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단상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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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단상 :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확하게 모른다. 현대과학이 상당히 많이 밝혀내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이 모른다. 현대의 뇌과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두뇌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지 알게 될 만큼 지식이 축적되었을 뿐이다.

<서로게이트surrogate>라는 영화가 있다. 미래 어느 시점에 과학이 발달하여 사람과 꼭 같이 작동할 수 있는 ‘대용품’이 개발되고, 그 대용품이 사람을 대신해서 사회생활을 한다. 문제는 이 대용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누군가’는 알고 있고, 그 누군가와 그를 둘러싼 집단이 그 ‘앎’을 나쁜 목적으로 사용할 때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서로게이트의 사회가 와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은 진짜 사람이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이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준다.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 그것이 지금 우리의 삶을 유니크하게 만들고, 유니크해서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유니크해서 예술이 필요하고 예술의 욕탕에 온몸을 담그고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외국인이 TED에서 누구나 6개월이면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습득이라는 낱말이 표준화된 상점에서 표준화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뜻이라면. 그런데 그런 정도라면 6개월씩이나 걸릴 이유가 없다. 하루, 아니면 며칠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의 두뇌작용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을 만큼 모를 뿐 아니라 두뇌작용은 무척이나 완고하고 보수적이어서 그 보수적인 작동방식을 조절하는 데에만 평생이 걸릴지도 모른다.

잘 안 되는 외국어 공부에 지쳤는가? 그렇다면 좀 쉬기를 바란다. 위로를 받고 싶다면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서 실컷 수다를 떠는 것이 좋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종교이다. 괜찮다, 다 괜찮다. 그것 역시 그만큼일 뿐이다. 괜찮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마음이 가라앉았을 뿐이다. 다시 흔들리겠지만.

*그림은 영화 서로게이트에서 '대용품'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 오른쪽은 실제 모습이다. 대용품이 만든 관계에서 어느날 레알을 보게 되고 레알을 느끼며 슬퍼 한다.

지금 당신에게는 당신의 대용품이 없는가? 아침에 일어나서 생활이 시작될 때 당신은 당신인가? 아니면 대용품인가? 대용품의 삶이 우선은 달콤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벼랑에서 추락할 것이다. 대용품을 즐기는 대신 치러야 할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