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올해 Forte 라는 새로운 업무평가 시스템을 도입 했습니다. 아마존에서 오랫동안 일한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작년에도 새로운 업무평가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만족스럽지 못하여 또다시 새로운 업무평가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라고 합니다. 직원 수가 50만명이나 되는 거대한 기업이 업무평가 방식과 기준을 이렇게 자주 그리고 과감하게 바꾸는것이 상당히 놀랍습니다.
아마존의 업무평가 시스템은 Forte는 “개개인의 장점을 찾아내어 개발한다”는 명확한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업무평가 시스템은 개개인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찾아내고 평가를 하는 방식인데 반하여, Forte는 장점을 찾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래서인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장점을 찾는데 중점을 둔다고는 하지만, 개선했으면 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optional 하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업무평가이기때문에 분명 constructive comment 도 필요하긴 하지만, “장점을 찾아낸다”는 메인 모토를 약간 퇴색시키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건설적인 조언이 더 소중하지만 말이죠.
이 "Forte" 시스템을 통한 보름동안의 업무 평가 기간이 끝나고, 오늘 매니져와 결과 리뷰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5개월만에 시작된 업무평가인데다가, 그동안 설계과정이나 개발과정에서 여러가지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것 같아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동료들이 매우 좋은 평가를 해주어서 기분이 좋았고, 건설적인 코멘트들도 정말 진심어린 내용들이라서 상당히 고마웠습니다. 좋은 평가들은 이곳에 적기에는 민망하니 생략합니다. 대신 건설적인 코멘트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동료들로부터 받은 건설적인 평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발과 설계 과정에서 너무 전체적인 것들을 아우르려고 하다보니 집중도가 떨어짐
비 개발자 집단과 프로젝트 미팅을 할때 적극성과 자신감이 부족함
설계시 한꺼번에 많은것을 고려하다보니 개발 착수까지 오래걸림. 일단 할수있는 것부터 시도하는 과감성이 필요.
프리젠테이션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해야 할 필요가 있음
수긍하는 면도 있고, 일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만, 아마존에서 6개월 정도 일해보니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됩니다. 제가 그동안 일했던 회사들과는 다르게, 아마존은 working backward 라는 방식의 프로젝트 진행 방식을 선호합니다. Working backward는, 품질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우선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를 먼저 도출하고, 이에 기반하여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입니다. 이 개념은 Amazon 리더십 원칙에도 있습니다. Bias for Action과 Deliver Result 라는 원칙이죠. 그래서 모든 예외사항을 고려한 안전한 결과물을 내놓는것에 초점을 맞춘 저의 방식은 아마존에서는 기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두 방식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회사가 높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제가 맞춰야겠지요.
비개발자들 (customers, stakeholders, managers) 과의 미팅에서 자신감이 부족한것도 그간 인지하고 있던 사항이고, 항상 고치고싶던 부분이었습니다. 기술적인 울타리를 벗어나면 왠지 작아진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것도 있고, 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들과 컨텍스트 그리고 생각하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보니, 안그래도 부족한 영어가 더 부족하게 느껴지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딱히 힘들여서 노력하지 않아도 당장 별 탈은 없으니 그냥 꾸역꾸역 넘어가던 제 모습이 기억 납니다. 이제부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봐야겠습니다.
프리젠테이션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저도 항상 답답해 하던 부분이라서, 이번에 커멘트 받은게 참 고맙습니다. 본인의 단점을 스스로가 인지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어떤 계기가 없으면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솔직한 코멘트들이 수년 후에 저에게 더 좋은 기회를 줄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마존의 독특한 업무평가 시스템 "Forte".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다면 한번 도입해 보는것도 의미있는 경험이 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