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맨슨, 『신경 끄기의 기술(2017)』 리뷰 (분량 2851자)
마크 맨슨은 자기계발을 테마로 한 블로그로 유명한 미국인 작가다. 2017년에 펴낸 『신경끄기의 기술』도 블로그와 일관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원제는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 (좆도 신경 안 쓰는 기술)이고 2017년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한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기록했다.
1장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신경을 끄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경 끄기는 무심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며, 특히 부정적인 요소에 신경을 끄는 것이다.
2장에서는 고통의 의미를 강조한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며, 고통에도 의미가 있고, 행복은 고통을 극복하면서 얻어진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이것이다.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다."
이 문장이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미래에 대해 고민할 때 꿈을 실현한 모습을 상상하면서 내가 그것을 이루면 좋아할지,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는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꿈에 이르는 과정이며, 모든 과정에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고통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3장에서는 내가 특별하다는 환상을 버리고, 일반적인 기준에서 현실적인 변화를 꾀하라고 조언한다. 이 환상에는 내가 특별히 불행하다는 인식도 포함하는데, 이 역시 무의미한 나르시시즘이다.
4장에서는 가치관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여기서 저자는 흥미로운 예시를 든다. 일본인 패잔병 오노다 히로는 필리핀의 외딴 섬에서 일본이 패전한지도 모른 채 ‘절대 항복하지 말라’는 지시를 섬기며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무장을 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견디며 때로는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 제국에의 충성이라는 가치를 선택했기 때문에 고통을 견딘 것이다. 2장에서 서술했듯 고통을 견디는 것이 중요하며, 어떤 고통을 견딜 것인지는 어떤 가치관을 따르냐에 따라 결정된다.
저자는 좋은 가치란 세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 현실에 바탕을 두고
- 사회에 이로우며
- 직접 통제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지니면서 그가 인생에 지침으로 삼았던 다섯 개의 가치를 설명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 책임지기
- 내가 항상 옳다는 믿음을 버리기
- 실패를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 거절을 통해 건전한 관계를 만들기
-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숙고하기.
4장에서 불편했던 대목은 오노다 히로의 민간인 살해를 정당화하는 듯한 내용이다.
“오노다 히로가 최고의 가치로 여긴 건 일본 제국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이었다. (…) 이 때문에 (…) 머나먼 섬에 처박혀 30년 동안 곤충과 벌레를 먹으며 생존해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무고한 민간인도 죽여야만 했다.”
물론 이 가치가 좋지 않으며 그가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썼지만,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결코 사려 깊은 표현이 아니다.
이후의 지면에서는 4장에서 나열했던 다섯 가지 가치를 각 장에서 설명한다. 5장에서는 인생에서 내 의지와 관계없이 주어지는 것들이 있으며 그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불행이 닥치는 것은 우연이지만 그것의 대응하는 방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많은 자기소계서에서 되풀이되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류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이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돌린다는 점에서 사회 구조와 운동을 강조하는 진보적 태도와는 정반대다.
6장에서는 저자가 가졌던 오류들과 그것을 극복하면서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스스로의 믿음을 확신하지 말고 조금씩 덜 틀린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틀리지 않은 주장이지만, 정체성을 특정하지 말고 ‘너 자신을 절대 알지 말라’고까지 강조한 것은 이제까지의 내용과 모순된다. 가치관을 정립하라면서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까지 못박았기 때문이다.
믿음이 오류로 판정났던 예시로 페미니스트 메러디스 머랜을 언급하는데, 그녀는 아버지로부터의 학대를 주장했으나 뒷날 밝혀진 바로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다른 예를 들었을 수도 있지만 하필이면 고약한 ‘페미니스트’의 예시를 든 것은 안티 페미니즘 정서를 이용하려는 속셈이 아니었을까 한다.
7장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무엇이든 좋으니 일단 시작하라고 한다. 동기가 행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동기를 만드는 것이다. 8장에서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거절’, 즉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건전한 관계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두 장 모두 뻔한 내용이다.
9장에서는 19살에 저자의 친구가 죽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죽음을 가까이 둘 때 사람은 겸허해지며, 고등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죽음의 의미를 새기기 위해서 낭떨어지에 올라가는 장면을 생생히 묘사하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 장은 책의 나머지 부분과 결이 다르고 자못 무겁다. 재치있을 뿐 아니라 진지하기도 한 자기계발서라고 기억되기 위함이 아닐까. 속보이는 전략이다.
이상으로 각 장을 정리하면서 소감을 써 보았다.
- 문장이 짧고 매끄러워서 읽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 내용상으로는 2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 군데군데 공감이 가는 문장이 있었지만,
- 비슷한 빈도로 반발감이 생기는 문장도 있었다. 무분별한 섹스와 무한 긍정을 경고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미국에서는 통할 수 있으나 내 정서로는 공감가지 않았다. ‘지금 당신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는 식으로 단정짓는 화법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제목 『신경끄기의 기술』은 책의 내용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핵심적인 키워드를 꼽자면 고통, 가치관, 선택, 극복이다. 신경 끄기는 1장에서 서론 역할을 할 뿐 아홉 개의 장을 관통하는 주제가 아니다.
- 총평하자면 평이한 자기계발서였다.
흠.. 제목때문에 읽을까 고민했던 책인데, 접어야 할 것 같군요.
정리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말도 썼다고 생각했는데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드렸군요..ㅜ 좋은 책 고르시길 바래요
요즘의 저에게 정말 필요한 책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