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시기
대학 시절에는 길을 걷고 있으면,
누군가가 슥 앞을 가로 막으며
"도를 믿으십니까?라고 말을 거는 일이 흔했다.
한 번은 한 시간에 세 번을 만나는 날도 있었다.
역으로 가는 길에 한 번
역에서 한 번
역에 도착해서 나와서 한 번
정말이지 누가 내 얼굴에 나만 보이지 않게
'이 놈 호구임. ㅋㅋ'라고 써놓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를 믿던지, 내 수호령을 보는 사람들을 만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몇 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며 어느 사이엔가
그런 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이 없어졌다.
그랬는데,
저번 주에 오랜만에 도를 안다는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바로 자리를 떴지만, 그런 시기가 다시 도래할까봐 두렵다.
"왜 살이 안찌세요?"
일하고 있는 곳 바로 옆에는 던킨 도넛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리는데,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물어왔다.
"왜 살이 안찌세요? 다른 분은 찌시던데."
그 다른 분이 누구인지도 모르겠거니와,
살이 왜 그렇게 찌냐는 질문도 아니고,
왜 살이 안찌냐는 질문에 당황해서
처음에는 하하- 웃어 넘겼는데.
같은 질문을 매번 받게 되니,
그 다른 분은 아마도 점심 후에 간식으로 도넛을 먹고
나는 점심으로 도넛을 먹는다는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침내 답변을 준비하고
던킨 도넛을 들렀는데,
그 아르바이트 아가씨가 관두고 없었다.
날 질문으로 고민시켜 놓고
대답도 듣지않고 사라지다니.
약간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