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소설> 삶, 신과 죽음에 관하여 [02] 삶

in #kr6 years ago (edited)

내가 눈을 떳을 때 나는 나른하고 매우 무거운 느낌을 받았다.

강렬한 빛은 사라졌고 나에게 손을 내밀던 인영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게 보이는 것은 하얀색 천장 뿐이었다.

내가 지금 드는 생각은 단 하나 뿐이다.

'뭐지?'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았다.

그리고는 내 모든 것을 느끼게 되었다.

눈 코 입 머리 다리 손 팔 전부 나의 무기력하고 그 산송장과 같은 몸...그래! 매우 뚜렷하고도 확실한 이 느낌!!

나의 육체였다.

분명 죽음 이후 나에게는 육체의 느낌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모습 또한 내가 육체를 가지고 있던 영혼이 기억하던 하나의 형상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몸은 너무나 뚜렸하고 정확했다.

이질적이고도 딱딱한 무엇인가 내 팔목에 꼬쳐있고 내 심장의 미약한 박동에 의해 피가 전달되면서 생기는 혈관의 흐름과 육체의 미약한 움직임이 나의 현 상황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나는 잠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는 다시 기억해보았다.

지금 현재와 내일이 분명한 아니 분명해야 할 미래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서 말이다.

분명 나는 죽었고 천국으로 인도하거나 아무튼 저승이 분명한 곳으로 데려가는 듯한 빛으로 이루어진 인영의 손을 잡고 저승이 거의 확실한!!! 천국이 거의 90%에 가까운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그 완벽하고도 황홀할게 분명했을 천국의 빛이라 느껴졌던 강렬함을 느끼며 눈을 떳다.

그리고 지금 이 모양이다.

다시 나는 이 물음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뭐지?..'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천천히 기계와 각종 약물로 인해 간신히 강제로 움직이는 육체를 느껴보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떳다.

여전히 내 눈에는 새하얀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환자분의 가족과 지인들을 부르십쇼. 내일 환자분은 마지막이 되실 겁니다."

빌어먹을 분명 내가 어제 들었던 완벽한 사형 선고였다.

"흐 흐윽 그게 사실 입니까? 저희 증조 할아버지가 내일 임종하신다는게 사실이냔 말 입니다!!"

내가 특별히 아꼈던 증손자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그리고는 점점 잠이 밀려왔다.

아마 의사와 들어왔던 간호사가 나에게 약을 투여한게 분명했다.

나는 점점 흐려지는 의식을 느끼며 생각했다.

'빌어먹을! 또 다시 죽어야 하다니... 신도 가혹하시구나 후... 젠ㅈ...'


어떠한 존재가 삶을 잘 살았는지를 확인하고 싶다면 죽음을 앞두었을 때 그 존재 앞에 있는 이들을 보면 될 것이다. 그것이 가장 스스로 그리고 다른 이들이 보았을 때 판단하기 좋은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되짚어보는 노인의 일기장 어느 한 페이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