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와 형사처벌
차로 사람을 친 뒤, 그대로 도주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뺑소니범인데요.
요새는 블랙박스며 CCTV가 많아서 덜미가 잡히기 십상입니다.
지난해 뺑소니 사고 6천 8백여 건 가운데 범인이 잡힌 사고는 6천 6백여 건이라고 합니다(링크)
그런데, 고의적으로 달아날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사고 후 당황하여 사후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에도 뺑소니범으로 처벌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구호조치 + 인적사항 제공
뺑소니범에 대하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등으로 사람을 친 뒤 피해자를 구호(救護)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뺑소니, 이른바 특가도주죄가 성립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①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②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것)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장소를 이탈하여 ③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고가 난 경우 인적사항을 알려주었다 하더라도 구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경우 특가도주의 성립을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6도252 판결, 대법원 2002. 1. 11. 선고 2001도5369 판결,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4도250 판결 등 참조)."
특가도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만약 사람을 치어 죽인 뒤 걸리지 않기 위해 피해자를 사고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했다면 사형까지도 가능합니다
피해가 경미한 경우
그렇다면 피해가 아주 경미한 경우에도 반드시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고 연락처를 주는 등 구호조치 의무를 취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특가도주로 처벌받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가법 제5조의3 제1항의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은, 교통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함과 아울러 교통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므로, 그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 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 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 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의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더라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죄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2001 판결 참조).
다만, 피해가 경미하고 피해자가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에도 추후상황에 대비해서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어린 아이일 경우에는 자신이 다친 상황에 대한 판단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가 괜찮다고 할지라도 그냥가시면 안 되고, 부모 등에게 연락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피해자가 2세 남짓한 어린 아이로서 사고로 인하여 땅에 넘어져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피고인 스스로 소독약을 사서 상처 부위를 소독해줄 정도로 다쳤는데, 사고운전자가 피고인임을 기억할 수 없는 어린 피해자가 피고인의 혼자 돌아갈 수 있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였다는 이유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무런 보호조치도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길가에 하차시켰고, 결과적으로 해당 사고로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가 발생하였다면, 도주에 해당함"(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도1651 판결)
11세 남짓의 어린이의 왼쪽 손부분 등을 들이받아 땅에 넘어뜨렸고, 피해자가 혼자 돌아갈 수 있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였다는 이유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무런 보호조치도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를 그냥 돌아가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약 1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가 발생하였다면, 도주에 해당함"(대법원 1996. 8. 20. 선고 96도1461 판결)
관련법령
특가법 제5조의3(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 ①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차량의 운전자(이하 "사고운전자"라 한다)가 피해자를 구호(救護)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도로교통법 제54조(사고발생 시의 조치) ①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이하 "교통사고"라 한다)한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나 그 밖의 승무원(이하 "운전자등"이라 한다)은 즉시 정차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1.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
2.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성명ㆍ전화번호ㆍ주소 등을 말한다. 이하 제148조 및 제156조제10호에서 같다) 제공
② 제1항의 경우 그 차의 운전자등은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있을 때에는 그 경찰공무원에게, 경찰공무원이 현장에 없을 때에는 가장 가까운 국가경찰관서(지구대, 파출소 및 출장소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체 없이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운행 중인 차만 손괴된 것이 분명하고 도로에서의 위험방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사고가 일어난 곳
2.사상자 수 및 부상 정도
3.손괴한 물건 및 손괴 정도
4.그 밖의 조치사항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