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노래를 들어준 '청각 장애' 아빠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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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벨리에> 가족이 <코코> 가족과 다른 점

영화 <미라클 벨리에>는 지난 2014년 발표된 프랑스 영화입니다. 프랑스에서 개봉하자마자 5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관객수 745만 명을 기록,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개봉했는데 당시 1300만명 이상의 관객수를 기록한 <베테랑>과의 경쟁 상황에서 1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을 모으며 선전했습니다. (보통 국내에서 다양성 영화의 흥행 기준을 관객수 10만 명으로 잡습니다.)

영화 장르가 코미디로 되어 있는데 솔직히 웃기진 않습니다. 코미디보다는 오히려 성장 영화나 가족 영화쪽에 가깝습니다. 이야기 전개는 픽사 최근 애니메이션 <코코>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저는 <코코>를 먼저 보고 <미라클 벨리에>를 나중에 보게 되었는데요. 내용 자체는 유사하지만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완전히 달라 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코코>를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미라클 벨리에>도 꼭 한 번 비교해서 보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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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꿈을 듣지 못하는 부모

영화 <미라클 벨리에>는 꿈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던 '폴라 벨리에'라는 소녀가 우연한 계기로 노래에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의 꿈으로 키워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가족들이 '청각 장애'라는 점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남동생 모두 듣지도, 말을 하지도 못합니다.

듣지 못한다는 영화의 메타포는 비단 소리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폴라의 꿈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습니다. 꿈을 찾은 폴라는 오디션을 봐서 파리에 있는 음악학교로 진학을 하고 싶어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칩니다.

아이의 꿈과 가족의 반대. 이 레파토리는 픽사의 최근 애니메이션 <코코>와 닮았습니다. 멕시코 지방에서 태어난 '미구엘' 역시 뮤지션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대대로 구두 장사를 해온 가족들은 미구엘의 꿈을 반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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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는 다양하지만 두 영화 모두 가족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사실 한 가지입니다.

'행복한 가정이라는 그림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굉장히 편협하고 이기적인 이유입니다. 행복한 가정이라는 생각 자체가 부모만의 주관적이 판단이고 심지어 이 과정에서 아이의 행복은 전혀 고려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폴라가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거나, 음악 때문에 가족을 버리고 떠난 고조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 같은 건 핑계에 불과합니다. 폴라가 없어도 가족들은 충분히 사회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미구엘 한 명 뮤지션이 된다 해도 수대째 내려온 가업이 무너질 리 없으니까요.)

아빠는 어떻게 폴라의 꿈을 듣게 되었나

어쨌거나 폴라와 미구엘은 둘 다 자신의 꿈을 이룹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말이죠.) 그렇지만 두 영화는 굉장히 다른 메시지를 전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이해'입니다. <코코>에 등장하는 미구엘의 가족 중에는 미구엘의 노래를 들으려는 사람이 없었지만 <미라클 벨리에>의 폴라에게는 '아빠'가 있었습니다.

학예회에서 폴라가 노래를 부르던 날, 폴라의 아빠는 다른 사람들이 폴라의 노래에 감동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뒤 폴라에게 다시 한 번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죠. 귀로 들을 수 없는 아빠는 폴라의 가슴에 손을 대고 그 울림으로나마 노래를 들으려 합니다. 노래를 들은 아빠는 전심을 다해 폴라를 이해하고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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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미구엘의 가족들과, 듣지 못함에도 어떻게든 들으려 했던 폴라의 아빠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바로 '꿈의 유무'입니다.

폴라의 아빠 '로돌프 벨리에'는 농장에서 젖소를 키우고 치즈를 만들어 팝니다. 청각 장애인이자 정치는 1도 모르는 농부이지만, 기존 시장의 불합리함에 분개하고 마을 시장에 직접 출마하기로 결심합니다. 그에게 꿈이 생긴 순간 청각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의 꿈에도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죠.

꿈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꿈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ps.1
아직 영화를 못 보셨다면 마지막 파리 오디션 장면이라도 꼭 보셨으면 합니다. 오디션에서 폴라는 미셸 사르두의 곡 '비상'(Je Vole)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합니다. 귀로 들을 수 없는 가족들을 위해 수화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데요. 가사와 함께 감상하면 더 좋은 노래입니다.

비상(Je Vole)_Michel Sardou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하는 거예요

술 기운도 담배 연기도 없이
날아가요 날아올라요

어머니는 어제 근심스런 눈으로 절 바라보셨죠
이미 뭔가를 알고 계신 것처럼
하지만 전 아무 문제 없다고 안심시켜 드렸죠
어머닌 모른척 해주셨죠
아버진 어색하게 웃으셨고

돌아가지 않아요
조금씩 더 멀어질 거예요
역 하나 또 역 하나를 지나면 마침내 바다를 건너겠죠
내가 걸어오는 길에 흘린 눈물을
부모님은 아실까요

전진하고픈 나의 약속과 열망
나 자신에게 약속한 내 인생을 믿을 뿐
멀어지는 기차 안에서 왜, 어디로, 어떻게 갈 지 생각에 잠겨요

내 가슴을 억누르는 이 새장을 참을 수 없어요
숨을 쉴 수가 없죠
노래할 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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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를 너무 재미있게 봣는데, 이 영화도 기억해두었다가 봐야겠네요 :)

댓글 감사합니다 :)

어젯밤 브런치에 먼저 올린 글을 스티밋에 재작성했습니다.
https://brunch.co.kr/@riw/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