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자율휴가제'를 도입한지 1년이 지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년대비 휴가사용률은 평균 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평균 휴가사용률이 91%였으니 올해는 거의 100% 사용했다고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더 사용한 사람도 있고 덜 사용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 평균이긴 하지만 말이다.
작년 연말 무제한 자율휴가제를 선언하고 올해부터 시행했다. 무제한 자율휴가제란 말 그대로 연차 휴가 사용에 있어 '제한을 없앤다'는 말이다. 즉, 근로기준법에 의해 개인에게 주어진 연차부여 개수와 상관없이(그것을 초과해도) 자유롭게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도 우리는 조금씩 휴가사용에 대한 범위를 넓혀왔다. 신규입사자의 경우 연차가 부족하여 내년도 연차를 당겨써야 했고 그러면 다음 해의 연차도 줄어들기에 신규입사자가 적어도 한달에 한개의 연차를 사용할 수 있게 복지연차를 지급해왔다. 그 외에도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지 않았고 8시, 9시, 10시를 선택해 출근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제한 자율휴가제 시행여부에 대한 전사 설문을 진행했을 때 반대의 의견도 꽤 많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찬성할거라 생각했는데 조금 놀라운 결과였다. 여러분 회사에서 무제한 자율휴가제를 시행한다고 하면 여러분은 찬성할 것 같은가?
반대의 이유를 살펴보면 두 가지 경우가 있었다.
하나,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남은 연차는 자신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명분이 되어주는데 무제한 자율휴가제의 경우 명분이 흐려지기에 오히려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하기가 꺼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 다른 사람과의 비교의 문제이다.
나는 바뻐서 휴가를 많이 사용하지 못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자유롭게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 공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충분히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명분이 없어진다는 것의 속 마음을 보면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나름 자율의 문화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해 왔다고 생각해 왔음에도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기에는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부서가 그렇겠지만 팀 내에 심리전 안전감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부서가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주고 휴가 사용이 잘 안되는 부서의 경우 리더에게 그 사유에 대해 물어보고 권고를 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굳이 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나 비교의 정서가 많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문제를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 성과평가의 문제다. 나는 휴가도 잘 안가고 일하고 있는데, 옆에 사람은 휴가도 많를 많이 가고 평가는 동일하다고(또는 잘 받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있다. 이해는 가지만 일은 인풋(Input)이 아니라 성과(Output)로 평가되어야 한다. 동료들은 아웃풋이 아닌 인풋이 더 많이 관찰되기에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대해 팀 리더가 성과중심의 업무관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공감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제한 자율휴가제의 핵심은 휴가 사용개수가 아니라 '자율성'에 있다.
휴가가 몇 개 남았는지 체크하면서 필요할 때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상사 눈치가 보여 거짓으로 사유를 말하고 휴가를 가는 것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스스로의 판단 하에 필요할 때 자유롭게 휴가를 갈 수 있는 '자율성'이야말로 무제한 자율휴가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유를 풀어주는 방식의 어떤 제도도 일정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A부서에서는 팀원의 자유로운 휴가사용으로 팀장이 힘들 수도 있고, B부서에서는 상사 눈치를 보고 여전히 자유로운 휴가 사용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관리와 통제방식으로 돌아간다면 변화는 없다. 우리는 자율성을 부여 받았을 때 더욱 동기부여되고 행복감을 느끼며 일에 몰입할 수 있다.
무제한 자율휴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풋(Input)이 아니라 성과(Output)로 평가하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관계와 심리적 안전감의 조직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개개인의 성숙한 마인드도 중요하다. 목표로한 성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지는 자세,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휴가 사용에 대해 사전 공유하고 협업에 문제되지 않게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들은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는 문제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정작용이 일어나기도 한다. 1년을 돌아보면 충분히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들은 개선해 나가고 개인에게 휴가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할 때 구성원들은 행복감을 느끼고 몰입하며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https://brunch.co.kr/@@1h9o/15
공감합니다. 결국 기업에서는 아웃풋으로 평가받아야죠~
네, 맞습니다. 휴가 역시 본질은 성과의 문제인데요. 아웃풋 중심으로 평가하는 문화를 갖춰야겠죠.
경쟁심한 한국 기업문화에서는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눈치도 엄청 보이고....
네, 쉽진 않지만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리더십 / 성과평가 / 조직문화 / 일하는 방식 등을 모두 개선해 나가야하겠죠. 감사합니다.
결과로 평가받는게 맞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크고.. 참 쉽지 않은 이야기 같아요.
네. ^^ 여러가지 고려하면서 한단계씩 나가야 하죠. 국내기업도 점점 변해갈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