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취소

in #kr7 years ago (edited)

며칠전에 썼던 글이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인용하는 만행을 저지르도록 하겠다.

https://steemit.com/kr/@l95470/2tdjht


나는 이 문제가 국제문제가 아닌 미국 국내문제라고 본다.

트럼프의 관심사는 크게 세가지라고 봐야한다.

노벨상
지지율
재선
노벨상을 받아 지지율을 올려 재선에 성공하겠다는 어찌보면 한가지로 꿰어지는 실이긴 하지만 어쨌든 트럼프의 관심사는 외교가 아니라 국내정치라고 본다. 외교에서 성과를 내서 궁핍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는 도구로 쓰겠다는게 트황상의 생각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협상가인 동시에 판 키우는 귀재다. 사업스타일도 그랬다. 늘 항상 판을 키워왔다.

만일 고위급 정상회담 취소 정도의 사건도 없이 매끄럽게 흘러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1등 공신은 당연히 문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고, 트럼프는 그저 매력적인 조연 정도의 역할 밖에 못하게 된다.

북핵폐기,한반도 종전이라는 초대형 판돈이 걸린 도박판에서 겨우 잔돈푼이나 먹고 떨어지는건 트럼프에게 영 재미가 없는 상황이다.

판을 키우는데 판을 흔드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한미 군사훈련을 이해하겠다며 저자세를 보인 김정은이 굳이 콕 집어 얘기한 전략무기들을 배치함으로써 판이 흔든 것이다.

게다가 매파 강경론은 언제나 일정 수의 사람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트럼프의 지지자들 중엔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봐야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방심하지 않고 중요 전략 병기들을 전개해두는 지도자의 모습이 얼마나 믿음직해 보일 수 있겠는가? 트럼프에겐 일타쌍피다.

트럼프의 의도대로 판은 흔들렸고, 긴장이 고조되(는 것처럼 보이는)었다.

트럼프는 생각할 것이다.

'판이 흔들렸으니 이제 주인공이 등장할 차례다.싱가포르에서 내가 모든 걸 해결해주마. 이 하찮은 놈들아 이 트럼프님을 찬양해라.'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판을 만들어 본인이 들러리가 아니라 오야가 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 것이라고 본다. 때문에 북미정상회담 전에는 긴장이 더 고조되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꽤 높다.

이렇기 때문에 결국 미북 정상 회담 전에 이러쿵 저러쿵 해봐야 다 쓸데없고 거기서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말은 핑계일 뿐이다. F-22 배치 등을 통해 북한이 강경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그 강경한 반응을 핑계삼아 회담을 취소했다.

위에 쓴 대로 트럼프는 긴장이 좀 더 고조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만들어 지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뜻대로 북한은 강경하게 반응했고, 그 반응을 핑계삼아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초강수(처럼 보이는)를 던졌다. 역시 트럼프는 협상왕이다.....가 아니라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지금 과연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심각한 일이 벌어졌나? 아니다. 불과 두어달 전만 해도 생각지도 않았던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되었을 뿐이다.

상황이 나빠졌나? 아니다. 우리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을 뿐이다. 원래 벌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정상회담이 벌어지지 않게되었다.

그 사이에 북한에 억류되었던 인질은 풀려났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만나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했으며 북한의 비핵화는 진전되었다. 누가 뭐래도 상황은 이전보다 좋아졌다. 다만 미북 회담이 열릴 경우 더욱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생각보다 덜 좋아지게 되었을 뿐이다.

다들 기대가 컸으니 놀람과 실망이 컸을거라 생각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덜' 좋아진거지 '안'좋아지거나 나빠진 상황이 아니다.

이제 트럼프가 원하던 상황이 펼쳐졌다. 판이 완전히 흔들렸다. 판돈이 커졌고 본인이 온전하게 상황을 주도해 나가고 있으며, 본인의 지지층인 강경파들이 만족할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 같은' 모양새도 만들어졌다. 예상했던 바다. 물론 회담취소까지 할 줄은 몰랐다..역시 협상황....이 아니라 아 놔 트럼프 이 쇄뀌 우리 재인이형 뒤통수를 이따위로 치다니 ㅠㅠ

여기서 김정은이 어떤 수를 던지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판이 깨지지는 않을거라고 본다.

이제 남북미 간의 phase 2가 시작되었다. 이제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판을 주도해 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 상황이 펼쳐질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너무 걱정할 것은 없다. 우리에겐 아직 열두척의 배....가 아니라 문재인이 있다.

문재인이 그간 트럼프에게 들여온 공이 빛을 발할 시점이 반드시 온다.

어쨌든 트럼프의 말과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해석하고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하는 데 있어선 미국 내에서 트럼프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본다.

외교문제, 국제문제로 해석을 하면 트럼프의 이런 행동을 이해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지만 미국 국내 상황과 함께 바라보면서 이해하자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물론 여기서 판이 깨진다면 그 책임은 전부 상황을 이렇게 몰고간 트럼프에게 있다.

한줄요약 : 역시 만덕산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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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대선후보에서 미 대통령까지 올라간, 과거 부동산 담판으로 유명한 재벌 출신 트럼프가 그리 쉽게 판에서 밀릴거 같지는 않네요.

트럼프에 대해 써주셨네요. 좋은 하루되시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