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lo Perfido
갓 태어난 아기는 아직 언어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기에 경험한 것들은 대개 기억에 남지 않고 휘발되어 버린다. 하지만 그것들은 언어화된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을 뿐이지 몸에 각인되어 남아있기 마련이다. 바깥에서는 근엄한 사람이라도 부모 앞에서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거나 또는 엄마나 아빠와의 관계를 배우자나 연인과 일생평 유사하게 반복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언어 이전의 기억들은 우리의 머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논리의 세계에 있지 않으며 그럼에도 우리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강렬한 경험이 된다. 그러니 ‘언어화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 라는건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지는 고유의 신호가 뇌 속을 함께 떠돌아다니는 모양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순수한 시각적 이미지에는 그 어떠한 텍스트적 부제도 붙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에 설명이 붙는 순간 그 이미지는 내가 경험한 순간의 것에서 멀어지며 또한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그 이미지를 보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살아오며 경험한 기억들과 연동하여 전혀 다른 자리에서 전혀 다른 화학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미지에 텍스트가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거기에서 얻어지는 교감들은 사실은 동상이몽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걸 목도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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