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라디오] Guess Who I Saw Today by Nancy Wilson

in #kr7 years ago (edited)


음악을 좀 많이 좋아하는 것 뿐이었다. 피아노가 싫어 도망쳤던 일곱살 즈음에서 몇 해가 지나자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중학생이 되어 기타를 치기 시작했지만 음악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얼핏 듣기로 클래식 기타로는 음대에 진학할 수 있다고 했지만 크게 관심가지 않았다. 공부를 곧잘 했고, 그러면 그냥 그렇게 대학에 가는거였다. 그러다 결국 재즈를 만나게 되었다.

1993년의 이태원은 미군 범죄의 온상인 것처럼 알려져 있었고, 작은 건물의 3층에 자리한 올댓재즈는 아는 사람의 뒤를 따르지 않으면 도통 발을 딛기 어려웠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가다보면 2층과 3층 사이의 계단참에는 회색 공중전화가 있었다. 거기에서 한 번 더 꺾어 3층에 오르면 유리창과 유리문 덕분에 안이 훤히 보였다.

조명은 침침했고, 담배연기로 뿌얬다. 창문에는 사계절 내내 크리스마스 장식용 작은 전구가 매달려있었다. 아직 스물이 되지 않은 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삼사십대에서 육십 넘은 나이까지 뒤섞여있었다. 외국인 관객이 절반 정도였고, 미군 헌병이 매 시간 들러 사고치는 병사가 없는지 살피고 가는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힙 플레이스로 매끈하게 변신해 멋진 선남선녀들로 가득찬 지금의 올댓재즈에 적응하는데에 몇 년이 걸렸다. 연주자들끼리는 옛날 올댓재즈가 더 좋았는데, 하며 투덜대기만 했다.

그렇게 재즈가 좋아 몇 년이고 끙끙대다가 결국 음악을 하게 되었으면서도, 유독 재즈 보컬은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종종 경이롭기는 해도 감동받는 경우가 잘 없었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이다.

낸시 윌슨의 노래를 들으면 갑자기 영어실력이 확 늘은것 처럼 느껴집니다. 가사가 갑자기 막 들려오기 시작하니까요. 자신은 스캣 싱어가 아니라고, 자기는 가사를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던 게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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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documentary with music give a little more context to the artist.

Awesome clip, period.

지난번의 무디 노래가 기억이 나는군요. 낸시 윌슨이 코스비의 엄마?장모?로 출연해서...

세상에나....제이미님 댓글 받기 위해서 열심히 포스팅해야겠네요!

재즈클럽 가본 게 백만년쯤 된 것 같아요. 후아. 올댓재즈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