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동굴 관람을 마치고 어디로 갈까 하고 고민을 하던 중에 시장기가 느껴져서 식당을 찾아 무작정 이동하고 있었다.
이때 눈에 들어온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은 역' 추전역이란 푯말이 보인다.
순간 잽싸게 브레이크 페달에 힘을 주면서 스팀카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재빨리 우회전을 한다.
얼마나 높은 곳일까? 하는 생각에 들러보고 싶어졌다.
마을길 같은 한적한 길로 접어들고 보니 태백연탄이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연탄은 많은 추억과 고마움을 주는 연료이다.
어릴적 연탄불에 쫀드기나 쥐포를 구워먹었던 생각.
그리고 국자에 달고나라는 고체 사탕을 녹여 소다를 넣고 저어서 부풀려 먹던 생각등 많은 추억들을 떠올려 본다.
고마움도 주지만 한편으론 사람 목숨도 많이 앗아갔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 셋방살이를 할 때 연탄 가스에 취해 가족들이 모두 큰 변을 당할 뻔한 적도 있다.
한겨울 부모님들이 연탄 재를 좀 버리고 오라면 왜 그렇게 하기 싫었는지...
얼마 못가서 다시 안내판이 나온다.
경사가 심한 오르막 길이다.
그렇게 추전역에 도착하였다.
입구엔 바람개비가 쭉 늘어서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석탄을 실어 나르던 광차도 전시되어 있다.
혹시 석탄이 실려 있나해서 보니 가득 실려 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
해발 855m에 위치해 있다.
역시 북한산 최고봉 보다 더 높다. 북한산 꼭대기에 역이 있다고 생각해 보면... 대박~~
추전역을 주제로 시를 쓴 시인도 있다.
잠시 후 열차 한대가 쌩 하고 지나간다.
역사에 휴게실이 있기에 들어가 보니 기관사들이 입는 재킷과 모자등 소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사진 촬영을 한 후 제자리에 두라는 메세지와 함께 말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재킷을 입어 보려는데 작아서 안들어간다. 히히.
모자만 눌러쓰고 거울을 본 후 철로가 있는 밖으로 나가 셀카를 찍어본다.
역무원실에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한 분이 계신다.
어떻게 오셨냐는 역무원의 질문에 태백에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들렀다고 했다.
아직 이곳에서 승객을 나르는지 라는 질문에 지금은 승객들은 이용하지 않고 열차가 지나다니기는 한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여행 오셨으면 저기는 가 보셨어요?"라며 손가락으로 저 멀리 풍력 발전기가 있는 곳을 가르킨다.
"아니요, 저기 그냥 풍력 발전기 돌아 가는 발전소 아닌가요?"
라고 되물었다.
저기가 '바람의 언덕'이라고 불리우는 바로 백두대간 줄기인데 반대편이 모두 배추 밭이라 볼만 하다고 말씀해 주신다.
거리도 얼마 안되니 한번 다녀 오라고 추천을 하시기에 다음 목적지는 '바람의 언덕'으로 정했다.
사실 백두대간이라는 말에 더 끌렸다.
역무원과 인사를 하고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스팀카로 15분정도 가서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 3.6km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한참을 오르막 길로 올라가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 한분이 차를 막고 서시며 지금은 배추 수확철이라 농민들이 일을 하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없다고 하신다.
하는 수 없이 스팀카에서 내려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한 5분정도 오르니 벌써 배추밭이 보이고 바람의 언덕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방이 확트여 있고 시원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윈래 이곳 까지는 차량이 올 수 있나보다.
하지만 걸어 오기를 더 잘한 것 같다.
여기 너무 좋다. 진짜다.
풍력 발전기도 멋스러워 보인다.
그렇게 걸어서 오른지 45분만에 드디어
바람의 언덕에 도착했다.
해발 1,272m다.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분 정말 최고다.
저 멀리 '야호'하고 외쳐도 본다.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온다. 무슨 등반가가 높은 산 정상을 정복한 것도 아닌데.... ㅎ
그래도 백두대간에 올랐는데 기념 촬영은 해야겠죠?
우뚝 서 있는 거대한 풍력 발전기 아래 서 있는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늦가을 바람에 한들 거리는 갈대와 이름 모를 잡풀들도 아름답게 보인다.
하산하는 길에 전화 연락을 받았다. 일이 생겨서 파주로 올라가야 한다.
동강 휴게소에 들러 늦은 점심 겸 저녁 식사를 하였다.
얼큰 짬뽕밥.
식사를 하고 나니 해는 거의 저물어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잎새와 가지가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를 미세하게 남아 있는 석양 빛을 빌어 찍어본다.
스팀카 여행기! 왜 이제서야 봤을까요.
나머지 포스팅도 오후에 정주행해야겠어요.ㅎㅎ
저는 바람의 언덕에 흐린 날 갔더니 안개 때문에 한치 앞도 안보이고 거대한 풍력발전기들 때문에 엄청 음산한 분위기를 느꼈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안녕하세요? 커피넛님.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자욱하다면 말씀하신 대로 음산한 분위기를 느끼게 될 것 같네요.
날 좋을 때 다시 한번 다녀 오심이...ㅎ
전 너무 좋았거든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