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던 작년 가을, 친한 친구들 중 다수가 화교였습니다.
화교들의 국적은 다양합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의 각종 국가에서부터 남미, 동남아, 남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중국인들은 전세계 어디에나 널리 퍼져있습니다.
독일인 화교 친구 마이크가 성묘하러가는 명절인 청명절(清明节)을 맞이해 조부모님이 계신 원저우(温州)로 초대해 주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특히 유럽의 화교 중 주류는 중국의 수많은 도시 중 하나에 불과한 원저우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마이크 외에도 몇 유럽 국적 화교 친구가 원저우 출신이었습니다.
중국 동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원저우는 인구가 900만명으로 비교적 크지만 큰 특징이나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닙니다. 마이크의 집은 원저우 외곽의 원시(温溪)라는 시골 마을에 있습니다.
언어도 표준 중국어가 아닌 원저우화(温州话)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합니다. 원저우화는 글자가 없는 말글입니다.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원저우 사람들은 중국의 메신저 서비스 Wechat(微信)을 사용할 때 전부 음성으로 보냅니다. 음성메시지를 간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된 Wechat이 널리 쓰이게 된 비결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하도 커서 거의 다른 말 수준인 방언이 지방마다 있습니다. 이쪽 지방은 더 심해서 건너건너 도시마다 특유 방언이 있습니다. 30분 차타고 가면 또 다른 언어를 쓴답니다.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합니다.
마이크의 친가에 도착하였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마이크의 어린 사촌 둘과 조부모님께서 살고 있습니다. 사촌의 부모님은 10년 전 이탈리아로 떠나 1, 2년에 한 번씩 아이들을 보러 오기에 안계십니다.
유럽으로 떠나는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힘들게 고생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조부모와 아이들만 사는 집이 흔합니다. 또한 다들 유럽으로 이민을 가 빈 집이 많습니다.
마이크의 부모님께서는 마이크를 낳기 전 독일로 이주하였고 고생고생하여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마이크는 어린 시절 베를린의 좁은 방 하나에서 온 식구가 어렵게 살았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고급 기술직 인력들이 주로 이민을 간다고 생각했는데 어려운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돈을 벌러 간다는 마인드로 유럽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고단한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원저우 사람들일까요? 마이크는 원저우 사람들은 장사 수완이 좋고 돈이 되는 것이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고 하였습니다. 주변의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으로 떠나기에 일종의 유행처럼 된 이유도 있습니다. 유럽에는 이렇게 원저우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습니다.
처음 유럽으로 온 원저우 사람들은 잡화점, 레스토랑 접시닦이, 세탁소 등으로 시작하여 규모를 키우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개 무역, 부동산 등으로 영역을 넓혀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군분투하며 원저우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상당히 큰 돈을 보내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조부모님은 밭에서 요리에 사용되는 채소를 직접 기르시고 뒷마당에서 닭을 기르십니다. 집도 4층짜리, 우리 기준으로 저택 수준입니다. 딱히 돈이 나가는 일이 많이 없고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은퇴 후 또다른 일자리를 찾아야만하는 대다수 한국 은퇴자의 삶이 아닌 이것이 보다 올바른 은퇴자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100여년 전인 15세기 초에 명나라의 환관이었던 정화(鄭和)가 대함대를 이끌고 인도와 중동을 지나 아프리카에까지 이르는 해상로를 개척하였습니다. 그러나 명나라는 정화 이후로는 외국과의 무역과 어업을 금지하는 등 폐쇄정책을 펼쳤습니다.
원저우 사람들은 이미 이때부터 동남아 등지와 활발하게 해상 무역을 했습니다. 그러나 폐쇄 정책 이후 아예 동남아로 이주해 현재의 동남아 화교의 원류가 됩니다. 룸메이트였던 태국 친구 써니는 자신의 외가가 중국계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을 남겨두고서라도 꿈을 품고 유럽으로 떠나는 원저우 사람들.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을 저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마이크에게 부모님이 함께 살지 않는 사촌동생들이 안쓰럽다고 하니 이것이 원저우 사람들의 삶이라 합니다. 그래도 사촌동생들은 구김살 없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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