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를 하고 2차를 하러 낙원상가 옆 해물탕 골목길로 들어섰다.
홍어를 먹으로 올 줄은 몰랐는데 갑자기 이 간판을 마주친거다. 이 간판을 보자 저 밑 어딘가에서 숨어 있던 추억이라는 놈이 어흥하면서 날 깨운다.
홍어하면 미니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생각난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잊을리가 있나. 그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기억속에서 나와 날 보며 웃는다.
그녀는 처음 본 나를 보고 웃었다. 그것도 해맑게 . 난 어느새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녀와 난 이미 연애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다리에 저절로 눈이 갔다. 테니스 선수들이 입는 다는 그 스커트. 그 사이에는 순백색의 늘씬한 다리가 보인다. 그렇다. 이건 저절로 눈길을 준 것이다.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왜 나왔을까? 친구가 소개팅하라고 해서 했지만. 나야 좋았지만 그녀는 뭐가 부족해서 뭐가 아쉬워서 나왔을까? 날 보고나서 얼마나 실망을 했을까? 등등 복잡한 머리속은 그녀의 웃음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마치 날 오랜 친구처럼 날 대해줬다. 그녀의 말투와 행동에 난 서서히 긴장이 풀렸다. 커피숍에서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우린 마치 오래된 친구 같았다.
밥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서 날 데려간 곳이 홍어집이었다. 충무로의 외진 골목에 있는 홍어집. 홍어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녀도 처음이란다. 그녀는 그렇게 나랑 홍어를 먹었다.
왜 먹자고 했을까? 하필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와 함께. 처음먹는 홍어를 왜 먹는걸까? 나의 궁금증은 그녀가 고개를 숙이면서 홍어를 집는 순간 보이는 가슴골에 눈길이 가는 바람에 사라져 버렸다. 눈치채지 않게 보려고 했는데 볼 때 마다 그녀는 돈 내고 봐! 닳는다. 보여줄까? 하면서 타박을 줬다. 그랬다. 그녀는 그만큼 이쁘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런 여자였다.
홍어에 막걸리까지 마시고 이야기도 거의 끝나갈 무렵에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 키스할 수 있냐?
있냐니? 있고말고. 하고 말고. 당연히 응, 이라고 말해야 했는데 선듯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크게 실망했다는 연기를 하면서 하자고 졸랐다. 거절하고 조르고, 홍어집을 나오기까지 실랑이는 계속됐다.
2차를 가서도 3차를 가서도 그녀는 들이댔고 난 거절하는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 애원하는 그녀. 거절하는 나. 우린 서로 그렇게 농담을 하면서 즐겁게 술자리를 이어갔다.
버스 정류장에서도 그녀의 농담은 이어졌다. 그때 난 구토를 했고 그녀는 엉덩이를 차면서 그정도 먹고 토하냐고 타박한다. 난 그녀의 타박에 불쑥 말을 던졌다.
- 나 토했는데 키스 할 수 있냐?
- 응.
응? 그녀의 대답에 맥이 빠졌다. 십년이 된 동성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한 그녀. 만나자마자 홍어를 먹으러 간 그녀. 키스하자고 농담을 하는 그녀. 그렇다. 난 그녀의 소개팅의 남자가 아닌 그저 하루 재미있게 논 그저 말썽일으키지 않을 상대였을 뿐이다.
버스가 오고 그녀에게 잘가라고 인사를 하는 순간에도 안해? 라고 묻는 그녀. 버스가 떠나고 텅 빈 정류장에서 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날 왜 소개해줬냐고 따졌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와 홍어를 먹고 키스하자고 졸랐던 그녀.
홍어는 맛있고 그녀는 이뻤다.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면 단편 - 해리는 샐리를 사랑하지 않았다. 를 클릭
식당 - 홍어랑 민어랑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28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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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하지만 보팅 하고 갑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
특이한 조합이네요 ㅎㅎ
여자분이 디게 적극적이셨네유
만만하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홍어하면 옛여친이 생각나네요.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장난스레 먹였던 홍어삼합에
홍어 디톡스 예찬론자가 되었었죠.
먹고난 다음날 화장이 잘 먹는다나...:)
그런 효과가 있었네요. 삼합 먹어주는 여친 좋죠.
아 그것참...
좋은 추억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인생의 유일한 좋은(?) 추억이었죠.
재밌네요. 그녀는 한수 위 였나 봅니다. 이미 상대방을 간파한 눈 썰미를 보유한...
한수 위 였죠. 인간계 최강의 포식자죠^^
저번부터 느끼는 건데 수필에 소질이 있으시네요 재밌습니다ㅎ
칭찬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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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스티밋!
힘내세요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