을 감안해 2012년에는 전력대책반장을 자임하며 현장에서 대국민 절전운동을 펼쳐 전력보릿고개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2013년 밀양의 송전선로 갈등 해소와 대구 세계에너지총회(WEC)의 성공적 개최로 우리나라를 확고한 에너지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2014년 12월 1일 한전이 나주로 이전하면서 한전은 다시 ‘새로운 100년을 이끌어 갈 스마트에너지 창조자’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리고 제6의 물결을 향해 힘찬 도약을 시작했다. 제1의 물결은 수력과 방적기의 산업혁명기이며, 제2의 물결은 증기기관과 철도로 대표되는 교통혁명, 제3의 물결은 전기, 철강, 중공업의 대량생산 체계, 제4의 물결은 석유와 자동차의 상용화다. 제5의 물결이 정보통신의 혁명이었다면, 제6의 물결은 에너지 신산업 분야 및 에너지와 ICT의 융합이다.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며 대표적인 게 풍력과 태양광이다. 선진국 뿐 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은 2014년 7%에서 2029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이러한 시대조류에 발맞춰 전력과 ICT, 가전, 운송을 연결하는 플랫폼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를 확대하여 나주에 ‘2030 에너토피아’를 건설한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에너지 혁명 2030〉의 저자 토니 세바는 ‘석기시대는 돌을 다 썼기 때문이 아니라 더 좋은 기술(청동)이 나왔기 때문에 막을 내렸다‘며 새로운 기술, 비즈니스 모델이 석유시대의 종말을 앞당긴다.’고 말하고 있다.
자원이 부족하여 경제의 70%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서 최근 철강, 조선업의 침체는 경기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신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우리나라 최대 공기업 한전이 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가 덜 되어 불모지와도 같은 나주에 둥지를 튼 한전은 나주혁신도시에 에너지벨리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 벌써 100여개의 에너지 관련 기업이 나주로 이전했다. 에너지 신산업 10조원의 신시장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 에너지벨리를 통해 우리나라가 향후 100년을 먹고 살 산업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조환익 사장은 패전처리 투수가 아닌 확실한 구원투수로 등판하여 승리를 거머쥐었으며 다시 선발로 등판했다. 그가 초임 3년 동안 일궈낸 업적도 대단하지만, 재임기간 동안 새로운 에너지 실크로드를 개척해 나갈 발걸음이 기대된다. 애플에 스티브 잡스가 있고 구글에 래리 페이지가 있다면 우리나라 한전에 조환익이 있다. 그를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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