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공지능에 대해 취하고 있는 입장은, 오로지 기억memory과 참조reference만으로 지능이 구현가능하다는 것이고, 이것은 애초에 '계산computation'으로 지능을 구현하고자 하는 현재의 주류적 인공지능 이론과 차이가 있다.
메모리와 참조 능력만으로 지능을 구현하는 것을 '니마시니mnemosyne' 이론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입장에 의하면, 계산 능력은 니마시니 활용의 한 면facet이고, 그런 의미에서 연산능력은 니마시니의 고수준high-level 활용이고, 상대적으로 참조능력은 매우 저수준low-level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메모리와 참조도 이것에 비하면 매우 고수준이다: "뉴런neuron(신경세포) 그 자체". 우리는 우리가 '기억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는 뇌의 해마hippocampus가 기억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밝혀졌다(하지만 해마가 전부는 아니다. 해마가 없는 생물들도 기억은 한다. 인간의 해마는 다만 특화된 영역이다).
뉴런은 세포인데, 어떻게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신경세포를 하나씩 분리해서 관찰한다고 해도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기억 현상이란 뇌세포에 0이나 1로 된 정적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전기신호가 뇌세포를 통과하는 동적인 과정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동굴에 그림을 그리거나, 양피지나 죽간에 글씨를 새기거나, 혹은 반도체성 돌 위에 이진binary 정보를 새긴 뒤 읽어서 정보를 추출하는 우리들의 방식과 매우 달라서 아직은 당혹스럽다.
뉴런이라는 극단적인 저수준과 기억과 참조라는 고수준의 연산이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지능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윤리와 관련된 여러 문제때문에 인간의 뇌는 직접 탐구의 대상이 되는 데에 매우 제한적이므로, 우리는 지능 연구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논리적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메모리 블럭으로 자바스크립트 알고리즘을 추측하고, 자바스크립트를 쓰면서, 메모리 블럭의 양상을 추론해 보려는 노력과도 같다. 둘 사이에 직접 상관을 맺기는 어렵겠지만, 그런 노력을 통해 중간에 있을 수 있는 논리구조를 찾아내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나는 오늘, 단지 '메모리와 참조'만으로 아주 단순한 덧셈계산기를 만들어 보았다. 한자리수 덧셈만 할 수 있는 기계인데, '메모리와 참조'만으로(그러니까 산수나 수학이라는 개념을 모른채로), 계산이 가능하다고 제시한 내 책의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작업을 해 본 것이다(대강의 이론은 책에 소개되어 있다). 이 단자리수 덧셈 계산기를 확장하면, 모든 실수의 덧셈이 가능한 계산기를 금방 만들 수 있다(만드는 중이고, 그 원리는 책에 설명되어 있다).
메모리와 참조만으로 계산기를 만들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뉴런과 같은 저수준으로 어떻게 구현할지를 생각해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내가 쓴 메모리 활용 방식(즉, 해쉬hash 테이블이나 배열array같은 것들)을 뉴런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지난 번에 잠시 만들어 본 12개의 뉴런 시스템과 같은 방식의 확장 적용으로 증명하면 될 테지만, 아직은 특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진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어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다행이기도 하다. 그만큼 아직 이 분야엔 창의적으로 기여할 일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전문적인 말이라 자세하게 이해할 수 는 없지만 계산 없이도 인공지능 구현이 가능하다는 말에 관심이 가네요. 팔로우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공지능은 블록체인만큼이나 뜨거운 주제입니다. 유익한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