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아 지지마라, 힘들어도 지치지마라
기저귀를 갈아주고, 이유식을 만들고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그냥 아기랑 단순히 놀아주는 것만도 엄청난 체력소모가 뒤따른다. 우선 아기는 젊다. 지치질 않는다. 그리고 아기에게 빨간색, 노란색, 하나, 둘 등등 색과 숫자를 알려주는 아주 쉬운 동화책을 여러 번 읽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어쩌다가 하루, 잠시 동안 아기와 놀아주는 것은 즐겁다. 그런데 하루 종일 그리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아기와 놀아주는 것은 어렵다. 아기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함께 농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성적인 내 성격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아기는 잠시도 아빠와 떨어져있기 싫어하고, 그렇기 때문에 난 잠시도 에너지를 회복할 시간이 없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아빠 책 읽고 있을게, 잠깐만 혼자 동화책 읽고 있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언젠가 저녁에 아내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 : 육아하는 거 정말 힘들어요.
아내 : 여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예요?
나 : 여보가 육아하면 안돼요?
그날 어떻게 대화가 마무리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서로 좀 더 힘을 내자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육아가 힘든 것도 문제이지만 진짜 고민은 내가 아기와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뭔가 아이에게 동화책도 읽어주고 성장단계에 맞는 놀이들을 함께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보면 나는 살림을 하고 있고 아기는 아빠 바짓가랑이 붙잡고 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기에게만 집중하고 아기와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벚꽃아 지지마라, 힘들어도 지치지마라.
몸도 마음도 지친 요즘이었는데 요 며칠 하얗게 핀 벚꽃을 보면서 기분이 좀 나아졌다. 아기와 함께 동네 산책을 하면서 벚꽃이 내리는 놀이터를 발견하고 그네를 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오랜만에 그네를 타는구나. 아기가 아니었다면 내가 언제쯤 그네를 다시 탈 생각을 했을까?'
초등학교? 중학교? 언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주 오래전에 마지막으로 그네를 타고 어른이 되고나서는 한 번도 그네를 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놀이터에 가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럴 때보면 아기를 돌본다는 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기저귀를 갈면서는 '아, 우리 부모님도 내 기저귀를 갈아주셨겠지?' 생각하고, 동화책을 읽어줄 때는 ‘가나다’를 다시 배우는 느낌이 들고, 아기에게 불주사를 맞힐 때는 내 어깨의 주사자국을 어루만지게 된다.
아기는 눈이 오는 것도 신기하고, 비가 오는 것도 신기해한다. 또 무언가 새로운 물건을 손에 쥐어주면 "오~"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만져보고 깨물어보고 탐색을 한다. 어제는 처음으로 큼이와 밤마실을 나갔는데 어둠 속에 밝혀진 조명을 한참 바라보는 것이다. 아기가 세상의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렇듯 아기에게 세상은 온통 새롭고 신기한 것투성인데 나는 언제부터 세상 모든 것이 익숙하고 지루해졌을까? 그래도 아기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힘들지만 다시 웃게 된다. 어쩌면 아기는 무언가 특별한 놀이를 해주지 않아도 그저 아빠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위안한다.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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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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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이와 큼이아빠 팬이에요. ^^
감사합니다! :) 13일 서귀포시 스팀잇 밋업 때 오실 수 있으시나요~?
아.. 제가 가도 되나요? ^^ 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큼이가 부러워요... 나에게도 이런 아빠가 있었다면 내 삶은 얼마나 풍요롭게 출발했을까요? ㅎㅎ
지금 풍요로우시잖아요. :) 매일매일 새롭게 힘차게 출발하면 되죠!!
힘들지만 참 보람찬일이죠 ~큼이도 커서 아이를 갖고 낳아 키우면서
같은생각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그런 시간이 올까 싶은데, 금방 오겠죠? 오늘도 큼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까지 걸어가는데, 언제 이렇게 컷나 싶었답니다. ^^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아빠로서 많은 공감을 하게 되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기타와 만화를 좋아하는 아빠시라면 아이들이 좋아하겠네요!
꾸욱.들렸다가요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