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관하여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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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룸메이트였던 태국 친구 써니는 방에 딸린 주방에서 가끔 태국 음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첨에 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며칠 뒤에 새우를 사들고 와서 손질을 해놓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신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루는 태국의 수프 똠얌꿍과 무언가 한가지씩 더 만들어 냅니다. 이날은 태국식 코코넛 치킨 윙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써니의 똠얌꿍에 들어가는 주 재료는 표고 버섯과 새우, 칠리 페이스트와 코코넛 밀크, 여기에 향료로 카피르 이파리, 갈랑가, 레몬 글라스, 라임이 필요합니다. 듣도 보도 못한 이 동남아의 향료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줍니다. 일부 향료는 베이징에도 흔치 않아 써니가 어렵게 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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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식물 갈랑가)

향료를 넣은 물이 끓기 시작하면 페이스트와 코코넛 밀크를 넣습니다. 이후 한 번 데친 버섯과 새우를 넣고 저어주며 오래 끓여주면 완성입니다.

코코넛 치킨 윙은 피쉬소스에 재워놓은 치킨 윙을 대두유에 튀긴 후 녹인 코코넛 슈가를 끼얹어 줍니다. 이후 견과류를 뿌려주면 완성입니다.

주방에서 전열기구 쓰는게 금지되어 있어서 몇 번 셔터가 내려가는데 최상의 맛이 안날거라며 상당히 안타까워합니다. 요리를 하는 써니의 진지함이 느껴집니다.

맛은 룸메 어드벤티지 조금 더해서 먹어본 똠얌꿍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써니는 태국 문화를 전하는 국가 대표 메신저입니다. 요리를 대접받은 것은 나인데, 맛있게 먹으니 써니도 즐거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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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의 스몰 키친)

행복을 얻는 방법이 따로 있는게 아닙니다. 옆에 있는 사람과 같이 좋은 일, 재밌는 일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채굴됩니다. 심지어 이 자원은 나누어도 내 몫이 안 줄어드는 신비한 자원입니다!

써니가 요리하는 걸 옆에서 도우면서 배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써니가 나눠준 행복을 가족들,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요리를 할 줄 모릅니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살았고 대학을 다니는 내내 학교 기숙사에서 살았습니다. 하루 세 번 식당에 가면 밥이 준비되어 있어 필요성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써니는 그 필요성을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써니를 위해 한국 요리를 해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써니가 한국 음식을 할 줄 안답니다. 냉장고에서 고추장 꺼내 보여주며 어눌한 말투로 거추장~ 이러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대접할 수 있는 방법이 흔하지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어머니는 엄마 어드밴티지 조금 더해서 요리를 세상에서 가장 잘하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집에 가면 집밥은 항상 있으니까 최고의 작품을 항상 주신 어머니께 감사함을 느낀 적이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항상 설거지를 하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감사함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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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 있던 지난 2월, 이태원에서 재료들을 구해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똠얌꿍을 만들어 대접했습니다. 다들 중국가서 태국음식 배워온게 재밌답니다.
위 사진은 가장 성공적이었던 녀석입니다. 비록 써니가 해준 똠얌꿍에는 못미치는 맛이었지만.. 써니에게 사진을 보내주니 기뻐합니다. 수제자 기른 보람을 느꼈길 바랍니다.

사실 처음 몇 번의 실패로 끔찍한 맛이 나 건더기만 간신히 건져먹기도 하였습니다. 스팀잇에 글쓰기를 하면 할수록 글쓰기 근육이 붙는 것처럼 똠얌꿍도 하다보니 똠얌꿍 근육이 붙더군요. 이제는 먹어줄만한 똠얌꿍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태껏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많은 밥을 먹고 살아왔습니다. 꼭 그 밥값에 보답할 수 있도록 세상에 가치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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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꼭 맛있는밥 도전하세요^^
마음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축복합니다

  • 기적을 만드는 말 3가지-

저의 아름다운 마음
알아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집에 돌아가면
한국음식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도전기 포스팅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