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양평 김한량입니다. @lklab2013
저는 서울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양평에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귀촌을 했습니다. 스팀잇에 제 모든 기록을 백업하기로 마음을 먹고 스팀잇을 새로이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kr-house를 개척중입니다.
무슨 일이든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불같은 성질은 세계에서도 알아줍니다. 빠른 결과를 보기 위해서 빠른 설계와 빠른 시공은 부실공사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건,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평택 국제대교 교각 상판 붕괴사건 등을 보게 되면.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습니다.
로마에서는 테베레 강에 25개의 다리가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1000년의 역사를 가졌고. 가장 오래된 것은 2000년이 된 다리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로마의 건축이 현재에 비해 낡아 보였을지 몰라도 얼마나 기본에 충실한 내구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집을 지으면서 10년을 늙게 되는 것은 건축 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 먼저 집을 지을 때 빠른 설계와 빠른 시공. 그리고 부실공사를 부르는 치열한 경쟁으로 낮은 입찰가에 원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기획과 설계를 할 당시부터 충분한 고민과 시공상에서 문제가 발생시 제대로 붙잡아 줄 수 있는 매뉴얼과 감독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급하게. 그리고 싸게 짓다보니 서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전원주택을 지으며 10년이 늙는 이유들.
- 급하게 진행한 설계
- 급하게 진행한 시공
- 싸게 지으려는 관행
전원주택을 짓는 것은 어렵기만 한 일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원칙만 지킨다면 100년, 200년의 내구성을 갖는 전원주택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전원주택의 수명이 최소 50년에서 100년 이상 되는 것을 실생활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20년 ~ 30년만 지난 아파트만 하더라도 낡은 주택으로 분류하고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 실정입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큰 낭비일 것입니다.
3개월만 더 신경쓰면, 집은 30년이 아닌 100년 가는 주택을 완성하게 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 주택 설계.저희는 전원주택 설계를 10개월 동안 진행을 했습니다. 보통 2-3개월이면 마치는 일을 우리 부부는 이렇게 오랫동안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을 어떤 디자인으로 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는 집에 사용되는 자재로 인해서 설계를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설계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집을 처음 지어보기 때문입니다. 아마 저 말고도 다른 분들께서도 집을 짓게 되면 대부분 처음일 것입니다. 저는 설계도면을 수차례 바꾸면서 디자인을 통해서 어려운 시공을 깨닫게 되고 변경하고. 안에 들어갈 창호 배치와 주방 배치를 엎는 바람에 또 대대적인 수정을 했습니다.
다른 분께서 본인이 바꾼 설계도면을 보여주셨는데. 저희는 그 양을 뛰어넘어 계속 설계를 변경했습니다. 보통 1년 계약을 하지만 2-3개월이면 끝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설계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도면이라고 해서 집에 가져왔지만. 아내와 토론을 하면 문제점이 계속 발견되었습니다.
point
집짓기를 하면서 건축과 관련된 사항은 여유있게 계약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설계가 생각보다 일찍 끝날 것이라고 가정하고 너무 짧은 기한을 잡거나 기본 설계가 되어 있는 것에서 약간만 수정할 수 있는 계약을 하게 될 경우 추가금이 높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좀더 여유 있게 계약 기한을 길게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비용이 들더라도 수정을 여러회, 넓은 범위의 수정이 허용 되도록 계약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잘못된 것을 잡는데 충분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설계 사무소 소장님은 최선을 다해서 설계를 했지만. 저희에게 맞지 않는 점은 발견이 되었습니다. 설계 사무소에 앉아서 저희가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우리에 맞는 설계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이 보였습니다.
"소장님. 죄송한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이 말씀을 드리기 너무 죄송했지만. 몇 번을 뒤엎은 설계 속에서도 문제점이 보여 도저히 OK 할 수 없었습니다. 시공을 하기로 한 날짜는 다가왔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집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되돌아 오는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생각 잘하셨어요.
집은 지으면 부수고 지을 수 없어요.
그러니 설계를 할 때 해보고 싶은 거 다시 해봐야 해요.
이렇게 말씀하셔도 몇 개월 동안 수많은 수정을 해온 노고를 알기 때문에 정말 죄송했습니다. 심지어 평면도뿐만 아니라 입면도까지 나왔지만. 저희가 포기할 수 없는 요소가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소장님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만약에 해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해도 괜찮아요.
건축 설계사무소 소장님의 요지는 이것이었습니다. 집을 짓는데 1억이 넘는 돈이 들어가지만. 설계엔 그것보다 적은 돈이 들어간다. 그러니 큰돈 들이기 전에 미리 다 시뮬레이션해보자.
그래서 저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며칠이 걸려서 완성된 설계도면 전부가 무용지물이 되고 몇 개월이 흘러도 완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속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 집을 그려주시는 분께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그려주셨습니다.
이렇게 10개월이 흘렀습니다. 아내와 제가 꿈꾸던 디자인이 온전히 반영되고 시공사와 미팅을 하면서 견적을 맞춰 집을 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여러분들께서도 집을 지으시려면 설계사무소와 계약하기 전에 미팅을 꼭 해보세요. 그리고 포트폴리오와 이것을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끝까지 우리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실 분인지 아닌지.
이상 양평 김한량이었습니다.
마음씨가 정말 좋은분이네요..
원하시는 집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하네요 :)
집 짓기 중에서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씀 해주시는 글이군요. 그 이후 글들도 기대하면서 보겠습니다. 전원주택생활을 하고 싶은 jaytop...
설계사무소와의 소통이 정말 중요하군요. 큰 돈 들이기전에 다시 시뮬레이션해보자는 말이 딱 와 닿네요. 원하시는 설계가 나오셨다니 다행이네요 ^^
앞으로의 글들 많이 기대됩니다.
그래도 좋은 설계 사무소 소장님을 만나셨네요. ^^
팔로우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