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라디오] What's Going On by Marvin Gaye

in #kr7 years ago (edited)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딱히 영어를 잘 할 리가 없었다. 요즘 학생은 좀 다르겠지만 그땐 다들 그랬다. 문법과 독해, 그게 전부였다. 문제를 풀고 지문을 읽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고생을 한 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과 함께 영어를 포기했다.

하루키는 '그래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라고 묘비에 적히기를 바란다고 했던가, 아무튼 내게 고등학교까지의 공부는 그런 느낌이었다. 말도 안돼는 이유로 체벌을 가하는 선생에게는 벌떡 일어나 따지고 드는 종류의 고분고분하지 않은 학생이었지만, 졸업할 때까지 공부를 놓아버리지 않았으니 돌이켜보면 모범생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What's going on? 이라는 인삿말을 처음 알게 된 게 언제였을까, 도무지 기억날 리 없는 옛날 일이지만 중학생 시절은 아니었던게 분명하다. 그때의 영어 교육은 그야말로 '하우 아 유?',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교과서에서 What's going on?이란 문장을 본 기억은 없다.

그 문장이 명확하게 머리에 새겨진 건 90년대 초반의 한 팝송에서였다. 4 Non Blonds라고, one hit wonder-한 곡 반짝 히트하고 사라진- 의 적절한 사례가 된 밴드가 있었다(뮤직 비디오를 보자니 그들의 머리색깔부터 확인해보게 된다). 당시에 제법 히트를 했던 What' Up이란 곡이 바로 그들의 곡이다. 이런저런 매력이 넘치는 음악이지만, 요즘 나왔다면 로컬 밴드 이상은 어려웠을텐데 싶은 전형적인 90년대 음악이다.

그런데 늘상 들려오는 이 곡에서는 제목인 What's Up이란 문장은 나오지 않고 코러스의 마지막 부분에 What's Going On이라고 반복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곡 제목이 What's Going On인 줄 알고 있었다. 중간쯤 내가 놓친 가사가 있겠거니 하고 유심히 들어봐도 What's Up은 없었다. 아하, 재미있는 녀석들이군.

Marvin Gaye의 곡-비슷한 제목의- 얘기를 하려고 한다.

What's Going On을 유심히 듣게 된 건 베이스를 치기 시작한 뒤였다. 비틀즈도 헨드릭스도 이미 지나간 음악이니 어느 시점에 우연한 계기로 내 삶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마이클 잭슨이야 Beat It이며 Man In The Mirror가 내 인생의 타임라인에 맞아들어가지만. 하여간, 베이스를 치다보면 결국 맞닥뜨리게 되는 이름이 있다. 제임스 제이머슨, 모타운의 베이시스트이다. 그가 녹음한 수많은 곡들 중 대표적인 곡이라고 했다. 그러면 들어봐야 하는 거였다.

도입부는 시끌시끌한 인삿말로 가득했다. 이 곡에서도 사람들은 Hey, what's up, now?하며 제목과 다른 인삿말을 던진다. 이내 드럼과 퍼커션이 산뜻한 그루브를 만들어간다.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Mother, mother하는 가사 첫 줄은 알아들을 수가 있다. 곡이 흘러가면 Brother, brother하기도 하고 Father, father한다. 뭐, 따뜻한 가족이야기겠거니 했다. 그리고 곡의 코러스부분까지 이르면 드디어 곡 제목이 나온다. Oh, What's going on, what's going on?하고. 단 한 줄이지만 영어가 명확히 들리니 뭔가 지적인 만족감이 든다. 간주는 무언가 알수없는 세계로 끌고가는 느낌이 드는 소프라노 색소폰의 연주다(4도 마이너 코드의 공이 크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 곡이 어떤 곡인지 알게 되었다. 모타운 스튜디오 뮤지션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Standing In The Shadows Of Motown를 보고 난 뒤였다. 화면에는 1960년대말과 1970년대 초를 살아가던 미국인들의 혼돈이 보여졌다. 베트남전, 그리고 반전 시위, 경찰의 폭력, 당시를 회상하는 뮤지션들. 그리고 그 뒤로 What's going on? 하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마빈 게이의 달콤하기까지 한 목소리가 흘렀다.

Mother, mother
There's too many of you crying
Brother, brother, brother
There's far too many of you dying
You know we've got to find a way
To bring some lovin' here today, yeah

Father, father
We don't need to escalate
You see, war is not the answer
For only love can conquer hate
You know we've got to find a way
To bring some lovin' here today, oh oh oh

Picket lines and picket signs
Don't punish me with brutality
Talk to me, so you can see

Oh, what's going on
What's going on
Yeah, what's going on
Ah, what's going on

Mother, mother, everybody thinks we're wrong
Oh, but who are they to judge us
Simply 'cause our hair is long
Oh, you know we've got to find a way
To bring some understanding here today

Picket lines and picket signs
Don't punish me with brutality
C'mon talk to me
So you can see

What's going on
Yeah, what's going on
Tell me what's going on
I'll tell you what's going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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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오랜만에 뵙네요!

(한게 뭐있다고) 잠시 쉬었다 돌아왔습니다!

요즘 재즈 피아니스트로는 레드 갈런드 듣는데 평소보다 너무 좋네요.

레드 갤런드 ㅎ 유독 요즘 더 좋은 이유가 뭘까요????!!!!

뭔가 여름이 지나간 것 같은 착각에 그런듯도요;;;

이렇게 숨고르고 곧 여름이 오겠죠 ㅠ

포논블론즈의 노래 저도 한때 많이 들었어요. 시원한 보컬도 좋지만 가사가 맘에 들었거든요. 근데 이 노래도 가사가 좋네요. 좋다는 맥락은 서로 다르지만..

그때는 가사 하나도 모르고 들었지만 ㅎㅎ 이제와서 읽어보니 나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