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avan, Django를 장고라고 읽듯 자반이라고 읽어왔는데 정작 브라질에 살다 온 이는 디자반('디'와 '드'의 중간 정도로 발음했던 것 같다)이라고 했었다. 그런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겠지만.
어디에선가 Djavan을 브라질의 국민가수라고 주워들었었다. 브라질 음악을 이해하려면 진짜 그들의 음악을 들어야지 재즈와 뒤섞인 걸 들어서는 잘 알수 없다고 했다. 나름 설득력이 있는 얘기라 강남역에 있던 타워레코드로 향했다. 역시나 90년대 중반의 얘기다.
강남대로에 거대하게 자리잡은 타워레코드는 나같은 라디오키드들의 천국이었다. 약속이 있을때는 무조건 타워레코드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는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타워레코드에 가서 하나하나 음반을 뒤적이며 친구를 기다리곤 했었다. 음악을 들어볼 수 있도록 몇 개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어서 음반 한 장을 통째로 듣고 나오기도 했다. 내 뒤의 사람은 오 분쯤 기다리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돌아가기 일쑤였다.
이 층으로 올라가야 재즈 씨디가 있었다. 일 층은 아마 팝이었을 것이다. 늘 지나쳐 올라가버렸으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 층의 한 구석에서 자반 혹은 디자반의 씨디를 만났다. 두 장의 LP가 한 장의 씨디에 수록되었다고 했다. 학생이던 나는 무얼 집어들어야 할지 몰라 그 씨디를 선택했다. 그렇게 몇 번 들어보았던 게 전부였다.
그러다 그레첸 팔라토의 음악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그레첸의 데뷔 음반을 듣다가 깜짝 놀라 찾아본 원곡은 그렇게 십여 년 전에 만났던 자반(혹은 디자반)의 곡이었다. 제목은 Flor De Lis. 영어도 아닌 포르투기스를 알아들을 리 만무했지만, 가끔씩 언어를 뛰어넘는 음악이 있는 법이다.
새벽까지 여러 버전의 Flor De Lis를 찾아들었지만, 결국은 자반의 원곡을 반복해서 듣게 되었다. 그레첸의 노래가 훨씬 더 세련되고 매끈했지만, 왠지모르게 자반의 음악이 훨씬 더 힘이 있게 느껴졌다. 그러다 위의 영상을 보며 이 노래를 떼창으로 부르는 브라질 국민이 새삼 부러웠다.
유학시절, 기타를 치던 한 녀석은 브라질 음악에 끌려 방학 중에 브라질로 여행을 다녀오고는 그랬습니다. 브라질에선 거리의 악사들도 다 이런 곡들을 연주한다고, 브라질은 유행하는 노래의 화성이 이런 정도라고 말이죠.
원곡은 제가 태어난 해에 발매되었더군요. 그러니까 아주, 아주 오래전 노래라는 말입니다.
보통 영어권에서 fleur-de-lys라고 불어 식으로 부르면서 문양으로 여기저기서 많이 쓰는 그 백합꽃이 제목이군요. 약간 더워질 때쯤부터는 이런 곡들도 많이 듣게 됩니다. ㅎㅎ
너무 좋아하는 노래라 가사도 구글번역기로 돌려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내용은 다 까먹었지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