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잘못된 지식을 진실로 알고 사는 경우가 있죠. 그러다가 오랜 시간이 흘러 우연히 진실을 대면하게 되면 곤혹스러워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이런 일을 겪었습니다. '말의 유래'에 관한 일입니다.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말들이 몇 개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대부분 상태를 나타내는 말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로 발음이 제 입에 착 달라붙는 말들이었던 것 같네요. 예를 들면 저는 '근사하다' 같은 말을 좋아합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nice, wonderful(아니면 그냥 cool?) 정도로 번역되는데, 그보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뉘앙스가 들어 있죠.
#1 감쪽같다
"감쪽같다"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쪽같다가 "감접같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감접같다의 '감접'은 감나무를 접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홍시의 '감'말이에요. 그 감은 씨를 심어도 처음부터 감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욤나무라는 나무가 싹이 터서 자라면 그 나무에 접을 붙여 감나무로 만들어야 하는 거죠. 이게 '감접'입니다. 감접이 붙으면 이 나무가 비로소 감나무가 되는데, 그게 본래 나무의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본래나무인지 감나무인지 흔적조차 알 수 없다 ==> 여기에서 감접을 붙인 것마냥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상태.. 라는 뜻을 같게 된 거라고 합니다. '감접같다'가 경음화를 거쳐 감쩝 -> 감쩍 -> 감쪽으로 변형된 거라네요.
그런데, 저는 완전히 다른 유래로 알고 있었습니다.
'감쪽같다'의 저만의 유래는 색깔과 관련된 것입니다. 감색과 쪽빛의 차이를 혹시 아시나요?
감색(紺色)은 과거에 남색으로 자주 불렀던 짙은 청색입니다. 영어로는 네이비 블루 (Navy Blue)에요. (아래 사진)
그리고 쪽빛은 푸른 하늘빛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감색이 쪽남빛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때 쪽빛이 푸른색이에요.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하늘을 보면 하늘이 굉장히 짙푸른색을 띄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어로는 인디고 블루(Indigo Blue)입니다. (아래 사진)
영어로 쓰면 확연히 구분되는 다른 색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실제로 두 색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채색 감각이 떨어져서 그런 거라고 믿고 싶지는 않아요 ㅠㅠ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혼동해왔으니까요 ^^
어쨌든, 감색과 쪽빛이 서로 같다 => 두 색의 구분이 어려워 진짜 푸른색을 알 수 없는 상태 => 감쪽같다의 말의 유래를 이렇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감나무의 감접에서 유래되었다니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하나가 사라진 것처럼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ㅠㅠ
그래서 저는 "감쪽같다"에 대한 저만의 유래를 오랜친구처럼 계속 간직하려고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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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갈등
두번째는 오늘 라디오를 들으면서 떠오른 사실이에요. 저는 출퇴근을 승용차로 하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라디오를 많이 듣는 편입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tbs 시청자위원으로 일하고 있어 반강제적으로 tbs 프로그램들을 듣고 있죠 ㅎㅎ
참고로 tbs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정말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교통방송이었지만 지금은 '시민방송'을 지향하고 있죠.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부터 최근 진행을 맡은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마이웨이' 까지 시간대별로 고퀄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답니다. 다만, 서울시가 운영하는 방송이라 서울경기지역(95.1 MHz) 말고는라디오로 듣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무튼, 오늘은 라디오에서 식물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여러 꽃과 식물 얘기가 오가다가 등나무꽃에 관해 얘기하더군요. 등나무 꽃은 연보라빛의 작은 꽃들이 무리를 이루어 피는데, 그 모양을 보면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
등나무꽃을 얘기하다가 마지막에 '갈등(葛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갈등의 유래에 대해서는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감쪽같다는 잘못 알고 있었지만요 ㅠㅠ)
아마도 갈등의 유래에 대해서는 아시는 분들이 꽤 있으시겠지만,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갈등의 '갈(葛)'은 칡나무이고, '등(藤)'은 등나무죠. 이 둘은 타고 올라갈 나무가 필요한 덩굴식물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타고 올라가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칡나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타고 올라가는 겁니다. 오르는 방향이 서로 반대이다보니 둘이 같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매번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둘 중 하나가 방향을 틀지도 않죠. 그러다보니 복잡하게 뒤엉켜 서로 "화합하지 못하는 상태" 가 되어버립니다. (아래 사진)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칡과 등은 모두 덩굴나무이기 때문에 타고 오를 나무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둘의 뿌리가 매우 단단하게 내려 있어야 서로부딪힐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갈등이 있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고, 같은 지지대를 서로 공유해야만 갈등도 일어난다는 거죠. 그렇게 본다면, 갈등이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성질을 의미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말의 유래에 대해 갑자기 생각이 난 까닭은,
'스티밋수다'라는 말을 쓰면서 이 말의 유래에 대해 간단히 밝히면서 자기소개를 대신하자는 생각이 들어서인데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장진 감독을 잘 아실 겁니다. 장진 감독이 본인의 제작사를 만들면서 제작사 이름을 '필름있수다'라고 지었어요. 언어유희를 즐기는 장진 감독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장진 감독 회사명을 패러디해서 "스팀있수다"라고 지어봤어요. 여기 "스팀있수다~" 하는 의미와 스티밋에서 수다떨기 정도 의미가 들어가 있는 유쾌한 패러디라고 봐주시면 좋겠네요^^
가끔, 그리고 자주 "책이나 논문도 읽어드리는 유익한 수다"가 되겠습니다.
KHY
감쪽이라는게 색에 관련한 말이엇군요 처음 알았어요!🤠
네. 감쪽은 색깔이 맞아요. 근데 감쪽같다는 저만의 상상력이었나봅니다 ㅠㅠ
감쪽이 감색과 쪽빛에 대한 유래도 있다는 거을 알게됐네요..재미있는 수다기대할께요^^
감쪽의 색깔에 관한 유래는 아무래도 저만의 주관적인 유래인 것 같아요ㅠㅠ 어릴 적에 들었던 것 같은데 출처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감쪽같다라는 단어가 감접같다에서 유래했다고요.
처음 알았네요.
혹시 출처가 기억나지 않더라도 제가 봐도 그건 말이 되니까 님의 학설로 밀고 나가시면 됩니당~~^^
님께서는 스티밋수다를 열심히 하셔서^^ 스티미언들에게 좋은 정보를 많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삿갓이 님의 수다에 열렬히 응원하면서 격정적으로 보팅하겠습니다^^
하하 네. 김삿갓님이 말이 된다고 하시니.. 감쪽같다에 대한 제 나름의 학설(?)은 말이 되는 걸로 믿고 계속 갖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