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즐기고 있는 재규어입니다.
딱히 할일이 생각나지 않아 정말 오랜만에 네이버 블로그를 가봤습니다.
2년 전 모임에서 요새 블로그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 교사 친구의 블로그는 아직도 업데이트 중이네요.
교사 생활 몇년 하다 보니 교권 추락이 실감난다는게 최근 글입니다.
학생인권만 신경쓰다보니 애들은 자기가 미성년자인걸 적극 활용해서 교사를 괴롭히고
아이가 잘못을 해도 체벌은 커녕 욕설만 해도 부모에 삼촌까지 쫓아와서 괴롭힌다는둥....
그 친구랑 다시 만날 일이 있으면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하고 살라고.
저는 200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수도권 비평준화 고교를 다녔고 소위 말하는 ‘양아치’ 학생 비율이 매우 낮은 학교였습니다.
직접 보고 들은 당시의 교권 추락 사례 몇가지를 기록해 둡니다.
- 교사 뺨 때린 학생
- 서로 이름만 아는 정도 친분이 있던 ㄱ군의 이야기. 어느날 갑자기 ㄱ군과 그 반 담임 여교사 둘다 학교에사 보이지 않아 ㄱ군의 반친구들에게 물어봄. ㄱ군은 담임이 수업 때 ‘엎드려 자지 말라’고 하자 ‘전날 학원 다녀와서 피곤하다’며 대듬. 이에 교사가 화가 나서 ‘선생님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고 타이르자 ㄱ군은 욕설과 함께 교사 뺨을 세게 때려 교사는 그 자리에서 쓰러짐. 이후 ㄱ군은 전학조치되고 교사는 충격으로 학교에 안나온다고 함. ㄱ군은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활달한 성격도 아닌 그저 그런 학생이었음.
- 교사한테 장기자랑 강요
- 내가 속한 A반의 학생이 기간제 교사에게 집단으로 노래를 강요한 상황. 이 학교의 학생들은 소위 비평준화 상위권 고교로 전과목을 선행학습한 학생이 다수였고, 소위 비중요 과목 때는 자거나 국영수 공부하는게 너무 당연히된 분위기. 제2외국어 여교사 ㄴ씨는 애들에게 타과목 공부는 해도 되는데 잡담은 제발 하지 말고 졸린 애들은 그냥 교실 뒤쪽에서 자던지 복도에 나가서 자라고 사정할 정도. 하루는 반 분위기 주도하는 아이들이 ‘선생님 노래 한곡 뽑아주시면 수업 집중할께요’라도 하며 분위기 몰아감. 2-3분 가량 아이들이 박수치고 난리가 나자 할수 없이 ㄴ씨는 수업의 일환이라며 제2외국어 노래(누구나 알만한)를 부르기 시작함. A반 아이들은 박수를 쳐주며 노래에 호응했지만 노래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떠들고 자고 타과목 공부했음.
- 실력없는 교사에 대한 개무시
- 내가 있단 학교에서는 방학 기간에 국영수 보충수업을 운영했음. 방학이니만큼 출석이 의무사항은 아니었지만 반의 인싸들을 중심으로 절반 정도는 나왔음. 문제는 A반 영어 남교사 40대 ㄷ씨 수업방식이 고리타분했던 것. 하지만 옆반 영어담당은 거의 초임교사인 데다가 당시부터 유행하고 있던 인강 스타일을 받아들인 미남 교사였음. 방학 때 학교에 나온 학생들은 국어 수학 수업만 듣고 영어시간 때는 놀러 나가거나 심지어 B반 영어수업에 참여하기도 했음. 하루는 수학을 마치고 친구들과 놀러 나가면서 슬쩍 교실 상태를 봤음. 2-3명 정도만 남아 있고 휑한 교실 상태를 보고 ㄷ교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친구들과 노래방으로 향함. 학기 중에도 ㄷ교사는 공공연한 놀림과 멸시의 대상이었고 ㄷ교사도 이걸 아는지 묵묵히 수업만 하고 퇴근함.
- 비인기 과목에 대한 일상적인 개무시
- 지금보다 대학 서열화가 심각했던 2000년대 초반. 당시 대학은 사실상 수능 100% 전형이 많았고(형식상 수능 내신 반반이었으나 내신은 기본점수가 후해서 1등과 꼴지 사이에 갭이 크지 않음. 필자도 내신은 최하위권이었으나 원하는 대학 진학에 아무 문제 없었음) 전과목 대신 국영수만 따지는 대학이 많던 시절임. 예체능 과목은 수업을 진지하게 듣는 학생이 5-6명 내외이며 대부분은 수면보충 또는 국영수 자습 시간이었음. 학기초엔 교사들이 애들 깨우기도 하고 벌도 주고 하지만 4월만 돼도 대부분 포기. 심지어 과탐 안보는 학교 지망하는 학생들은 과탐 관련 과목에사조차 그냥 멋대로 하는게 너무 당연해짐. 일부 과목 교사들은 그냥 포기하고 학생들이 복도 혹은 도서실에 가는 것을 묵과해 줬으며 그나마 미술 실기시간이나 체육 시간(=축구 농구시간)에만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했음.
대략 기억 나는 것만 해도 이정도입니다.
물론 지금 학교 현실과 비교하면 애들 장난일 수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교권이 바닥이었던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교육 비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학생들은 자신의 요구를 받아주는 교사 말은 잘 듣고 그렇지 못한 교사는 무시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학교 형태가 지금보다 다양화돼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배우고픈 걸 가르쳐주고 학생들은 교사들을 존경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현직 교육감들이 정답에 가까운 정책을 내주시길 기대합니다.
제 기억하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학 입시에 도움 안된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예의없음이 묵과되는 상황이었지요.
맞습니다. 저도 되돌아 보면 선생님들께 죄송한 짓거리도 참 많이 했었지요. 제 글에 언급된 친구도 저보다 정도는 덜했지만 교사들을 딱히 존경하거나 그러진 않았던 녀석인데 처지가 달라져서 그런지 참... 지금과 20년 전과 정도의 차이는 있긴 하겠습니다만 '요새 애들이 버릇없어져서' 교권이 추락한건 아닌거 같습니다. 원래부터 교권은 그닥 높지 않았던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