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모유 수유일 것이다. 분유보다 모유가 아이들의 건강에 좋다는 주장이 지금은 상식이지만, 분유를 먹고 포동포동해진 아이들이 우량아선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이 TV에 방영되던 1970~80년대엔 오히려 분유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량아들이 성인기에 비만, 뇌심혈관질환, 암 등의 만성질환에 더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들이 축적되면서 이제는 최소 6개월까지는 모유 이외에 어떤 음식이나 음료(물 포함)도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권고가 상식이 됐다. 그런데, 모유를 마냥 찬양하고 있기엔 모유의 오염물질 수준이 심상치 않다. 물론 필자는 이런 오염물질 때문에 모유수유를 중단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유수유는 언제나 옳다. 설사 오염물질이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 훨씬 더 큰 이득이 있다. 다만 이 모유를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수유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해 오염물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환경호르몬
전문학술 용어로 ‘내분비교란물질’이라 불리는 환경호르몬은 인체의 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를 가져 체내에 유입됐을 때 정상적인 호르몬 반응을 교란시켜 다양한 신체증상 및 질병을 유발하는 외부물질을 뜻한다. 생체 호르몬은 작용한 후 바로 분해되는데 반해, 환경호르몬은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잔류하기 때문에 극소량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환경호르몬은 농약, 다이옥신류, 플라스틱 및 생활용품의 원료 및 첨가제, 수은, 납, 카드뮴 등의 중금속 등 다양하지만, 대체로 지방에 잘 녹고, 환경이나 생체에서 분해가 되지 않아 체내에 축적된다는 특성을 공유한다. 이들 환경호르몬과 관련된 문제들로는 정자수 감소, 요도하열(남자 성기 크기 및 성기와 항문사이 거리가 감소하는 선천성이상), 생식기관련 암 증가(유방, 자궁내막, 난소, 전립선, 정소), 조기 초경 및 유방발육, 비만 및 당뇨병 등 다양하며, 이 질환들은 지난 수십 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 테프론코팅과 환경호르몬
과불화탄소(PFCs)의 일종인 PFOA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중의 하나다. 과불화탄소는 물과 기름을 스미지 못하게 튕겨내는 성질이 있어 프라이팬, 종이컵, 음식물 포장지의 코팅제, 광택제 및 섬유, 건축, 화학, 자동차, 전자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사용된다. 테프론코팅 및 음식 포장지의 코팅, 고어텍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코팅 자체엔 PFOA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나 열로 가열되는 과정에서 PFOA가 부산물로 발생한다. 이런 예는 전자레인지 팝콘이 대표적이다. 1년에 10번 전자레인지 팝콘을 먹으면, 미국인 평균 PFOA의 20% 가량을 섭취하게 된다.[1] 전자레인지 팝콘뿐만 아니라 피자, 햄버거, 치킨 같이 기름진 음식을 코팅된 포장지 째 전자레인지에 가열해서 먹으면 PFOA도 함께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 PFOA는 신장암, 정소암, 궤양성대장염, 갑상선질환, 고지혈증, 임신중독증과의 관련성이 관찰되고 있다. 또 동물실험에서 임신 중 PFOA에 노출될 경우 태어난 새끼는 심각한 비만상태가 된다.[2] 우리 아이들이 점점 뚱뚱해지는 이유가 단지 많이 먹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 PFOA에 오염된 지구
그렇다면 이런 PFOA노출을 줄이려면 프라이팬을 바꾸고, 전자레인지 팝콘만 먹지 않으면 될까? 안타깝게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4대강 강물에선 모두 PFOA가 검출되고, 섬유 및 피복, 제지, 염색, 합성수지, 화학 공업단지 인근 하천에서는 농도가 더 높았다.[3,4] 물론 그 농도가 위험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긴 반감기와 높은 생체축적률을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4대강에 사는 어류들의 혈액엔 강물의 2~3배로 PFOA가 농축된다.[5] 그리고 1998년까지 광양만에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던 어류들의 생식이상인 인터섹스(intersex; 한 개체 내에서 암컷과 수컷의 생식세포가 동시에 발생) 현상이 2008~2009년에는 25%나 관찰됐다.[6] 광양만 바닷물의 PFOA 농도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3] 이미 모든 강물과 바다는 PFOA에 오염됐고, 그곳에서 자라는 어패류들과 이들을 먹고 사는 다른 동물들엔 그 농도가 더욱 농축되고 있는 것이다.
| 모유 속 PFOA
2009~2010년 부산지역 산모들의 모유 속 PFOA 농도는 일본, 미국, 스웨덴 등 주요국보다 4배가량 높았고, 2007~2008년 청주, 구미, 서울지역 산모들보다도 3~4배가량 높았다.[7] 물론 단순비교로 단정적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부산지역의 어패류 섭취가 많고 및 PFOA 농도가 가장 높은 낙동강 물을 수돗물로 섭취한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2년여의 시간동안 우리나라의 PFOA 노출이 더 증가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실제로 한국인의 혈중 PFOA 농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궁 안에서 그리고 모유를 통해 PFOA에 노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서 임신 중 PFOA에 노출된 실험동물이 낳은 새끼들처럼, 인슐린이 상승해 더 비만해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비만과 함께 관련 질병들도 좀 더 일찍 발생하는 건 아닐까? 나의 걱정이 단지 기우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 PFOA 줄이기
PFOA를 포함한 대부분의 환경호르몬은 먹이사슬을 타고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평균 10배씩 농축된다. 때문에 우리 몸의 PFOA 수준을 낮춰 모유로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양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단을 먹이사슬의 가장 아랫단계인 식물성 식품으로만 구성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먹이사슬의 단계가 긴 어패류 섭취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현미를 통해 PFOA 배설량을 늘려야 한다. 현미의 식이섬유는 각종 발암물질과 환경호르몬을 흡착해 배설하는 능력이 다른 어떤 식이섬유보다 가장 뛰어나다. 그리고 코팅된 음식 포장지 및 테프론코팅 프라이팬과 음식이 접촉된 채로 열을 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아울러 과불화탄소가 사용된 제품들의 소비를 줄여 환경으로 배출되는 PFOA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어쩌면 이런 노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가장 크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식단을 바꾸는 것이다. 임신을 계획할 때부터 임신 및 수유 전 기간 동안 현미밥에 채소반찬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단기 처방이다.
| 환경호르몬 일반화하기
PFOA는 단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미국인들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과 PCBs를 소고기를 통해 32%, 우유를 통해 35%를 섭취하고,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계란까지 포함한 전체 동물성 식품을 통해서 98%를 섭취한다.[8] 이렇다보니 완전채식을 할 경우 다이옥신 혈액 농도가 잡식을 하는 사람들의 1/3 수준으로 낮아진다.[9] 몸에 쌓여있는 환경호르몬의 양이 줄면 자연스럽게 모유로 전달되는 환경호르몬도 감소한다. 한편 모유수유 후 이유식에 육류의 양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또 다른 환경호르몬인 DDT 농도도 증가한다.[10] 이상의 사실들을 모두 감안했을 때 우리가 다음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현미채식이다. 임신을 계획할 때부터 현미채식을 실천해 추가적인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이고, 그동안 몸 안에 쌓였던 환경호르몬을 배출해 배속의 태아가 노출될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임신 중 및 분만 후 모유수유를 지속할 때까지 만이라도 현미채식을 지속해 모유를 통해 신생아에게 전달될 환경호르몬의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엄마가 먹은 채소와 현미의 향이나 성분에 익숙해지게 된다. 그리고 채소와 해조류에 풍부한 오메가-3 성분에 의해 모유는 자연스럽게 오메가-3 모유가 된다. 때문에 현미채식은 모유를 가장 건강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이고, 자녀의 식습관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참고문헌>
[1] Renner R. It’s in the microwave popcorn, not the Teflon pan. Environ Sci Technol 2006;40(1):4.
[2] Hines EP, et al. Phenotypic dichotomy following developmental exposure to perfluorooctanoic acid (PFOA) in female CD-1 mice: Low doses induce elevated serum leptin and insulin, and overweight in mid-life. Mol Cell Endocrinol 2009;304(1-2):97–105.
[3] 신미연, 임종권, 고영림 등.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수 및 한강 내 PFOA와 PFOS의 과불화합물 모니터링 연구. 한국환경보건학회지 2009;35(4):334-42.
[4] 환경부. 과불화합물의 환경 중 배출량 추정연구(I)(2010년 12월)
[5] 국립환경과학원. 담수어류 중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축적성 연구(Ⅱ)(2014년 5월)
[6] 이정식, 김재원, 박정준 등. 한국 산업단지 인근 연안 어류의 성비와 intersexuality. 한국어병학회지 2010;23(2):211~219.
[7] 서춘희 등. 부산 지역 임산부의 모체혈, 제대혈, 모유에서 PFOA, PFOS의 농도. 한국보건학회지 2012;38(1):8-17.
[8] EPA, ESTIMATING EXPOSURE TO DIOXIN-LIKE COMPOUNDS: Volume1-Excutive Summary, 1994
[9] Schecter A, Papke O. Comparisons of blood dioxin, dibenzofuran, and coplanar PCB levels in strict vegetarians(vegans) and the general United States population. Organohalogen Compd 1998;38:179–182.
[10] Jeong Y et al., Occurrence and exposure assessment of polychlorinated biphenyls and organochlorine pesticides from homemade baby food in Korea. Sci Total Environ 2014;470–471:1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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