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Space Odyssey)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세 작품이 롯데 시네마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샤이닝”, “시계태엽오렌지”, 그리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상당히 의미 있는 재개봉이라고 여겨진다. 대형 영화 체인에서 시네마테크나 필름아카이브에서나 할 일을 도맡아서 한 것인데,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수많은 영화감독 중에 왜 스탠리 큐브릭일까? 그의 영화가 대한민국의 거대 영화 제작, 극장 체인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극장에 다시 걸리게 된 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고, 그를 추종하는 수많은 영화인들이 있다. 그들의 연구나 심도 있는 큐브릭의 계승이 있기에 나는 이 개인적인 블로그에 큐브릭의 숨겨진 근원적인 힘이나, 그의 천재성에 대해서 논증할 생각은 없다. 2장 남짓 넘어가는 글의 양에 큐브릭의 비젼을 담아내는 것은 무리이기도 하고. 다만 내 생각에 큐브릭 영화는 기본적으로 상업영화라는 것이다. 대중과 소통을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이고,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서 자본을 벌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모든 비평가들과 영화인들을 매료시키는 영화를 만들었으니 한 편으로 그는 작가주의 영화의 거장이기도 하다. 큐브릭에 대한 동료 영화인들의 찬사는 경탄에서부터 좌절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큐브릭이 찬사와 좌절을 동시에 이끌어낸 동료 영화인들의 이름은 영화사에 반드시 언급이 되는 역사적인 이름들이다. (그 이름을 다 적을 생각은 없다.)
나는 세 편을 다 보지는 못했고, 일단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만을 확인했다. 일단 열 번 정도 본 기억이 있는 영화인데, 단 한 번만을 제외하면, 모두 파편적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극장에서 확인한 적은 없다. 따라서 이 영화를 오롯이 완전하게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의 영화를 감상하러 극장으로 찾아갔다. (무료로...통신사 VIP 특권이 있기에...) 나는 늘 이 영화를 볼 때, 딱 보는 시퀀스가 있다. 영화의 세 번째 장. 인공지능 컴퓨터 HAL 9000이 맛이 가기 전 그 완벽하게 통제되는 우주선의 바깥과 우주선 안의 정경을 말이다. 정말 아름답고 정확하고, 압도적인 장면이다. 깨끗하면서도 정확하고, 기계적이면서도 우아하다. 순간적인 소모품인 기계이지만, 그 기계는 자체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이 일용 사물과 다른 것은 자체 내 완결성을 가지고 있으며,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그런데 큐브릭의 영화는 그런 하이데거의 의견에 반하는 듯 반하지 않는다. 일단 큐브릭은 그러한 예술 사물로서의 오브제를 소모품으로 정한다. 그리고 이 소모품에 자체 완결성을 부여한다. 완벽한 화면과 숨이 멎을 듯한 카메라 워킹, 음악, 연기 안에서. 이 모든 상황은 자신의 재능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던 것 같은 큐브릭의 전지전능한 연출 안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하이데거와 닮았다는 것은 하이데거 역시 일상 세계의 사물을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형이상학적 원리에 적용시켰다는 점일 것이다.
일단 영화는 2시간 30분이 조금 넘는데, 영화는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는 유인원의 모습을 벗지 못한 인류의 모습, 두 번째는 달에 외계 생명체가 심어 놓은 것이 분명한 모노리스가 발견되어서 혹성 클로비어스로부터 파견되는 플로이드 박사의 시점에서 보여 지는 상황들. 세 번째는 목성으로 탐사를 시작하는 일련의 과학자들과 그들을 마치 자궁 속의 아이를 보살피는 듯한 모습으로 우주를 탐사해 나가는 컴퓨터 할과 관련된 에피소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과의 결전(?)을 끝내고, 스스로의 탐사를 시작해 나가는 닥터 보우만 박사의 그야말로 오디세이적인 여정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 에피소드에 모두 “모노리스”라는 하나의 직각의 얇은 두께, 그리고 긴 길이의 팔각형이 관련되어 있다. 이 모노리스는 어떤 계기에 따라서 인류를 인도한다. 각각의 네 편의 에피소드에 이 팔각 모노리스는 자신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노출시키는데, 분명한 것은 이 모노리스와 관련이 되어서 인류는 자신의 현재 모습에서 비약적인 도약을 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장면에서 유인원은 모노리스를 발견하고, 도구로서의 대상을 자각한다. 그리고 이 도구는 사냥감을 사냥함과 동시에 적을 무찌르는 무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도구는 유인원의 포효하는 모습에서 푸른 하늘로 날라 가게 되는데, 그 때 영화 역사상 가장 비약적인 점프 컷이 등장한다. 그 뼈로서의 도구는 우주의 길다 란 형태의 우주선으로 전환된다. 감독은 말하는 것이다. 도구의 발견이 곧, 인간이 인간이 되는 순간이었다고 말이다. 두 번째에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도구는 인간이 자신의 근원성에 대해서 망각하게 되는 퇴락과 타락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모노리스는 다시금 등장한다. 인간이 절대적이지 않은 유한한 존재임을 자각시키기 위해서.
세 번째에서 인간은 마치 그 자신이 모노리스와 같은 지성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자신을 위해서 봉사해 줄 “노예”를 다시금 재탄생 시킨다. 인공지능 컴퓨터 할이 그것이다. 하지만 할은 인간의 지성을 넘어섰고, 노예의 반란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우주선 내부의 반란은 닥터 보우만의 침착한 대응 덕에 진압이 된다. 그리고 닥터 보우만은 컴퓨터 할이 그 같은 반란을 계획한 이유가 목성에서 확실히 발견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증거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모노리스는 다시금 등장한다.
마지막 장에서 모노리스는 닥터 보우만을 외계의 어떤 영역으로 초대한다. 이 장면에서는 마치 저번에 올렸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인공지능으로서의 어떤 외계 생명체는 참으로 배려 넘치게도 보우만을 위해서 하나의 휴식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보우만은 그곳에서 늙은 자신을 발견하고, 그 모습에서 하나가 된다.(?) 사실 세 번째 시퀀스에서, 할의 반란이 진압되고 나서부터, 영화의 해석은 감상자의 몫이 된다.
내가 앞서서 요약 아닌 요약을 한 네 개의 장도, 보는 감상자에 따라서 완전히 상이하게 달라 질 수도 있다.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는 듯한 영화이지만 보기보다 숨 막히지는 않으며, 또한 큐브릭도 영화의 해석에 대해서는 열어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다만 큐브릭은 다음과 같은 생각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인류는 예전에는 원숭이나 유인원 수준의 짐승과도 같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그것이 진리의 빛이건 선험적 지성으로 불리 우건 간에 자신을 자각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을 발견한 인류는 비약적인 문명을 만들었고, 마침내 우주까지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혔다. 하지만 인류는 그런 자신의 힘을 망각한 듯 하다. 자신의 능동적인 힘을 다른 존재자에게 위임시킨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이 지성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때가 되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
사족 하나 더. 큐브릭은 어떤 의미에서 독일 관념론의 어떤 모모 철학자 세 명을 닮은 듯이 보이기도 한다. (피, 셸, 헤로 각각 시작하는 이름을 지니고 있는. 그 중에서 물론 그는 헤를 가장 닮은 듯이 보인다.) 모노리스는 객관적 대상으로서의 유한한 지성의 바깥에 존재하는 대상이다. 그것은 유한한 지성 앞에서는 하나의 진리적인 모습을 띤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은 우리가 하나의 진리를 이미 머금고 있다는 점을 망각한 것에서 기인한 대상일 수도 있다. 다시금 인류가 지성적 존재임을 깨닫자... 이게 큐브릭의 말인 듯하다. 참 대단한 비젼의 영화임은 분명하다. 영화의 차원을 몇 단계는 높인 수준을 넘어서, 영화가 철학이나 문학, 혹은 기타 예술의 영역을 어떤 지점에서 완벽하게 압도하고,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사족 하나 더. 이런 영화를 다시 한 번 재개봉하고, 극장에서 상영하게 해 준 롯데 시네마의 기획에 대해서 박수를 치고 싶다. 영화는 어찌 되었건 큰 스크린 위에서 상영이 되어야지만, 그 진가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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