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알려줘] 내가 냈던 최고의 '용기' : East Sea

in #kr7 years ago

@yourhoney님의 이벤트에 따라서

제가 냈던 최고의 '용기'에 대해 글을 써보겠습니다.

미국에서 냈던 최고의 '용기'입니다.


제가 9학년 (한국으로 중학교 3학년) 때 일입니다.
저는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Desert Christian High School 을 9학년, 1년동안만 재학하였습니다.
후에는 플로리다에 위치한 고등학교로 전학갔습니다.

한국학교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반'이 따로 존재하지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듣는 수업에 맞게, 선생님들의 교실로 찾아가야하죠.

이게 참 어려웠던게.. 같은 반에서 쭉 같이 있다보면, 그래도 말할 기회가 생기거나 친해지기도 하는데.. 자신의 수업을 따라서 계속 움직이다보니, 클래스(class) 멤버가 계속 바뀌니, 적응하기도 어렵고, 말 붙이기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가 더 많이 생기지만, 학기초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당시 영어도 잘 못했었지만, 그래도 미션스쿨이고 사립학교이기에 착한 미국인들이 많았습니다. 일부러 먼저 다가와주는 아이들도 많았고, 한국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들도 많았죠.

9학년 필수과목이 Geography (지리학) 였습니다. Geography 클래스가 1,2,3교시에만 있었고, 100명 가까이되는 9학년들은 필수로 들어야했기에, 모든 교시마다 30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들었던거죠. 클래스 당 사람이 많았기에, 저는 더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3교시에 들었습니다.)

그 날도 Geography 시간에, 저는 지정된 좌석에 앉아 말없이 교과서를 보고있었죠.
학기초 저희가 배웠던 내용은 [East Asia 동아시아]였습니다. 교과서에 동아시아 지도가 크게 그려져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학년 교과서다보니, 볼거리도 많았고, 사진과 그림들도 많았습니다.
동아시아 지도를 천천히 살펴보고, 애뜻한 느낌으로 한반도와 서울을 딱 바라보다가 일본을 지나가려는 순간.

Sea of Japan 을 발견합니다. 일본해.
우리의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것이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동해를 얘기하거나 표기할때 Sea of Japan 이라한다는 사실을 듣기만했는데, 실제적으로 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학교에서 Sea of Japan 이라고 가르치다니.. 이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모두 동해를 Sea of Japan 일본해라고 기억할 생각을 하니 순간 소름이 확 돋더군요.

또, Geography 수업은 지명을 외워 테스트를 봅니다.
제가 보던 큰 동아시아 지도는 나라와 수도, 바다, 협곡 등등만 영어로 표기되어있는데, 테스트를 볼때 지도만 주고, 지명은 저희가 직접 쓰는것이 시험이었습니다. 시험 보기전에 아이들은 공부를 할테고, 동해를 일본해라고 외우는것이 너무 걸렸습니다.

그 때, 정말 큰 용기를 냈습니다. 교실에서 조용히 수업만 들은지 1주반만에, 왁자지껄 떠드는 아이들 틈을 지나 책상에 앉아계신 선생님을 찾아갔죠.
물론 지리선생님도 저를 항상 잘 챙겨주셨습니다. 17살 외국인이 타지에 홀로와서 고등학교를 다니고있으니, 좀 더 챙겨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어떻게보면 더 편하게 찾아갈 수 있었지만, 수업시간에 그런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교과서를 들고 책상으로 찾아온 저를 보고 놀라시더군요.

"Excuse me, Mrs.Pakington. There is serious territorial dispute between Japan and Korea. We call this ocean 'East Sea', not 'Sea of Japan'.
: 실례할게요, 패킹튼 선생님. 일본과 한국은 심각한 영토분쟁 문제를 겪고있어요. 이 바다는 '일본해'가 아닌 '동해'라고 불려요.

말할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요. 지금도 그 때 어떻게 얘기했는지 정확히 기억해요. 토씨하나 다르지않게 저렇게 얘기했죠. 선생님은 과연 무슨 반응일가. 나를 좋아하는 선생님인데, 나를 싫어하게되지 않을까 등등
오만생각을 다했죠.

그 때, 선생님은 기쁜 표정으로 알겠다고 말씀하시고,

"Guys, Yohan just told me there is territorial dispute going about Sea of Japan. So you guys can put both 'East Sea' and 'Sea of Japan' in the test."
: 얘들아, 요한이 방금 '일본해'에 대한 영토분쟁 문제를 말해줬어. 그래서 너네들 시험 볼때, '일본해'라고 쓰든 '동해'라고 쓰든 정답으로 처리해줄게.

저의 용기가 빛을 바라는 순간이었죠. 저의 용기로 어떻게보면 90명의 아이들이 장차 커서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인식하고, 일본해라고 표기하는 다른 미국인들에게 설명을 해줄수있게 된것이니...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말했던 '용기'로 저는 반아이들과 더 친해지고, 학교생활을 재밌게 보냈죠.

그리고 고맙게도, 3교시를 같이 들었던 모든 친구들은
시험 볼때 동해를 Sea of Japan 이 아닌, East Sea 로 작성해주었습니다.
둘 다 정답처리가 가능한것을 알았을텐데.. 아마 저에 대한 배려같았어요.

Screen Shot 2018-03-27 at 8.55.00 PM.png

실제 동해 사진입니다!

이 스토리가 제가 냈던 최고의 '용기'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낯가리지않고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영어도 많이 늘었던거 같아요.

역시, 용기의 결과는 위대해요.

글솜씨가 짧아 제대로 전달되었을련지는 모르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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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다~^^
보팅 꾹 누르고 가용!ㅎㅎ

감사드립니다~

전 예전 유학때 역사시간에 한국이 2차대전이후 생긴 신생국가이다 ...라는 말에 반박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전에 600년 역사의 왕조국가가 존재했다는거에 다들 놀라더군요.

한국에 대해서 잘 알리는게 우리가 알수있는 국위선양이죠!

한국하면 외국인들 잘몰라요. 심지어 유카타입고 한국의상이라고 말하는 분도 봤어요 ㅎㅎ

knowkorea님 임대 당첨 축하드려요!!

@jh1177 님도 당첨되시지 않으셨나요?
축하드립니다!!

유학중 미녀와의 연애담 같은 걸 기대했는데. 다른 용기지만 흥미롭네요. 감사합니다.

원하시면 나중에 한번 풀어봐야죠 ㅎ

[너를 알려줘/3월 4주차 보팅지원]

와 이건 대박인데요^^?
용기에 박수를 !!!!

감사합니다!

외교관이 따로 없어요
이런 것이 국위선양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