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크기는 그 가치를 담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범위에서 정해지게 됩니다.
현대 사회에서 부동산은 참으로 좋은 가치의 저장 수단입니다.
우선 사람은 주거지가 있어야하니 아무튼 수요는 있고 시간이 지나도 손상되지 않으며( 건물은 몇 십년이 지나 낡게되면 리모델링을 하면 됩니다. 말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산인 不动产입니다.) 개발할 수 있는 땅의 크기는 제한적이니 공급이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몇 십년을 아끼고 벌어야 서울의 집 한채 살까말까한 지금의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부동산만큼 좋은 가치 저장 수단이 생각 외로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몇 십년 전, 부동산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써 탁월하다는 것을 간파한 사람들은 일찍이 부동산에 자금을 투자하였으며 건설 경기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정부의 이해관계와 맞물리게 되었습니다.
제조업 수출 중심 국가인 대한민국은 화폐를 마구 찍어내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야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팽창된 화폐는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상하이의 부동산 중개소입니다. 가장 오른쪽 두 주택 광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15.7 제곱미터, 즉 4.5평 남짓의 3층에 있는 방입니다. 위치는 隆昌路, 상하이 중심가에서 북쪽, 자가용으로 30분 거리인 이 주택의 가격은 142만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2억 5천만원에 달합니다. 중심가에서 꽤 떨어져 있음에도 평당 5000만원이 넘습니다.
두 번째는 7.7 제곱미터, 2평 남짓의 1층에 있는 방, 위치는 杨树铺路이며 상하이 중심가에서 북쪽으로 20분 거리인 이 주택은 무려... 180만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3억원이 넘습니다. 평당 1억 5000만원에 달합니다. 정말 강남 저리가라입니다.
게다가 상하이에서 이러한 조그만한 평수의 집들은 몇 십년 전에 건축된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일 확률이 높습니다.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이러한 주거지역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하이의 집값은 왜이렇게 비싼걸까요?
중국의 상황에 대해 설명 드리자면, 국가에서 강하게 자본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외 자본 반출이 어렵고 높은 세율로 국내에서 외제품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개혁 개방 이래로 동부 해안지역의 일부 도시들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여 소득 불평등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개방 초기 부자가 된 중국인들은 돈이 매우매우 많아도 딱히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또한 중국은 땅이 크기 때문에 각 성(省)별로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高考)를 치루는데 명문 대학들은 T.O를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즉 베이징 학생이 시골 학생보다 대학에 들어가기 쉽습니다!
(베이징 좁은 골목의 자주가던 맥주집)
베이징에서 가오카오를 치루기 위해서는 베이징 호적(户口)이 있어야합니다. 호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소유권이 있어야하고요. 그러다보니 몇 년전까지만 해도 베이징 좁은 골목길의 막다른 골목에 주소지를 부여해 거래하기도 하고 한 집을 부엌방 거실방 등으로 나누어 거래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곤 했습니다. 그래도... 자식을 위해 그렇게라도 대도시에 집을 구하고 싶은 부모님들도 있는 것입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는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아 몰려옵니다. 호적을 가지고 있는 근로자에게는 기업에서 4대 보험을 비롯한 여러 혜택을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외지인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즉 베이징, 상하이의 부동산이 서울의 부동산보다 사람들의 불편함을 더 많이 해소해 주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가치란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해소해주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라 국가가 주택의 100년 임대권을 발행을 하고 임대권을 사고 파는 방식으로 부동산 거래가 이루어집니다.(토지가 전부 국가의 소유입니다.) 주택소유권을 가지고 있다해도 사실 원칙적으로는 자신의 것이 아닌것이지요.
세계의 역사 속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온 사회 시스템 내에서만 사고할 수 있기에 지금과 같은 세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부동산이 不动이라고 믿어지지만 언제까지나 不动일까요? 세상은 변화하며 특히 최근 그 가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영원할 것이라고 믿어졌던 모든 것이 다양한 방법으로 손상될 수도 있고 몰수될 수 있으며 가치가 파괴될 수 있습니다.
과연 본질적인 가치란 존재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