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도전! #2 - 집터 찾아 삼만리 여행 Best4 / Travel for Architecture in Korea

신도시를 추천받아서 돌아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평면구성이 똑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 개성이 있는 옷과 맛이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 아파트는 처럼 똑같은 공간에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마다 라이프 스타일이 다른데 변경할 수 없는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모순처럼 느꼈습니다.

그래서 내가 집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고 마당이 있는 집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는 분양가가 너무 높게 잡혀 있어서 신도시의 가격은 제게 무리였습니다.

처음 방문한 양평.

제가 처음 방문했던 곳은 양평이었습니다. 양평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얻고 어떤 곳을 내 집터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집을 보러 다니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제 눈이 너무 높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대출을 쉽게 받아서 집을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대출로 인한 부담은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첫 땅은 아래와 같은 조건이었습니다.

역세권으로 걸어서 10분 이내에 지하철이 다님.
역시 걸어서 10분 이내에 마트를 이용.
배산 임수 지역으로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강이 흐름.
KTX가 들어올 예정으로 발전이 기대됨.

등등.. 정말 신도시와 비교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입지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조건이 좋으면 가격은 그에 맞게 상승하기 마련입니다. 땅을 둘러본 후에 가계약을 잡았습니다. 첫 시작부터 너무 조급하게 생각한 것 같아 아내와 저는 취소하기로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일 가계약!!)

그런 후에도 저는 전원주택 필지를 알아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맞는 땅이란 어디일지.. 감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카페를 들어가면서 정독을 했습니다. 지어져 있는 전원주택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는 것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난방비 문제로 인해서 이왕이면 단열 등 검증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걱정되는 것은 어떤 점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도시에서만 살다가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 쉬우려면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넓은 땅 위에 나 홀로 주택은 가장 먼저 제외하기로 합니다.

전원주택 단지일 것.
필지 가격은 예산을 초과하지 않을 것.
주변에 학교, 유치원 걱정이 없을 것.
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
경치는 좋지만 산세가 험하지 않은 곳.

등등.. 정리해나가면서 그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제주도입니다. 당시 제주도는 연예인들이 많이 이주하는 핫플레이스였습니다. 그리고 분양사 안내를 받으며 제주도를 방문하게 됩니다. 제주도의 풍경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양평은 산으로 평온한 느낌이었다면. 제주도는 정말 탁 트여 있는 게 가슴까지 뻥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제주도

제주도를 방문해서 땅을 보면서 아뿔싸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땅이 이미 거래가 끝난 것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정말 하루에 천명씩 내려오는 곳 답게 모두가 땅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리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저희가 청약했던 땅은 이미 나간 상태로 마음에 들지 않는 땅만 남았기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와 제주시로 나뉘게 되는데. 그 두 지역 역시 자연환경이 다르고. 땅값도 다릅니다. 그리고 교통 이용이 불편한 곳들도 투기 바람으로 인해서 필지 가격이 경기도 수도권보다 비싼 곳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양평에 이어서 찾아온 제주도는 아쉽게 마음에 묻어두고 오게 됩니다.

만약에 전원주택 필지를 알아보러 2~3년을 빨리 왔다면 제주도에서 지금 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필지 가격이 경기도와는 다르게 제주도는 너무 급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을 짓기 위해서는 예산을 30% 정도 물류비를 추가로 책정해야 한다고 하니 그것 또한 큰 부담입니다. (물론 양평보단 덜 추우니 단열 등급을 조금 낮춰도 되는 것은 플러스 요소)

나를 위한 땅은 어디엔가 있다.

전원주택 필지 선호도를 보니 제주, 양평 외에 가평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평 쪽에 좋은 땅이 없는지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해서 이제는 햇빛을 피할 수 없는 야외는 이동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이곳저곳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서 개활지에 땅을 얻는 것이 쉽지 않고 산이 얼마나 많은 나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가평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양평에 비해서 필지가 조금 더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산이 보여주는 느낌은 양평이 둥글다면 가평은 좀 더 힘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곳을 또 발견했습니다.

방문했던 곳은 땅을 분양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둘러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 비해서 너무 경사가 심해서 아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돌아가던 길에 발견한 곳이 아까 말씀드린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땅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여러 가지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먼저 이 단지를 개발하는 업자의 태도였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단순히 땅을 팔기 위해서 매매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단지의 조화로움이나 자신이 구상하고자 하는 마을 분위기 또한 명확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입주해서 살고 계신 분들의 분위기도 좋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땅과 인연이 닿지 않은 이유는 골조가 나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나무집을 짓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기본 골조를 나무로 올리고 얻을 수 있는 이점으로 콘크리트에 비해서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습하지 않은 환경으로 적절히 유지가 된다는 점입니다.

단지를 분양하는 업자가 건축업자를 지정해서 올리는 계약 방식이기 때문에 목조주택은 선택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땅 가격과 함께 건축비 산정 역시 저렴해서 마음에 들었던 두 번째 땅이었습니다. 그리고 차가 없는 저희는 대부분 도보로 다니는데. 아쉽게도 하루에 운행되는 버스 편수가 적고. 걸어서 산책할 수 있는 곳이 적어서 가평이 아닌 다른 곳을 또 찾아보게 됩니다.

도시생활과 가까운 용인.

이제 양평, 제주, 가평을 돌아본 후에 찾은 곳이 용인이었습니다. 땅을 알아보러 다닌지 이제 반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더욱더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신도시는 이미 프리미엄이 붙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용인은 다른 곳에 비해서 시세가 비싼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 살펴보고 오기로 합니다.

땅을 여러 곳 보면서 느낀 점은 기본적으로 얼마나 땅의 느낌이 평온한가를 살펴보게 됩니다. 그래서 너무 소음이 심해서도 안되고. (옆에 고속도로 IC가 있다면 소음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걸어보면서 얼마나 걷기 좋은 곳인지도 살펴봅니다.

용인에 방문했던 곳은 도시가스는 물론이고 상수도 역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지역을 나눠놓고 보면. 비싼 곳은 도시가스에 상수도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LPG에 지하수를 사용해야 합니다. 도시에서만 살던 저희에게 생소한 부분이었지만. 집을 짓기 위한 땅을 구입할 때. 저희는 필지 가격에서 너무 높게 되면 집을 지을 때 크게 제약이 생기게 되므로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은 사무실 역할도 할 예정이기 때문에 협소 주택 스타일이 아니라 어느 정도 주택예산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필지 가격에 대한 예산을 정하지 않으면 땅을 고르는 일은 점점 산으로 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다음에 발견한 곳은 타운하우스였습니다. 여태까지는 전원주택 단지였다면. 타운하우스는 똑같은 모습의 집들이 모여 있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게이트와 관리사무소도 존재합니다. 아파트와 전원주택의 장점이 결합된 곳이죠.

타운하우스는 전원주택 단지에 비해서 기본적으로 관리비가 조금 비쌀 수 있지만. 마을을 구성하는 디자인이 참 예쁩니다. 길을 걷게 되면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곳은 전원주택의 장점인 마당이 너무 작았습니다. 그래서 좀 더 큰 필지를 파는 곳으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집 지을 수는 있을까...

아내와 저는 이제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사진을 촬영하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에 이곳에 소개되지는 못했지만. 아파트처럼 땅을 밀어놓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필지가 마음에 들키란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필지도 성격이 다릅니다.

우리는 우리가 처음 갔었던 양평으로 다시 방문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가 집을 짓기 위해 구입한 땅을 드디어 발견하게 됩니다.

다시 양평

양평에 다시 방문하니. 양평이 서울로 접근하기도 좋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비교할 요소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중앙선으로 인해서 역세권에 여러 가지 쇼핑몰들도 들어서고 있었지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양평이라고 해서 다 같은 땅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필지도 마음에 들었지만. 문제는 땅 모양이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필지 방향은 원하는 땅 모양이 아니었습니다. 만약에 그냥 짓고자 한다면 두필지를 엮어서 구입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300평에 가까운 필지로 원하는 예산을 뛰어넘게 됩니다.

그러나 산새를 보면 정말 기분이 좋을 정도로 느낌이 좋은 땅이었습니다. 오래 머무르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이곳은 혁신초등학교와 가까워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이 심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린 시절 이런 곳에서 뛰어놀면 얼마나 건강하게 자라날까 괜히 웃음도 났습니다.

드디어 찾은 땅.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조건의 땅을 찾았습니다. 먼저 산이 너무 험하지 않고. 주변에 버스가 자주 다니며. 마트를 걸어서 이용하고. 아이들 학교가 가까운 곳입니다. 양평은 물론이고 여러 곳을 다녀보았지만. 쉽지 않은 조건이었습니다. 물론 산을 따라 단이 있기 때문에 집집마다 조망권도 좋은 편입니다.

하늘이 탁 트여 있는 분위기도 좋고. 주변에는 논이 있어서 자연을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이 땅을 구입할 당시엔 산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양하는 분과 2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꿈에 대해서 대화도 나눴습니다.

원하는 땅을 찾았으니 이제 원하는 필지를 고르는 일이 남았습니다. 다행히 개발 초기에 선택을 해서 다른 곳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까지 걸어서 5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나중에 생길 아이가 병설유치원을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필지를 둘러보고 이제 아내와 이야기합니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