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15
소리 없이 채워지던 어둠이 정도에 머물고
해와 달이 맞물리는 시간
혹은
하루가 접히는 시간
잊지 않으려 하루종일 해에 걸어두었던 당신을
달에 바꿔 걸어야하는 시간
지금의 행동으로
나는 당신의 밤에 깃들겠죠
달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당신을 훑는 사이
찰나라도 당신에게 내가 깃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죽은 별이 살아나는 밤
멋쩍게도 풀벌레가 일찍 울기 시작합니다
무제16
여린 잎 같은 몸으로 태어나
삶의 불길이 만들어 내는 생채기를 이겨내며
살과 살의 사이가 서서히 패이고 멀어져 간다.
언젠가 꽃가지를 꺾어내며 떨어져버린 꽃잎에
울음을 터뜨린 적도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집에서 멀어진 적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행진가에 맞춰 걸었을 때도 누
군가의 사진 앞에서 목놓아 울고 주저앉아버린 적도
예전의 나와 닮은 누군가를 품에 안았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갖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눈으로 불투명하게 세상에 꽉 들어찬 벽들을 바라본다
나도 모르는 새에 눈을 감으면 번쩍이며 나는 질 것이다.
그렇게 나의 생애는 끝이 날 것이다
어렸을적 떨어뜨린 꽃잎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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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뜨겁습니다. 오늘은 머리를 자르고 도서관에 들러 오랜만에 책을 빌렸습니다.
뜨거운 날씨는 책 읽기에 좋은 날씨일까요. 괜한 핑계거리를 만들어서 해와 함께
뜨거워지고 싶은 날입니다. 다들 점심 식사 맛있게 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