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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in #kr7 years ago (edited)

남자입장에서 몇 가지 변명을 해보자면... 사실 남자들이 여성사원들에게 혼을 내야하는 시점에서 그렇지 않은 경향이 많은 것은 여자들을 한심하게 보는데서 기인한다기 보다는 한국사회에 깊이 인식된 '남자는 여자를 지켜줘야한다'거나 '남자가 되서 ~~하게' 라는 생각에서 기인된 것이 더 크다고봅니다.

전 군복무시절에 정말 빡세기로 유명했습니다. 옷차림새부터 시작해서, 침구류 각잡기, 군가 암기, 중대청소상태, 선후임간의 예절 등등 그야말로 칼각이 잡히지 않으면 안되는 FM중시자였습니다.

그 외에도 대부분 제가 속해있던 바운더리 내에선 원칙주의자로, 빡빡한 사람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딱 하나 약한 부분은 여성에겐 화를 잘 내지 못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냥 조용조용 적당히 타이르고 넘어가는 정도였지요.

어릴적부터 부모님은 친척여동생들을 만나 뭘 사러갈때든, 여자인 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올때든 간에 항상 배려하고 상냥히 대하길 바라셨습니다.

그런 가정교육과 함께 학교에선 도덕이나 기술가정시간에 항상 남자는 울지않아야 한다거나 여자를 지켜야한다는 강인한 인식이 심어졌으니 제가 여성에게 남성들을 대할때와 같이 고함을지른다거나 얼차려를 준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사실 이런 인식또한 여성을 약자로 본다는 비판이 있지만 생물학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는데다 이미 이런 교육을 태어나 2~30년간 받아온 남성들로서는 일면 억울함도 있습니다 ㅠ

아마 그런 이유에서 여성사원을 크게 혼내는 것이 좀 망설여지지 않은가 싶습니다. 물론 뒤에가서 수군대는 사람들이야 있을텝니다 어디 그런사람이 한 둘일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런 인식또한 있다는 변명을 좀 해보았습니다 ㅎㅎ

그런데 사실 변명에서 한걸음 더 가보자면, 또 남자입장에서만 그런 것도 아닌듯 한것이 여자선배들은 또 제게 그렇게 혼을 내진 않더군요. 거의 대부분 남자 선배들은 남자 후배들의 기강을, 여자 선배들은 여자 후배들의 기강을 잡는 문화가 많았습니다.

그외에 혼내는 것은 거의 각 부나 팀의 '장'들이 단체를 혼낸다거나 자기 소속부하를 혼내는 개념이었구요. 솔직히 면대면으로 붙을때 동성이 편한것은 사실입니다.

얼마전에 제가 말했던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에서 배두나씨 역할인 한여진 경위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말하는 여자들은 본인들이 상대를 대할때 항상 그런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저는 이 말에 공감합니다. 요즘 남녀갈등 문제가 너무 격화되어 강남역 시위자들이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해야함' 을 부르짖고 있는 이 시점에서 , 우리가 남녀를 떠나 각자 삶을 살아갈때 견지하는 시선을 재고해보지 못함을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라는 말에 대한 제 반박과 생각또한 이런 관점에서 보았구요. 말씀하신 후배님이 만약 해피님의 이런 마음을 이해한다면 더 발전하겠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만의 씨앗을 품게된다면 그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드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 생각을 공유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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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남자들을 비난하려던 것도 사회적 환경을 문제삼으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성들이 남자와는 다른 신체적 능력, 육아라는 책임과 역할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배려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진숏님이 처음에 말씀 하신 건 그런 범주에 속하는 거겠지요.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자라온 환경 그런 것들이 모두 사회적 역할을 만드는 거라는데 동의합니다. 단지 저는 오늘 그 후배의 마음가짐을 탓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임무수행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데에 있으니 그것을 남자 선배든 여자 선배든 누군가는 알려 주어야 하는데 밑에 신나라 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남성의 행동은 개인적으로 평가되는데 여성의 행동은 일반화되기 쉬워 한 개인의 행동이 '여자들은 다 그래'로 평가되기 쉽기때문에 여자들이 같은 성에게 더욱 혹독하게 대하기 쉽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마진숏님의 말씀도 충분히 일리가 있고, 아마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적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만약 마진숏님의 여자후배가 기본도 되어 있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면 마진숏님도 그 후배의 개인적인 성향으로 문제를 돌리실 것인지, 역시 여자 사원과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아라는 선입견이 생기지 않을 거라 자신하실 수 있는지 한번 묻고 싶어집니다. 출산휴가를 가서 공석이 생기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남자는 역시 여자랑 일하는 건 힘들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되고 다음번에는 여자랑 팀을 하는 것을 꺼려 하기 쉽기 때문에 여자들은 자신에게 더욱 혹독해 지고, 같은 여성에게도 자신과 같이 될 것을 강요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어쨌든 제 글에 여태껏 달아 주신 댓글중에 가장 심도깊고 긴 장문의 답글이라 감동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ㅎㅎ 전 해피워크님께서 남자를 비난하려거나 사회적 환경을 문제삼으신다는 의미로 한것은 아닙니다! ㅎㅎ 사실 글과 연관이 크게 있는 댓글이라기 보단 중간에 잠깐 나온 남자이야기에 대해 변명같이 쓰던게 길어진 것인데 오해가 있을 수 있겠네요. 혹여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해피님께서 올리신 글의 주된 목적이 그 후배의 마음가짐에 관한 글이란 것은 알았습니다. 해피님이나 신난다님 말씀에도 전적으로 공감을 하는 바이구요. 저또한 말씀드렸듯 후임들에게 엄격한 선배였기에 저런 안이한 마음가짐들을 가진 후배들에게 거침없는 쓴소리를 날립니다.

다만, 한편으로 남녀를 강약으로 구분지어둔 한국사회의 오랜 교육끝에 여성인 후배를 혹독히 대하기 어려운 처지도 있음을 변명식으로 한 것이구요 ㅎㅎ 저같은 경우엔 여자 후배가 잘못했을때 이번 해피님같이 여자 선배들이 나서준 경우들에 감사함을 느낀적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그건 제가 혼내는것을 떠민 잘못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마진숏님도 그 후배의 개인적인 성향으로 문제를 돌리실 것인지, 역시 여자 사원과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아라는 선입견이 생기지 않을 거라 자신하실 수 있는지 한번 묻고 싶어집니다'

라는 물음에 전 확실하게 답해드릴수 있습니다ㅎㅎ 전 일하는데 있어서 여자니 남자니 하는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건 있겠죠, 뭐 물통가는건 남자가 해줄수 있지~, 무거운 서류는 내가 먼저 들어줄 수 있지~ 이런 생각이요.

하지만 개인적인 마음가짐이 잘못된 것을 '여자니까' 라는 선입견으로 받아들이진 않습니다. 전 솔직히 이런 선입견을 안갖을 수 있냐고 묻는 것 자체가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지금 나이가 50줄을 넘어가는 세대야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청년세대에 있다고 생각하는 저는 애초에 여성들이 그런 남성들에게 그런 선입견이 없냐고 묻는 것에 대해 좀 과한것이 아닐까라고 까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성인이되고나서부터 지금껏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해오면서 맹세컨데 단 한번도 '여자랑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아' 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걸로 고민한다는 것 자체도 생각해본 적이 없구요. 오히려 남녀 누구든 제대로 일 못하는 사람들에겐 한 마디 쏘아붙이고 다음에 일을 같이 안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런식으로 사람들을 대했습니다.

그리고 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려는 여성을 싫어한 적은 있어도 출산이나 생리 등으로 공석을 만든다거나 무슨 일에 동참하지 못하는 여성을 싫어한 적도 단한번 없습니다.. 제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어머니도 워킹맘이셨기 때문에 제가 그런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는 행동일텐데 제가 그럴이유가 어디있을까요 ㅎㅎ

아무래도 너무 사견을 길게 쓴 바람에 뭔가 오해의 소지들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배경을 보신다면 여성비하라던지, 편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 감사합니다 ㅎㅎ


제가 이 댓글들을 남길때 견지하고 있는 생각들이 이 글들에 녹아있습니다.

찢어지는 가난함 속에 피어난 나의 삶과 사상
워킹맘에 대한 단상과 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