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 속 대상에 집중한다. 사진 속에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처음 사진을 배울 때 대부분 사진 속에 대상을 잘 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노출을 어떻게 해야 대상이 잘 드러날지, 조리개를 어떻게 해야 이 삼차원의 세계 속에 놓여있는 대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지, 프레임을 어떻게 구성해야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지 등 말이다. 노출, 구도, 원근감, 빛의 방향, 화면의 깊이, 프레이밍, 외화면, 그리고 사진 속 대상과 대상들 간의 배치, 시선의 방향 등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하나하나가 다 사진을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데 기여하며 인간의 마음 속에 내재된 어떤 감각을 건드려주는 기본 토대가 된다. 우리가 음악의 화음을 들으며 음과 음이 서로 동조되는 물리적 현상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이듯이 사진을 구성하는 여러 구성요소는 결국 우리가 그것을 인지할 때 우리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물리작용과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우리에게 미학적 쾌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모든 사진 속에는 본인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간에 그 대상을 담아내는 사진가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다. 누군가 말을 할 때면 그 자신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같은 말의 내용에 신경을 쓰지만 정작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그 사람이 말을 거는 방식’을 더욱 인상 깊게 바라본다. 이런 걸 소위 비언어적 행위라고 한다. 다소 서툴고 막무가내라도 그 사람의 솔직한 진심이 느껴지면 좋은 것이고 반대로 예의가 바르고 진지하더라도 목적성이 느껴진다거나 의례적 태도라 느껴지면 기분이 나쁜 것 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 담아낸 사진에는 저도 모르게 자신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허물어져 가는 동네 어귀의 골목길을 사진에 담던 대도시의 한가운데에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담던 중요한 것은 그 사진을 담는 사람이 어떠한 컨텍스트에서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사진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난 현상이 관찰된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떠나 혼자 있을 때 또는 가장 편한 상대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가장 솔직한 자신의 모습이라 생각하곤 한다. 그러니깐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은 일종의 타협형성이고 그러한 거죽이 벗겨진 것이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100% 옳은 생각은 아니다. 사실 한 사람의 본 모습이란 타협형성을 하는 그 방식 그 상태로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퇴근 후 집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있거나 홀로 여행을 떠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라 복잡다단한 사회생활의 맥락 속에서 자기 자신과 외부세계가 상호작용을 하며 그에 맞추어 행동하는 그 자체가 더 총체적인 그 사람의 모습인 것이다. 사회적 맥락을 벗어난 개인은 포근한 환경에서 퇴행을 하기 마련이다. 진지한 어른의 세계에서 소모된 에너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편한 관계속에서 곧잘 퇴행하며 어린아이 같이 쉽게 울고 웃고 다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진이란 상당히 자폐증적인 행위이다. 세계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자아와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사진 속에서 대상이란 나와 다른 외계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의미를 부여한 어떤 대상이 되며 그 의미는 내 안에 존재하고 본질적으로 나의 투영이고 나 자신과의 대화가 된다. 그런점에서 홀로 작업하며 만들어낸 사진이란 일종의 독백과 같으며 그 자신의 어떤 일부분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현상은 사진감상에서도 나타난다. 사진을 보며 우리가 받는 감상과 충격은 대부분 사진을 보는 그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반영하기 마련이고 작가의 삶의 투영 보다는 사진을 보는 내 자신의 투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동일한 사진을 보면서도 사진가의 목소리와 감상자의 시선이 서로 마주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서로 자신의 얼굴을 보게된다. 그들은 동상이몽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자폐적 시선을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 선을 넘어서 말을 건네는 것이다. 작가와 감상자가 오랜시간을 동지의 관계를 맺으며 함께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걸어가는 행위 없이는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세계에 빠져서 각자의 지점에서 동일한 대상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뿐인 것이다.
자기 자신이 한 달 동안 찍어낸 사진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자신의 앞에 펼쳐 놓아보자. 그 사진들은 자신의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우리 대부분은 전문적인 사진작가가 아니며 우리는 우리의 에너지 대부분을 자신의 생업을 유지하는데 쏟아붓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만들어낸 사진은 맥락이 통일되지 않은 파편화된 나의 투영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자신이 지향하는 지점과 자신이 쏟아내는 사진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내가 사진을 통해 어떠한 지점으로 가고자 한다면 그것은 나의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 지점이 나에게 어떠한 것인지 같은 이야기보다는 정작 그 지점으로 가려고 하는 나 자신과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사진 사이의 간극은 나의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가?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https://leetaey.net/20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