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벚꽃아 지지마라, 힘들어도 지치지마라

in #kr7 years ago

벚꽃아 지지마라, 힘들어도 지치지마라


기저귀를 갈아주고, 이유식을 만들고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그냥 아기랑 단순히 놀아주는 것만도 엄청난 체력소모가 뒤따른다. 우선 아기는 젊다. 지치질 않는다. 그리고 아기에게 빨간색, 노란색, 하나, 둘 등등 색과 숫자를 알려주는 아주 쉬운 동화책을 여러 번 읽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어쩌다가 하루, 잠시 동안 아기와 놀아주는 것은 즐겁다. 그런데 하루 종일 그리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아기와 놀아주는 것은 어렵다. 아기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함께 농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성적인 내 성격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아기는 잠시도 아빠와 떨어져있기 싫어하고, 그렇기 때문에 난 잠시도 에너지를 회복할 시간이 없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아빠 책 읽고 있을게, 잠깐만 혼자 동화책 읽고 있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언젠가 저녁에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 : 육아하는 거 정말 힘들어요.
아내 : 여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예요?
나 : 여보가 육아하면 안돼요?


그날 어떻게 대화가 마무리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서로 좀 더 힘을 내자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육아가 힘든 것도 문제이지만 진짜 고민은 내가 아기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뭔가 아이에게 동화책도 읽어주고 성장단계에 맞는 놀이들을 함께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보면 나는 살림을 하고 있고 아기는 아빠 바짓가랑이 붙잡고 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기에게만 집중하고 아기와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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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아 지지마라, 힘들어도 지치지마라.

몸도 마음도 지친 요즘이었는데 요 며칠 하얗게 핀 벚꽃을 보면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아기와 함께 동네 산책을 하면서 벚꽃이 내리는 놀이터를 발견하고 그네를 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오랜만에 그네를 타는구나. 아기가 아니었다면 내가 언제쯤 그네를 다시 탈 생각을 했을까?'



초등학교? 중학교? 언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주 오래전에 마지막으로 그네를 타고 어른이 되고나서는 한 번도 그네를 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놀이터에 가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럴 때보면 아기를 돌본다는 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기저귀를 갈면서는 '아, 우리 부모님도 내 기저귀를 갈아주셨겠지?' 생각하고, 동화책을 읽어줄 때는 ‘가나다’를 다시 배우는 느낌이 들고, 아기에게 불주사를 맞힐 때는 내 어깨의 주사자국을 어루만지게 된다.


아기는 눈이 오는 것도 신기하고, 비가 오는 것도 신기해한다. 또 무언가 새로운 물건을 손에 쥐어주면 "오~"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만져보고 깨물어보고 탐색을 한다. 어제는 처음으로 큼이와 밤마실을 나갔는데 어둠 속에 밝혀진 조명을 한참 바라보는 것이다. 아기가 세상의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렇듯 아기에게 세상은 온통 새롭고 신기한 것투성인데 나는 언제부터 세상 모든 것이 익숙하고 지루해졌을까? 그래도 아기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힘들지만 다시 웃게 된다. 어쩌면 아기는 무언가 특별한 놀이를 해주지 않아도 그저 아빠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위안한다.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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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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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은 콘텐츠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기 위해 스팀잇에 다양한 창작자들의 콘텐츠를 연재하고 보상으로 들어온 스팀달러 전액은 저자에게 지급합니다. 그리고 스팀잇에서 좋은 콘텐츠를 발굴해서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활동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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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이와 큼이아빠 팬이에요. ^^

감사합니다! :) 13일 서귀포시 스팀잇 밋업 때 오실 수 있으시나요~?

아.. 제가 가도 되나요? ^^ 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큼이가 부러워요... 나에게도 이런 아빠가 있었다면 내 삶은 얼마나 풍요롭게 출발했을까요? ㅎㅎ

지금 풍요로우시잖아요. :) 매일매일 새롭게 힘차게 출발하면 되죠!!

힘들지만 참 보람찬일이죠 ~큼이도 커서 아이를 갖고 낳아 키우면서
같은생각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런 시간이 올까 싶은데, 금방 오겠죠? 오늘도 큼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까지 걸어가는데, 언제 이렇게 컷나 싶었답니다. ^^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아빠로서 많은 공감을 하게 되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기타와 만화를 좋아하는 아빠시라면 아이들이 좋아하겠네요!

꾸욱.들렸다가요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