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능해《他人能解 》
'타인능해' 는 전남 구례에 있는 운조루의 쌀뒤주 마개에 새겨진 글자다.
아무나 열 수 있다는 의미로
'운조루'의 주인이 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커다란 뒤주를 사랑채 옆 부엌에 놓아두고 끼니가 없는 마을 사람들이 쌀을 가져가 굶주림을 면할 수 있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직접 쌀을
퍼줄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의
자존심을 생각해 슬그머니 퍼갈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배려는 '운조루'의 굴뚝에서도 드러난다.
부잣집에서 밥 짓는 연기를 펑펑
피우는 것이 미안해 굴뚝을 낮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뒤주는 열고 굴뚝은 낮춘 운조루는 6·25전쟁 때 빨치산의 본거지였던 지리산 자락에 있었지만 화를 당하지 않았으니
대대로 나눔을 실천했던 정신이 '운조루'를 지킨 셈이다 !
얼마전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 들어갔더니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떡부터 내왔다.
“웬 떡이냐 ?”고 물으니 딸이 취직이 되어서 기쁨을 나누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3년 전쯤에
이 식당에서 점심 값을 계산하려는데
“오늘은 무료”라며 돈을 받지 않았던 기억이 났다.
“아, 그때요 ?
어머님과 함께 이 집에서 20년 동안 개성만두집을 운영했는데 그날이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49일이 되는 날이었어요.
그래서 그날 오신 모든 손님에게
무료로 만둣국을 대접했어요.
손님들께 감사하는 마음과 어머님이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딸이
취직이 되었다면서 떡을 내 놓은 것 ,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넉넉한 인심이 떠오르면서 타인능해(他人能解)가 생각났다.
요즘은 나와 내 자식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눔보다는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기를 쓴다.
또한 내 돈 내 맘대로 펑펑 쓰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자손을
위해서라도 이웃에 덕을 베풀었다.
재산을 물려주는 것 못지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함으로써 그 덕이 자손에게 미치도록 했던 것이다.
재산은 없어질 수 있어도 사람은 남는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