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쓸모가 있는가?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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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쓸모가 있는가?'
인문학을 전공하거나,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종종 듣거나 생각나는 물음입니다.
이 질문을 하면 많은 경우
인문학이 쓸모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든 설파합니다.
예를 들어 인문학을 배우면 창의적인 인재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창의성을 늘리려면 아예 창의성에 관한 훈련을 하는 것이 빠르겠죠.
그리고 굳이 인문학이 아니라 다른 학문이더라도 새로운 지식이 들어가면
기존의 지식과 결합하여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것입니다.

이렇게 인문학의 쓸모를 어떻게든 묻고 말하려는 모습은
인문학이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공대의 경우 그런 질문이 나오지 않고, 따라서 답도 할 필요가 없죠.
공대가 쓸모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니까요.

그러면 과연 인문학은 쓸모가 없을까요?
질문을 바꾸어보겠습니다.
인문학은 무쓸모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쓸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의 의도는 그게 아닐 것입니다.
정확힌 질문은 이것입니다.

'인문학은 실용적인가요?'

이에 대한 답은 'NO'입니다.
애당초 인문학을 '실용적'차원에서 보는 것이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은 실용성을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인문학은 마치 '땅'과 같습니다. 한 마디로 Basic입니다.
우리가 평상시에 길을 걸을 때, 땅의 실용성을 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나 망치의 실용성은 말합니다. 그런 '도구'들이 바로 공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든든한 토대가 있다면 도구를 보다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을 개발할 때, 인문학적 소양이 있다면
없는 사람보다 좋은 게임을 만들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면 좋다는 거지,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게임 개발을 잘하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없는 사람과
게임 개발을 못하면서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 중
기업은 어느 사람을 뽑을 까요?
당연히 전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문학은 쓸모는 있지만 실용적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과 인문학적 지식은 완전 다른 말입니다.
인문학과는 인문학적 지식은 많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학과는 역사적 지식이 있겠지만 역사의식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학과가 아니더라도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은 소양이 있는 것입니다.
철학과는 철학적 지식이 있겠지만 철학정신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철학과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존재에 관한 의문을 가지고 탐구하는 사람은
인문학적 소양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의 위기는 결국 인문학적 소양의 유무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사람들은 행동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인문학적 지식만 있는 사람은 의식도, 실용성도 없으니 위기가 온 것이고요.
결국 인문학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인문학과에서 지식을 가르치는게 아닌
인문학적 정신을 함양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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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쓸 만한 가치.
악인도 쓸 데가 있는데... 인문학에 쓸 만한 가치가 없을리가 없죠^^
당장 돈이 안된다고 하면 철학이나 예체능도 마찬가지구요.
어찌보면 모두가 가져야 할 정신적 부분이니만큼 이것만 가지고 생계의 수단으로 삼기가 쉽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