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씨. 1시간내로 휴가계획서 올리세요."
갑작스러운 사수의 말로 인해서,휴가계획을 강제로 짜게 되었다.
세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기에, 세금시즌인 7월 9월의 초중순부터 말까지는 무조건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8월달에는 왠지 내가 이곳에 있지 않을것 같아(진지하게), 아무리 신입사원이라 할지라도 휴가는 써보고 나가자는 큼맘을 먹고 이틀의 휴가(소심)를 내어, 주말을 끼고 3박 4일의 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심하였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는가..?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휴가결제서를 올려야 한다. 결제서란에 '목적지'에 멈칫했다. 진짜 나 어디가지..?ㅋㅋㅋㅋㅋㅋㅋ
조용하고 쉴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런데 집에서 쉬기는 싫다. 이것이 '휴가'의 힘일까?
휴가결제서를 써보고 나니 내가 쉬고 싶은날에는 많은 댓가와 방법이 따른다는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휴식을 당연한 곳에서 가지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시끌벅적하고 왁자지껄한 곳보다 사람이 적고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여행때는 귀차니즘을 참고서라도 어딘가로 떠난다는 마음을 가지고 여행지를 물색했다. 물론 휴가 이틀전이었지만 말이다.
여행을 가다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게 되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고 한다. 나는 우선 물색을 해서 어느정도 알차게 여행을 하려고 하는 마음은 있으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보면 마음도 몸도 지치는 스타일이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무엇을 보았고, 무엇이 좋았는지를 생각하지 못해 뭔가 허무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래서 경비나 시간이 여유롭다면, 기존의 일정보다 하루를 더 늦춰 넉넉하게 보는 여행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어떤 환경에서의 버퍼링과 로그인이 조금은 느리지만, 깊이 느끼는것을 좋아하는것 같다. (그래도 어느정도 뽕을 뽑고 가야한다는 생각도 항상 있다. 예를들면, 항상 이곳을 가면 무엇은 해야지, 무엇은 먹어야지 하는 그런 목표의지와, 못하면 아쉬워 하는거 말이다.)
지난 일본여행이 그렇지가 않았다. 부모님 몰래 공항까지 도망갔다가 걸려서 첫 출발부터 사고가 만았던 첫 일본여행..저때가 22살때였다니!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유명한 관광소를 갔었지만 힘이 들고, 기분은 편치 않았던 추억이었다. 다음 일본 여행은 꼭, 쉴 수 있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을 가보자! 라고 다짐하면서 공항에서 비행기 멀미를 했던 기억이 마지막이다. 3년후, 지금. 이번에도 일본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일본도 참 갈곳이 많다.
'오이타는 어때?'
여행을 나보다는 많이 갔던 친구가 추천한 여행지였다. 휴가가 이틀남았을때 아직도 목적지를 못정했던 나는, 오이타를 대충 서치해보다가 조용하고 풍경도 좋고, 온천여행에 일본원숭이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나오길래 덜컥 비행기표를 예약해버렸다. 어쩌면 나는 '일본원숭이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좋은 풍경과 '온천!!!!!!!!!!!!!!!!!!'에 넘어가버린것일지도 모르겠다.
(출저: 구글맵)
휴가 하루전. 정신없이 회사일을 하고 있다가 그전날 새벽에 잠결에 예약해둔 비행기표를 보면서, 다음날 새벽비행기로 여행을 떠난다닌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ㅎㄷㄷㄷㄷ) 우선 숙소와 렌트카도 예약을 못했다는것. 일단 오이타가 어떤 곳인지 지리적으로 알아보자. 그전날 비행기표를 예매할때는 걍 느낌과 분위기만 대충 알아보았나 보다.....
오이타는 일본의 남서쪽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반정도의 짧은 거리에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비행기표를 아주 일찍 예매한것도 아니고 매우 늦게 예매한것인데도 매우 쌌다. 현재는 비성수기라서 다행히 숙소비용도 저렴했다.
문제는..!!공항으로 언제 가느냐였다. 새벽비행기는 정말 처음이라서, 다들 어떻게 준비를 하고 비행을 하는지 잘 몰랐다. (왜 공항버스를 생각하지 못한거니.) 그래서 어쩌다보니 같이 가는 친구와 함께 하루전날 이곳에서 늦게 노숙을 하고 일찍 출발을 하자는 기가막힌(?)계획을 짰다. 사실 장거리비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하는 계획이지만, 단순히 공항 노숙을 해보고싶어서 이런 시도를 했다는것은 말못해.....
여행 하루전날때도 어김없이 바빴다. 이번 주말을 끼고 여행을 다녀오는거라, 회사에는 이틀을 쉰뒤, 복귀할 예정이었다. 입사한지 얼마 안되는 후임에게 일을 인수인계하고 가자니 불안하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정말 힘들면 카톡이라도 하라고 말해놨다. 별일이야 있을까? 생각하면서 조금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해가 어둑해질즈음 대충 씻고 이제야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짐을 챙기면서 친구와 메신저로 정신없이 숙소도 예약했다. 즉흥여행이란 이런 기분인가? 그래도 여행을 떠난다는 마음(공항에서 노숙을 해볼 수 있다는 것에)에 설레였다. 예전에는 여행을 갈때 이것저것 챙기고 가느라, 항상 케리어가 무거웠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가벼웠다. 덜어낼수 있는 능력이 생긴걸까? 너무 간단하게 여행준비를 마친뒤라, 조금 찝찝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공하으로 가는 길, 막차를 놓쳐버리다.
그렇다. 길을 좀 바보같이 타가지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놓쳐버린것이다..
나는 왜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처럼 노량진과 어떻게 좀 가까운 거리라 생각했는가? 느즈막히 나와도 차가 있을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ㅠㅠㅠㅠ. 엄연히 서울과 인천은 다른 시다. 그냥 얌전히 9호선을 타고 공항철도를 타고 가면 되는것인데 공항리무진버스 시간대를 잘못알고는 결국, 공항까지 택시를 타게 되었다. 거금이 깨지고, 멀미를 하게되었다ㅜㅜ
도착한 인천공항은 매우 조용했고, 여기저기 앉을 수 있는 좌석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부자리를 피고 노숙을 하고 있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여름이었지만, 공항 안은 많이 추웠다. 공항에 가서 컵라면을 먹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공항내 편의점에서는 온수가 제공이 안된다고 한다. ㅜㅜ 야식으로 롯데리아의 햄버거 세트를 먹으면서, 공항 주변을 둘러보았다. 음....엄청 먼곳을 가야할것 같은 이 설레임은 무엇이지...?!!!!!!!!!!!!!!!!!!!!!!!!
(일단 이곳에서 무사히 잠을 잘 수 있을까?)
(다음편에 계속)
오이타~! 진짜 좋은 선택인거 같아요. 항상 도쿄랑 오사카에 밀려서 안가게 되지만 한번 가보고 싶은 곳
한번 꼭 가보세요!! 두 도시보다 많이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꺄!!! 택시타고 공항까지 ... ㅜ ㅜ 일본은 도쿄만 여행해본지라 오이타라는 곳이 참 궁금하네요:)
택시비가 오만원정도 나왓어요.............ㅜㅜㅜㅜ
오이타 옆 구마모토도 참 좋은데 ㅎㅎㅎ 여행기 기대할게요 :)
엇?!!! 거기를 가셨나요?!!! 다음에는 구마모토도 한번 가보려구요.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