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오늘 이 종이 몇 장을 들고 몇 개의 은행을 갔는가.
금요일 아침. 밤새 일을 했다. 주말이 없는게 6년 째라 오전 10시가 넘은 지금도 정신은 멀쩡하다. 퇴근하고 병원에 갔다가 은행에 다녀왔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신당동에 있는 은행을 모조리 다녀왔다. 다름 아닌 '대출' 때문에.
당차게 말했었다.
"방 두개 짜리 집 구해서 에어비앤비 돌릴라고"
방을 보고 또 보다보니 욕심이 생겼다. 방 두개 짜리 집은 어느새 방 세개 짜리 집이 됐고, 월세가 아닌 전세가 되었다. 1억 5천. 수중에 있는 돈은 3천 정도. 1억 2천을 불알 두쪽 밖에 없는 내가 어디서 구하겠는가. 대출 밖에 없다.
하나은행에서 건물 문제로 빠꾸, 신한은행은 한도때문에 빠꾸. 결국 통장 하나 없는 우리은행으로 왔다. 전세자금대출에 신용대출까지 끼니 얼추 1억정도는 나오는 것 같다. 2천이 모자란데, 3천이 모자란거나 마찬가지다. 도배, 장판, 화장실 뭐 다 뜯어고쳐야 한다. 살 건 얼마나 많은가. 에어컨, 냉장고, 침대, 이불.. 후, 안보인다.
2. 결국 욕심이 문제다.
욕심. 욕심이 문제다. 피자 박물관이 만들고 싶어졌다. 게스트와 호스트인 내가 쉐어하는 거실과 주방이 온갖 피자로 가득한 피자 박물관. 내가 만든 피자 굿즈, 앞으로 만들게 될 피자굿즈, 여기 저기서 사온 피자 굿즈들.
게스트들은 내가 만든 피자 티를 마치 모텔에 가면 있는 가운처럼 홈 웨어로 입고, 내가 만든 피자 슬리퍼를 신고 실내를 누빈다. 이 상상 하나로 또 모험을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제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졌다. 스무 살 부산에서 올라온 나는 노량진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에서 2년, 서울대 입구 반지하 원룸에서 1년, 다시 반지하 노량진 투룸에서 친구와 3년, 지금의 옥탑방에서 1년을 살았다.
사람답게가 뭔진 모르겠으나. 밥은 무리니까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월드컵이면 친구 불러서 축구도 보고, 빔 프로젝트 쏴서 영화도 보고 뭐 그런건가. 지금도 못하는 건 아닌데. 지금의 집에서는 엄두가 안난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는게 맞는건가. 지금 집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다. 원래 집에서 잠만 자는 편이기도 하고.
3.덕분에 극복하는 중이다.
몰입의 대상을 찾은걸까. 프레인에 소속되지 못했다는 상실감을 이걸로 극복하고 있다. 몰입의 대상. 회피의 대상. 나는 늘 이런식이다. 이별을 했을 때도. 실패를 했을 때도. 늘 이런식으로 대응한다. 몰입할 대상을 찾는게 회피의 노하우인거지. 그런 의미에서 극복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직면하지 못하니까. 뭐 이제 조금 졸리다. 자야지. 출근해야하니까.
헉 너무 대출이 과해보인다. 원하는 집으로 가기 전 단계를 한번 더 밟는다고 생각해보면 어때.
3천이면 구매할 수 있는 스파가 2만개가 넘네요 ㅎㅎ
(물론 한 방에 살 수는 없고, 매수 호가에 받쳐놔야 가능)
1,300원에 샀다가 3,900원에 되팔면 3천이 9천이 되니
매수 후 ~2년 존버한다는 생각으로 분할매수 하시면
스팀잇이 망하지 않는 한, 익절은 가능하실거라고 봅니다.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지금 1,300원인 스팀.. 여기서 더 떨어져봐야
~1,100원이 바닥이라고 생각해서,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라는 참신한 아이디어에 공감이 되서
이렇게 댓글을 남기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kyleyeo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