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프렌차이즈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마크로스 델타] (2016)의 성우들로 구성된 걸그룹 발퀴레의 "이케나이 보더라인"의 라이브 콘서트 장면입니다. 관객은 딱 봐도 만 명 이상... 아주 그냥 박력이 넘치네요... ㅎㅎㅎ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환점이 된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1982년에 방송된 [마크로스]는 당시 일본의 주류 문화로 부상한 '아이돌'과 '로봇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콘셉트의 작품입니다.
1979년에 방송된 [건담]의 성공으로 당시의 로봇 애니메이션 분야는 소위 '리얼 로봇물'이란 게 유행했는데, 20세기에 벌어진 세계1/2차대전 및 중동/아프리카/남미에서 벌어진 각종 국지전, 게릴라전 등을 SF로봇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소재로 삼아서 현실적인 묘사와 정치 담론 등을 녹여내게 됩니다. 여기서의 로봇은 전술 병기일 뿐이고, 전쟁의 참상과 그 안에서 괴로워하고 성장하는 개인을 담아내는 '성인 취향의 드라마'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크로스]는 특히 미국의 동시대 군수산업(항공모함, 해군 전폭기 등)과 UN의 미래형태(우주전쟁 시대에 UN은 국적 무관, 통합우주군을 창설한다는 등)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큰 성공을 거뒀는데요. (메카닉 디자인을 맡았던 카와모리 쇼지는 이 작품의 작화를 위해 F-14 톰캣의 조수석에 탑승했다는 인터뷰 기록도 있음...)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아이돌'과 '파일럿'의 꽁냥꽁냥 썸타기라는 스토리라인을 부각시키기 위해 삽입된 곡들도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이후 시리즈에서는 완전히 공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첫 시리즈의 주제곡을 부른 '아이돌' 이이지마 마리는 1984년의 극장판 [마크로스: 사랑, 기억하시나요?]의 주제곡으로 애니메이션 주제곡 최초로 오리콘 차트 10위권이 진입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넘어가 브라이언 윌슨과 함께 비치 보이스의 앨범 [스마일]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지요.
바로 이 곡.. 80년대 노래인데도 듣고 볼때마다 감동받음.. ㅠㅠ
아무튼, 이런 성공과 설정 덕분에 [마크로스]는 90년대 이후 다양한 버전으로 재생산되고 있는데, '아이돌 음악+우주전쟁'이라는 기본 구조는 바뀌지 않네요. 심지어 [마크로스]의 세계관에서 아이돌 음악은 외계인에 한해서는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하는데, 음악이 가장 중요한 전술 무기로 사용된다는 이 설정은 이후 모든 시리즈에서 동일하게 이어집니다.
애니메이션 걸 그룹: 콘텐츠 프렌차이즈와 브랜드
그 중 [마크로스 델타]는 애니메이션 내에서는 군속(!!!) 걸그룹의 형태로 등장, 외계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전술무기이자 파일럿들의 파트너가 되어 전투에 힘을 싣는다는 설정... (도그파이트 중에 흐르는 댄스 록... ㅎㅎ)
아무튼, 이 노래를 부른 발퀴레의 직캠도 많은데 뭔가 라이브로 성장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이 대규모의 콘서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뭔가, 아...! 하는 순간이 있고 좀 좋네요. :)
아이돌 음악은 하나의 거대한 산업입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활동과 부가 상품들의 기획이 중요한데요, 특히 음반 산업이 망한 환경에서는 인지도를 얻는 것이 곧 음악 판매와 콘서트 수익으로 연결되지요. 그 점에서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이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됩니다. 한국에서 드라마 주제곡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
그래서 [마크로스]와 같은 콘텐츠 프렌차이즈와 음악이 결합하는 구조에도 관심이 생깁니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다른 영역, 드라마나 영화 혹은 책이나 만화책 같은 거에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재미난 것들이 더 나오지 않을까요. ㅎㅎ
콘텐츠 프렌차이즈란 관점으로 보면, 앞으로의 콘텐츠 환경에서도 결국 '브랜드'가 제일 중요하리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