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음기를 올려야 할 타이밍인데, 우선 맥주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먼저 올립니다. 시음기에 붙이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네요.
가장 비싼 맥주는 무엇인가?
돈이 너무 많은 우리는 맥주를 마실 때 고민합니다. 싸구려 맥주는 됐고, 그래서 가장 비싼 고오급 맥주는 뭔데?설마요
최근에 병당 6만 원이나 호가하는 사우어 비어(sour beer)가 나오는 바람에 비싼 맥주라는 타이틀은 희석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명품 맥주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는 맥주가 있습니다.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
사진에 나오는 순서대로 적어 봅니다.
아헬, 시메이, 엥겔스첼, 라 트라프, 오르발, 스펜서, 로슈포르, 트레 폰타네, 베스트말러, 베스트플레이터런, 쥔더르트
자세히 양조장 설립연도 순으로 적어 봅니다.
Rochefort(로슈포르) | 1595 | ||
Westmalle(베스트말러) | 1836 | ||
Westvleteren(베스트블레이테런) | 1838 | ||
Chimay(시메이) | 1863 | ||
Orval(오르발) | 1931 | ||
Achel(아헬) | 1998 | ||
La Trappe(라 트라프) | 1884 | ||
Engelszell(엔겔스첼) | 2012 | ||
Spencer(스펜서) | 2013 | ||
Zundert(쥔더르트) | 2013 | ||
Tre Fontane(트레 폰타네) | 2014 |
총 11종이나 됩니다. 저는 저 이름을 다 외웠습니다. 시험에 나오기 때문이지요. (진짜로 맥주 시험에 나옵니다;;)
왜 트라피스트 맥주는 비싼가?
그렇다면 왜 트라피스트 맥주가 비쌀까요? 그걸 알아보려면 트라피스트 맥주의 탄생 배경부터 좀 알아보아야 합니다. 크게 어렵지 않으니 잘 따라오시면 됩니다.
트라피스트 맥주란?
트라피스트 맥주란 트라피스트(Trappist) 수도회 소속의 수도원에서 만든 맥주를 말합니다.
이전 글에서 살짝 다루었지요. 왜 수도원에서 맥주를 만들었는가에 대해서...
사순절이라는 시기가 오면 중세시대에는 40여 일간 단식을 했습니다. 지금도 엄격한 수도원은 단식을 하고 있지요. 물만 마실 수 있었는데, 맥주는 액체라서 마실 수가 있었습니다. 맥주는 열량이 있으니 그 힘든 시기에 중요한 에너지원이었습니다. 또한 포도나무가 자라지 않는 북부지방에서는 방문하는 수도자들을 위해 와인 대신 맥주를 내기도 했기 때문에 중요한 손님 대접 음식이었습니다.
이왕이면 고도수, 이왕이면 고칼로리
그 시대의 현자들이었던 수도사들은 맥주에 대한 연구 또한 왕성히 하게 되는데요. 어떻게 하면 적은 양의 맥주를 마셔도 배가 든든할까 가 하나의 주요 연구과제였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고도수의 맥주가 열량이 높고 마시면 든든하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맥주의 도수를 점점 높이기 시작합니다. 현재의 트라피스트 맥주가 8도 이상인 것이 이 때문이죠.
짝퉁 트라피스트의 범람
중세 시대는 그럭저럭 수도원이 유지되었으나, 근대로 넘어가면서 수도원의 입지도 약해졌고, 여러 차례의 전쟁으로 인해 수도원이 파괴되면서 트라피스트 맥주의 명맥이 끊어지게 됩니다. 일제 시대에 우리나라 전통주의 명맥이 끊어지던 상황과 비슷합니다.
명맥이 끊어지고, 수도원의 가세가 기울게 되자, 수도원의 맥주 양조 비법이 세속의 양조장에 팔려가게 됩니다. 이렇게 세속에 전파된 맥주를 에비 에일 (Abbey Ale)이라고 합니다. 에비(Abbey)가 수도원이라는 뜻인데, 일반 맥주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들면서 수도원을 사칭하기 시작한 것이죠. 또한 항상 그러하듯 이러한 어수선한 사회에서 수도원의 레시피와는 별도로 일명 짝퉁 저질 맥주가 수도원 맥주로 둔갑하여 활개를 치게 됩니다.
국제 트라피스트 협회(The International Trappist Association)의 설립
이렇게 짝퉁 맥주가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을 참지 못한 수도원 8곳이 모여 국제 트라피스트 협회를 출범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벨기에 6곳, 네덜란드 1곳, 독일 1곳이었으며, 최근까지 11곳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리곤 아래와 같은 규율을 정하고 이 규율에 맞게 생산한 맥주만 트라피스트 맥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트라피스트 에일은 트라피스트 수도원 담장 안에서 수도자의 철저한 관리하에서 양조되어야만 한다.
트라피스트 에일의 상업적 목적은 이윤 창출과 무관해야 한다.
트라피스트 에일의 상업적 방침은 오직 수도원에만 달려 있다.
양조장에서의 모든 일은 반드시 수도생활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며, 상업적인 모든 행위는 차선으로 한다.
첫 번째 규율 때문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합니다. 대규모 제조 설비를 수도원 안에 갖출 수가 없으며 트라피스트 수도사가 양조를 해야 하므로 일손 또한 부족합니다. 전 세계의 맥주 덕후들이 한번 맛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수도원의 양조사는 5명 내외밖에 안 되는 상황입니다.
또한, 두 번째 규율은 비영리를 뜻합니다. 상업 맥주 양조장이 추구할 수 없는 목표입니다. 위와 같은 규율을 모두 만족한다면 아래와 같은 로고를 맥주에 부착할 수 있습니다.
위에 열거한 11개의 맥주에 이 로고가 붙어 있습니다.
얼마나 비싼가?
와인에 비하면 그리 비싸지도 않습니다. 750ml 기준으로 2~3만 원 내외입니다. 위의 표에서 국내 구매 0으로 표기한 맥주의 가격대입니다. 하지만 유독 비싼 트라피스트 맥주가 있지요. 바로 베스트플레이터런(Westvleteren)입니다.
이 맥주는 라벨도 없습니다. 간장병이라고 불립니다. 병뚜껑에 상표가 기재되어 있으며, 병뚜껑의 색상으로 라인업을 구분합니다. 재작년에 24병이 수입되었는데 가격이 8만 원이었습니다. 현재는 5만 8천 원에 파는 곳이 있다는데 가보진 않았습니다.
왜 비싼가?
왜 트라피스트 에일은 비쌀까요?
물론 소량 생산과 희소성이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또한 유래와 명분, 그리고 고급진 이미지 또한 한몫을 했다고 보고요. 맥주 덕후 사이에는 저 11개의 트라피스트(물론 그 안에도 여러 라인업이 있지만) 맥주를 모두 마셔봐야 진정한 맥주 덕후라고 불릴 수 있다고 자부한다고 합니다.
트라피스트 맥주는 어떤 맥주?
그렇다면 트라피스트 맥주는 어떤 맥주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그냥 한번쯤 마셔봐야 할 맥주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도수의 맥주라서 데일리 비어로 마시기는 무리가 있으며, 향과 목 넘김 또한 진하기 때문에 여름에 마시기도 부적합합니다. 추운 겨울에 아후 나는 이거 먹으니까 차가운 도시의 맥주 덕후야 하고 자위하는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듀벨과 같이 보리향이 진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트라피스트는 스타일의 종류가 아니며, 스타일로 따지자면 듀벨(스타일 이름)이나 트리펠, 쿼드루펠 혹은 에비 에일로 구분됩니다. 유사한 스타일로는 벨지엔 스트롱 에일인 듀벨이 있습니다.
마치며...
가장 호화로운 맥주인 트라피스트 맥주를 알아보았습니다. 누군가 이런 맥주를 선물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원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조심하세요
다음번에는 트라피스트 맥주 시음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비싸네요... ㅎㅎㅎ 근데 정말 맛이 궁금하긴 합니다.
인생에 딱 한번은 드셔보세요~ ㅋ 요샌 롯데마트에 라 트라페나 오르발, 쥔더르트 은근 많이 깔려 있습니다. 작은병(330ml) 짜리가 제일 싼게 6천원대입니다; 스벅 커피라고 생각하시고 한잔 쭈욱~!
안그래도 마트 주류코너에 한놈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한 번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한병하세요~ 겨울이 제철입니다. ㅋ
이런 비싼 맥주가 있었군요
맛이 궁금하네요 ㅋㅋ
롯데마트에 가보세요. 이제 눈에 딱 들어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