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써보는 15년 후의 내 하루 일기

in #kr6 years ago (edited)

아침에 눈이 떠졌다.

포근하고 푹신한 침대의 감촉을 느끼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나의 아내가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잘 잤어요?”

아내의 물음에 나는 입꼬리를 올려 방긋 웃어준 후 시계를 바라본다.

7시 5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서 아내에게 말한다.

“좋은 아침이야. 당신을 두고서 8시까지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니 너무 가혹한 것 같아.”

나는 그렇게 아내에게 투정을 부린 후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내가 내려오자 인공지능 비서인 램이 오늘의 일정과 내 건강 상태를 체크해주기 시작했다.

“주인님 4시간 전 회장님께서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는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 사이 어느새 목욕을 마친 아내가 주방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메일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오늘 하루는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아 램. 회장님께 9시까지 출근하겠다고 말해줘”

회장님께서 오늘은 특별히 9시까지 출근하라고 무려 직접 나에게 지시한 것이다.

고지식한 회장님의 성격상 일부로 나의 출근시간을 늦춘 이유는 몇 되지 않았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오늘 하루쯤은 이 늦춰진 출근시간을 아내와 충분히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을 거다.

나는 이 사실을 아내에게 말해주었고 아내는 나에게 오늘 아침은 자신이 직접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빨리 씻고 나오겠다고 말한 후 목욕을 하고 나왔다.

그렇게 목욕을 하고 나오자마자 나는 주방에서부터 나오는 매콤 달콤한 냄새를 맡게 되었다.

나는 설마 하며 옷도 입지 않은 채 주방에 가보니 아내가 닭볶음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았고 닭볶음탕이 잘 되었는지 맛보던 아내는 그런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내가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나에게 황급히 말했다.

“지금 옷도 안입고 뭐.. 뭐 하시는 거예요! 빨리 뭐라도 입고 오세요. 어서요!”

나는 아내의 그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괜스레 흐뭇해하며 바로 간단한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이렇게 아내의 닭볶음탕을 먹게 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으로 요리를 해주는 자동식 주방이 달린 우리 집에서는 대체로 바쁜 아침을 아내가 아닌 로봇이 해준 음식으로 때웠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오랜만에 맛보게 된 닭볶음탕을 기대하며 바라보자 아내가 그 모습이 내심 마음에 들었는지 나에게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오늘은 아침뿐만 아니라 저녁도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후훗”

그 말을 들은 나는 정말이냐는 듯 아내를 쳐다보았고 아내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얼른 먹어보라며 수저를 놔주었다.

나는 닭볶음탕을 맛있게 먹고는 이내 옷을 입고 이빨을 닦고 코털이나 다른 눈에 띄는 것이 없는지 확인한 후 아내의 도움을 받아 몸을 단정히 하고는 거울을 보며 말했다.

“나는 오늘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고는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보고 한번 씩- 웃어준 후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자 아내가 와서 오늘은 늦지 말라고 말해왔다.

나는 오늘 회식이 있을 것은 분명하지만 최대한 일찍 와보겠다고 말하고는 아내에게 짧은 입맞춤을 맞춘 후차에 올라탔다.

내가 차에 올라타자 이내 ‘램’이 나에게 와서 말하였다.

“현재 시각은 8시 15분입니다. 바로 회사로 가실 겁니까?”

나는 회사로 가달라고 말했다.

“그럼 회사로 목적지를 설정합니다. 도착 예정 시각은 8시 50분입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주인님”

나는 ‘램’의 말에 너 도라고 답해주고는 이내 오늘 일정들을 물어보았고 회사에 가는 동안 그것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회사에 도착했다는 ‘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회사를 바라보았다.

회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게는 크고 웅장해 보였다.

나는 홀로 처음 입사했을 때의 나의 모습을 생각해보면서 새삼스러움을 느꼈다.
그렇게 회사에 들어가 내가 있는 맡고 있는 파트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그곳에 있던 직원들이 나를 보며 환호와 박수를 보내왔다.

폭죽까지 터트리는 바람에 완전 무슨 축제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서는 곳 바로 어지럽혀진 곳을 치우라고 했다.

그러자 직원들은 나에게 우~우~ 하고 야유를 보내더니 이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정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자 나는 짧게 오늘 있을 일의 경위와 앞으로의 비전 등을 말하고서는 내 전용 사무실로 들어와 램과 함께 일처리를 시작했다.

평소 직원들의 실수가 잦던 일들과 걱정했던 일들이 일사불란하게 처리된 것을 보고는 정말 오늘 무슨 날인가? 생각하면서 기분 좋게 일을 이어갔다.

그렇게 12시가 되고 아침에 보았던 메시지에 있었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자 직원들이 무엇인가를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서는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회의장에 들어온 나는 미리 준비된 자료들과 세팅들을 다시금 확인한 다음 이사진과 회장 및 사장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둘 들어오는 이사들과 사장들이 나를 보며 축하한다고 한마디씩 덕담을 해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회장님이 들어왔다.

나와 다른 이사진들이 일어나 회장님께 인사를 드리자 회장님은 나에게 다가와 오늘도 기대하겠다며 상석에 앉았다.

그렇게 회의장에 사람들이 다 모이자 나는 곧바로 이번에 성사되어 추진하게 될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 예정인지 그리고 그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등 구체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그렇게 발표가 끝나자 그들은 각종 질문과 걱정에 대해서 말했고 나는 그에 대해 성실이 그리고 구체적으로 답변해 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회장님 또한 그런 모습을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그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끝으로 회의가 마무리되자 그들은 나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하고서 나갔고 마지막으로 회장님께서 나에게 다가와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에 대한 영향과 그에 따른 보상에 대해 넌지시 나에게 말해주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그러자 회장님 또한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청했고 나는 그 손을 붙잡았다.

그렇게 회의의 모든 일들이 끝나자 나는 ‘램’에게 회의가 끝났다고 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직원들이 와서 회의 장소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홀가분하고 약간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사무실 안에 있는 내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사무실 문을 열었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내 전용 집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간단한 업무를 정리한 후 시계를 보았다.

1시 50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서는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집무실을 나왔다.

집무실에서 나온 나를 발견한 직원들은 아직 점심을 안 드셨을 게 분명하실 텐데 같이 점심을 드시는 게 어떠시냐고 물어왔고 나는 왜 아직도 점심을 안 먹고 있었는지 물어보는 대신 흔쾌히 카드를 꺼내며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직원들과 무난히 늦은 점심을 먹고 난 후 집무실에서 다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생각보다 늘어난 업무에 나는 집중을 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어느덧 퇴근시간인 저녁 7시가 되었다는 ‘램’의 말을 듣게 되었다.

나는 미리 점심 식사 때 말한 대로 프로젝트 성사와 앞으로의 사기 향상을 위한 회식을 참여하기 위해 직원들과 같이 퇴근을 하였고 그대로 다수결로 결정한 한우를 먹으러 걸음을 옮겼다.

한우집에서 자유롭게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만족스럽게 회식을 하고 있던 나는 ‘램’이 알려주는 시간을 듣고는 그대로 카드를 직원들에게 넘겨주고는 먼저 가보겠다고 했다.

직원들은 오늘의 주인공이 어딜 가냐며 나를 붙들려 했지만 내가 오늘 아침에 아내에게 들었던 말을 해주니 그들은 엄지를 척 올리며 나를 보내주었다.

나는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며 회사로 돌아오다 근처에 있는 꽃집을 발견하고는 하얀 백합을 사가지고 차에 올라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아내에게 꽃을 주며 무릎을 꿇었고 이리 말했다.

“나와 앞으로도 영원히 함께해줄래?"

그녀는 뜬금없는 나의 프로프즈에 당황하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그러겠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는 그녀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과 눈은 웃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오늘 있었던 일과 회장님이 나에게 해주었던 말들을 전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아내는 마치 본인의 일인 양 신나했고 나는 그러한 모습에 더욱 행복해졌다.

그렇게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자 어느새 아내와 나는 와인을 한 잔씩 주고받고 있었고 아내가 나를 향하는 눈빛이 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서는 이내 목욕을 하러 갔고 목욕을 하고 나오니 아내의 아름다운 모습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아내와 행복한 사랑을 나누고는 침대에 아내와 같이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15년 전의 나를 떠올려보았다.

특별한 재능도 없었고 할 줄 아는 거라고는 한량처럼 책이나 읽고 놀고먹고 했던 그 당시의 나를 말이다.

당시 나는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느꼈고 많은 방황을 하면서 고통스러워 했다.

과연 미래에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떠한 제대로된 일들을 맡을 수 있을지 등 스스로의 부족함 만을 보며 아직 찾아오지도 않을 미래를 확정지으며 스스로를 괴롭혀 왔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고 나의 생각과 그런 모습들이 차차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에게 힘 입은 나는 최선을 다해 현재의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입사에 성공한 후 각종 시련과 고난을 견뎌내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15년전에 나에게 돌아간다면 과연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아마 진짜 15년전 나에게 돌아간다면 이 말 한마다 만은 꼭 해주고 싶다.

"너는 오늘도 할 수 있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