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어떤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사진은 그 사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별다른 굴곡 없이 자라난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예술을 해보겠다고 사진기를 들고 거리로 나가 해매인다고해서 갑자기 깊이 있는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진은 기술 이전에 예술이며 사진을 찍는 사람의 세계관과 심미관을 담아내는 틀이기 때문이다. 사고만 비대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술이 형편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많지만,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을 오랜 기간 열렬히 고민하고 추구한 사람만이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말을 건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그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고 어린아이가 걸음마부터 시작하듯 누구나 비슷한 사진들을 찍고 모방하고 기뻐하는 순간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진이 개개인에게 의미있는 것은 사진 속에는 그저 멋진 광경, 멋진 순간 뿐 아니라, 사진가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그 속에 담기기 때문이다. 좀 폭압적인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뚝심있게 한가지 주제 혹은 소재를 가지고 몇 년간 사진을 찍어나가는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의 삶의 모습을 보게 되고, 사진마다 주제나 소재가 어지러히 널려있으며 간혹 번뜩이난 어떤 순간을 잡아내는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게 된다. 사진은 텍스트 이전에 컨텍스트이고 사진가가 작품을 통해서 담아내는 컨텍스트가 사진의 질과 사진가의 품격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진에는 어떤 다른 대상이 담겨있지만, 우리는 그 사진을 통해서 그 대상이 아니라 사진작가를 보게 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사진을 드러냈을 때 사진가는 간혹 사진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목도하게 되는데, 이때 사진가의 반응은 여러 가지를 시사하게 해준다.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드러내는 행위에 담긴 속 의미에 따라서 사진가의 반응이 결정된다고 저는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그러한 과정을 배움이라고 여기고 여러 비평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발전해나가고, 어떤 사람들은 사진을 올리는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고 거기에 대한 반응에 별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한다. 반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얼마나 열광적이냐에 대해서 민감하게 촉수를 드리우면서도, 사실은 거기에 연연하지 않는 척 점잔을 떠는 사람들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사람들의 하나하나 반응마다 기분나빠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방어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진을 바라보는 감상자들의 한두줄의 평에 대한 사진가의 반응이 의미하는바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사진가의 사진에 대한 태도, 사진을 올리는 행위에 대한 어떤 성숙하지 못한 사진가의 욕망이 일으킨 일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하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유독 자신의 사진에 대한 평에 유달리 방어적인 사람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건 흔히 사진을 공개된 장소에 올리는 행위가 사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남에게 보여주고 소통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칭송받고 싶은 욕망이 과도하기 때문일 수 도 있다. 자신의 빈약한 자아를 보상하기 위하여 그럴듯한 사진을 올리고 그것으로 자신을 대신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는 흔히 사진이 사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부족한 자존감과 연관되기 때문에 남들에게 무시당하거나 공격받지 않을까? 하는 내적불안에 전전긍긍하게 된다.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이유들이 있을 터겠지요. 자신의 사진에 대한 비평에 유독 민감하고 방어적인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공적으로 사진을 올리고 비평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자리에서 인신공격적 이거나 무례하고 무자비한 비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글 한줄에 움찔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데 있다. 자기 사진에 대해서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자신에 대한 비평에 대해 느긋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때문에 정당히 사진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에서조차 서로 본질적인 비평은 삼가고 두루뭉실한 덕담만 오가게 되는 걸 본다. 사진 비평에 대해서 모두가 민감한 주제이고 괜히 분란을 일으키느니 남의 사진에 비평을 하지 말자는 경우도 보는데 그건 결국 본질에 대한 일종의 회피이며 어떻게 보면 사진을 올리는 자신의 행위와 태도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그만큼 겁나고 무섭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좀더 성숙한 사진가라면 나의 사진이 우수한 사진으로 뽑힌다던가 또는 나의 사진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묻혀버린다던가 하는 것 보다는 그저 익명의 누군가가 나의 사진을 보고 나에게 대화를 걸어올때 그러한 순간을 더 기뻐해야하는게 아닐까? 물론 이상과 현실의 갭은 꽤나 크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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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사진이 아니라도 해당되는 이야기지요. 작품에 프라이드가 있다면 비판보다도 두루뭉실한 덕담에 더욱 분노할텐데요.
네, 그런것 같아요 내가 치열한만큼 상대도 그러기를 기대하게 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