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떠졌다.
또 하루가 지난 것이다
드디어 나의 몸이 움직여졌다.
나는 황급히 일어나 거울을 보았고 반송장이었던 내 모습이 40대 후반의 중후한 매력을 지닌 미남의 얼굴이 된 것을 바라 보았다.
역시... 가설은 맞았다.
나는 어제 정신을 잃기 전까지 여러가지 가설과 추측을 이어갔으며 그중 가장 유력한 가설을 하나 세웠다.
그것은 바로 나는 현재 모종의 이유로 깨어있는 날을 기점으로 자고 일어나면(물론 이게 밤12시 이후인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하루후 즉 다음날이 아닌 하루전 어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나는 이 한가지 가설을 거의 확실히 하며 다시 내 현 상황을 파악했다.
이 모습은 내가 죽음을 기약하기 전 마지막에 취한 모습이었다.
나는 꽤나 먹혀주는 얼굴로 살아왔고 그 이후에도 얼굴이 굉장한 동안으로 이어져 왔기에 노화를 완전히 정복한 이후 멈춰진 얼굴은 이 얼굴이 되었고 이렇게 살아왔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지금 나는 병원이 아닌 내 집에 있었다.
집안 즉 나의 안방에 존재하는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본것이었다.
나는 즉시 날짜를 외쳤다.
그러자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날짜와 날씨 각종 뉴스를 담은 창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오늘의 날짜를 보고는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2098년 4월31일.... 젠장 죽기 4일 전 즉 내가 그 반송장으로 되기 바로 하루전이었다.
나는 원래라면 일어나자마자 즉시 의사와 가족에게 연락해 때가 왔다고 마치 큰일을 앞둔 영화속 주인공처럼 말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럴수 없었다.
내 미래를 알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미래가 아닌 과거에 가깝지만...
나는 침대에 주저앉아 생각을 시작했다.
'만약 내 가설이 맞다면 나는 내일 4월 30일에 깨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이 가설이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가정했을때 2077년까지 돌아갈 수 있다. 물론 그동안 무엇이라도 해보겠지만 그래도 안된다면 최후의 찬스가 남아있는거다. 그래 정신차리자 나는 아직 이 이상하고도 기괴한 상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흐읍... 후.... 흐읍... 후"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나를 진정 시켰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쳤다.
"사이비교주한테 전화!!"
몇번의 전화음이 울리더니 이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자네! 지금 어찌 거기 있는 건가? 원래라면 죽음을 앞두고 병원에서 누워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이런 결국 죽음이 두려워서 신에게 가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말인가? 안돼겠군 기다리시게 내 직접 신께 보내드리오리다."
그 뒤에도 나에게 왜 죽지 않으려 하냐니 죽어야 한다느니 자신과 함께 죽으려고 하냐느니 그러면 100살이 아니잖냐니 등등 시덥잖은 말을 하던 그에게 내가 말했다.
"나... 한번 죽었었다. 지금 시발 과거로 온거라고! 이 사이비 새끼야 니가 말했던 안부 메시지도 전달 못하고!! 썅 너 지금 온다고 했지 와봐 내가 너 한번 죽여보고 신에게 물어보게 지금 이 좃같은 상황이 뭐냐고 말이야!!"
내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나이에 안맞게 욕을 해대자 그가 말투를 바꿔서 나에게 말해왔다.
"와...나 죽기전에 드디어 치매라도 걸린거냐? 아니면 노망이라도 들었어? 나이를 100살이나 처먹었으면 나이 값을 해야지 어디서 욕이랑 큰소리야?!! 네 손자 손녀 앞에서도 그따구로 하냐? 이 지옥에나 가버릴 놈아 뭐? 이미 죽었어? 그래 이미 죽어서 여긴 지옥이다 이놈아!! 어디 감히 신성한 신전에서 신과 소통하는 목사 앞에서 죽음을 사기쳐!! 확그냥 신께 바쳐불라!"
나는 그가 그렇게 말하고서야 호흡을 갖추고는 다시 그에게 말했다.
"크흐흠... 잠시 내가 실언을 했구만 미안하네 아무튼! 중요한건 이게 아닐세 자네 그래도 명색에 신과 소통하는 목사 아니지 않는가 혹 신과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내 말을 들은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그는 나를 무슨 이상한놈 처다보듯이 보더니 대답을 해주었다.
"자네 진짜 뭘 잘못 먹었나? 그래 내가 신과 소통하는 목사 맞지 하지만 신이 뉘집 개인가? 무려 신일세 그런 신이 일개 목사와 불가한 나의 부름에 응답이라도 해줄거 같나? 말도 말게 내가 교주 노릇 할때도 다이아 신도 이하는 만나주지도 않았네 크흠..."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 암~ 그랬었지 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놈이 그렇지 뭐 애초에 사이비 교주였던 놈이 목사가 되어봤자지... 하지만 저 놈 말에도 일리가 있다. 신이라는 존재가 지금에 와서 고작 목사에게 응답을 내려줄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2077년에 일어났던 일과 같이 전대미문의 사건이 아닌 이상 아마 앞으로도 만날일이 없을 거다 죽기 전에는...젠장!!'
나는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하였다.
"후... 그럼 신과 만날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가?"
그는 잠시 골똘이 생각하더니 뭔가 생각난듯 손으로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자네가 말하는건 죽기 전에 신을 만나는 방법이겠지? 처음 말했을 때 이미 죽었었다니 하는걸 보면 말일세"
이 녀석은 전직 교주라 그런지 눈치가 빨랐다.
"맞네. 죽기전에 신을 보고 싶네..."
"그렇다면 방법이 하나 있네 잠시 귀를 기울여 보게"
그의 말을 들은 나는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에게서 나오는 말을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