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큼이아빠의 주부우울증 극복방법.

in #kr7 years ago (edited)

아빠는 지금 주부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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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금 우울해요. 건들지마셈


주부우울증, 드디어 그것이 나에게도 오고야 말았다. 육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집에서 아기만 보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예쁜 아들이랑 노는 게 뭐 그리 힘들어?'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육아를 하느라 녹초가 되어있는 아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주부우울증이 찾아온 것이다.

딱히 병원에서 주부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집에만 있다 보니 괜히 기운도 없고, 몸도 축 쳐지고 쉬지 않고 우는 아기에게 지쳐가는 내 모습을 보며 주부우울증이라고 자가진단을 내렸다. 처음 육아를 시작했을 때는 이유식 만드는 일이나 아기와 함께 지내는 일에 적응하기 위해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일부러 집에만 있었다. 낮에는 육아를 하고, 밤에는 일하는 상황이 계속될수록 나 자신에게 의문이 들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회사에도 아기한테도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앞으로는 어떻게 하지?’

나를 괴롭히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남의 시선이나 말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서 남들 이야기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남들이 하는 소리보다 내 안에서 들리는 말들이 더 무서운 법이었다.

나는 가장 먼저 아내에게 내 몸 상태를 알렸다. 우울증은 숨기면 더 심해진다는 걸 군대에서 배웠기 때문에 증상 초기부터 도움을 구하기로 한 것이다. 아내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고 함께 우울증 극복방법을 이야기했다. 다음날 나는 곧바로 아내가 처방해 준 우울증 극복 방법들을 실행에 옮겼다.

주부우울증 극복 방법 1. 매일 외출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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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나들이, 따뜻한 햇살에 일광욕을 하면 기분전환이 된다

아내는 자기도 아기랑 집에 있을 때 기분이 다운되면 외출을 해서 기분전환을 했다면서 자주 산책을 하고 일광욕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같이 외출을 했다. 처음에는 아기를 안고 밖에 나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니 아기도 밖에 나가서 새로운 것을 보니 덜 보채었고, 나도 기분전환이 되었다. 가까운 동네 카페부터 시작해서, 점차 거리를 늘려서 전통시장도 구경하고, 독립문 공원도 가고, 경복궁까지 아기를 안고 외출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외출은 정말이지 최고의 우울증 극복법이었다.

주부우울증 극복 방법 2. 무조건 휴식을 취하라

두 번째는 무조건 휴식을 취하라는 것이었다. 집에서 아기와 함께 낮잠을 푹 자도 좋고, 주말 내내 잠을 자도 좋다. 그럼 밤늦게 일하느라 부족한 잠이 보충되고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고 덩달아 정신도 맑아진다. 그리고 가까운 카페에 앉아서 달달한 카라멜마키아또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면 어느새 우울했던 기분도 사라졌다.

육아를 하면서 동네에 있는 카페란 카페는 모두 가본 것 같다. 그중에 가장 조용하고 커피 맛이 좋은 곳을 골라 자주가고 있다. 이제 어느덧 단골이 되어서 카페 사장님도 우리를 알아보시고 반겨주신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휴식을 주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나는 육아를 하며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엄마들이 왜 그렇게 아기를 안고 카페 와서 수다를 떠는지도 이제 알 것 같다.

주부우울증 극복방법 3. 맛있는 음식을 먹어라

맛있는 음식은 우리네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물론 맛있는 음식은 다이어트의 적이긴 하다. 주부우울증을 극복할 것인가? 다이어트를 포기할 것인가? 정말이지 어려운 선택이다.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한 번도 야식을 먹은 적이 없었지만 요즘엔 치킨도 먹고, 라면도 끓여 먹으면서 조금씩 야식을 즐기고 있다.

먹는 행위는 확실히 스트레스 해소에 즉효약이다.

주부우울증 극복방법 4. 육아 웹툰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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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 많은 도움과 위로가 되는 육아 웹툰 <긴넥타이 긴치마 긴기저귀>


육아를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 중의 하나는 육아 웹툰을 많이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내는 육아와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으라고 권했지만, 육아 책들은 대게 두껍고 실용적인 정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육아 웹툰은 재미있어서 술술 읽히고 공감도 되면서 육아 정보까지 담겨있었다. 그야말로 일석삼조! 육아 웹툰을 보면서 웃고 울다보면 어느새 우울증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덧. 큼이아빠 추천 육아웹툰 BEST5

① <어쿠스틱 라이프>
② <나유진의 일상 날개짓>
③ <긴넥타이 긴치마 긴기저귀>
④ <김네몽‘s 육아일기>
⑤ <셋이서 쑥>

주부우울증 극복방법 5. 운동을 하라

원래 농구하는 것을 어마어마하게 좋아했었는데, 아기가 태어나고 운동과 담을 쌓기 시작했다. 도저히 운동을 할 짬이 안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내의 배려로 주말에 가끔씩 농구를 다시 시작했다. 시원하게 땀을 흘리고 나면 다시 남자로 태어나는 기분이다. (육아를 하면서 여성화 되었던 성정체성이 원상 복구되는 기분이랄까.)

주부우울증 극복방법 6. 동병상련 아빠들을 만나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서로 위로도 해줄 수 있고,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래서 육아하는 아빠들 모임에 가입하고, 주말 번개까지 참석했다~! 육아하는 아빠가 과연 나 말고도 있을까 싶었지만 역시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우리나라에도 육아하는 아빠들이 꽤 있었고, 이미 커뮤니티까지 형성되어 있었다. 그렇게 육아하는 아빠들이 모여서 고충도 나누고, 나들이도 즐겼다. 역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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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하는 아빠모임 주말 번개~

덧. 큼이아빠 추천 아빠육아 커뮤니티
① 주말에 육아하는 아빠들의 모임 http://cafe.naver.com/weekend6a
② 스칸디대디 육아하기 http://cafe.naver.com/healthyppl

주부우울증 극복방법 7. 아내와 충분한 대화를 하라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아닌, 사랑하는 아내와의 대화를 말한다. 언제 어디서든 좋다. 주말에 함께 산책을 하면서도 할 수 있고, 카페에 가서도 할 수 있고, 밤늦게 야식을 먹으면서도 할 수 있다.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내 말에 귀기울여주는 단 한 사람. 아내와 밤늦게 대화를 나누다보면 서로 힘든 부분도 이해하고 사랑이 돈독해진다. 나는 정말이지 아내와 대화를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사랑스러운 아내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이상의 7가지 방법으로 나는 주부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육아를 처음 시작하는 아빠나 엄마라면 꼭 한번 시도해보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우울우울 그늘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주부우울증 극복기를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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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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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팁들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우울증 정말 힘든 병입니다..저도 아이낳고 한약먹으며 버텼더랬죠
상담도 많이 받으러 다니고.. 육아는 정말.. 한계를 맛보게 해주었지요
중요한건 다 지나간다 입니다.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영원한건 없으니 평정심을 갖고 길게 보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자라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부부가 서로 협력하면 더 수월해지고요. ^^

하나하나 모두 요긴한 팁이네요!!!!
예전부터 애기볼래? 밭일할래? 하면 밭일간다고 ㅋㅋ
육아는 온전히 하루를 다 해도 버거운 일입니다.
짬 날때마다 쉬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래요

저희부부도 집안일 할래? 아기볼래? 하면 무조건 집안일을 선택하곤 한답니다. ㅎㅎ 서로 설거지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얼마나 웃긴지 몰라요!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