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친구들은 재학 시절엔 만나는 게 그리 쉬웠는데, 30대가 된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다 친구 한 명이 해외로 긴 여행을 떠났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음'이라는 상황의 애절함에, 돌아오면 셋이 하루 꼭 붙어 있고 싶어 단양으로 1박 2일 여행을 밀어붙였습니다.
30대 각자의 바쁜 일상에서 우리의 여행은, 자연스럽게 어디로 갈까? 가 아닌 언제 갈까? 가 우선순위였습니다.
날짜를 정한 후에는 어디를 갈까? 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 조건 중 하나였습니다.
처음 이야기 나온 곳은 1. 경북 청송 2. 강원도 양양 3. 강원도 삼척 4. 충북 단양 인데 자연스레 가장 가까운 충북 단양으로 여행지는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편 회사 복지 찬스로 충북 단양에 대명리조트 숙박에 응모해달라고 했는데, 다행히도 당첨되었습니다.
이렇게 날짜와 숙박을 결정하고 여행 코앞까지 저희는 각자의 삶에 충실했습니다.
여행 날 코 앞까지... 만날 시간조차 정하지 않은 채로!
그러다 부랴부랴 한 블로그에서 나온 일정 +a로 일정을 조합했습니다.
최종 결정된 스케줄은 아래와 같습니다.
(고수동굴과 카페 산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수양개빛터널은 조명덕후 친구에게 매우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만나서 떠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약속의 날, 저희는 셋의 중간 지점인 강변역에서 만나 자동차로 이동했습니다.
차에서 수다의 장을 열고 휴게소에서 음식을 나눠먹으니 어느새 단양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일정은 바로 도담삼봉...!
'1. 도담삼봉(쏘쏘)
도착했으니 인증샷.
(친구들의 초상권을 생각해서 얼굴에 스티커 붙여줬습니다.)
도담삼봉은 겨울이라 그런지 물도 좀 빠져있고... 생각보다 소박했습니다.
나름 즐긴다고 귀여운 포즈들로 사진을 남기고 밥을 먹으러 바로 이동했습니다.
(그다지 배고프지 않더라도, 밥시간에는 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됩니다.)
'2. 돌집식당(쏘쏘)
유명하다는 돌집 식당의 마늘정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와. 마늘로 이렇게 다양한 반찬을 낼 수 있다니...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마늘 1-a 소스, 마늘 2-b 소스, 마늘 3-c 소스, 마늘 4-d 소스, 마늘 5-e 소스 이런 반찬들이 좀 많습니다...
약간 날로 먹는 느낌.
저 같은 어린이 입맛에 먹을 건 떡갈비와 보쌈뿐...
그래도 고기를 먹었으니 든든한 배를 부여잡고 고수동굴로 이동했습니다.
'3. 고수동굴(강추)
(고수동굴 입장 전 트릭아트에서 제가 요청한 자세를 잘 취하는 친구. 참 착합니다)
고수동굴은 처음 단양의 첫인상을 남겨준 도담삼봉의 소박함처럼, 막연히 비슷한 인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했습니다.
저희는 왜 동굴을 이지 모드로 생각했을까요...?
저희가 동굴에 거의 끝이구나 싶던 곳은 시작이었고, 맞은편 반대 방향 출구로 향해가는 아저씨의 안도감 넘치는 반응은 왜였는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굴 신기해 까르륵 멋져멋져 외치며 신나했습니다.
아름다운 동굴 내부...
앞으로... 앞으로... 위로.. 위로... 일방향 전진...
점점 더 안쪽으로...
점차 혼미한 정신 상태...
저희는 50분 동안 등산 비슷한 것 을 했습니다. 저는 솔비처럼 산 아래에서 밥만 먹고 내려오는 스타일인데 당황스러웠습니다.
길은 점점 험난해지고 올라간 만큼, 가파른 나선계단을 내려와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괜찮아? 조심해!라고 서로의 안위를 챙겼고, 저도 중학교 시절 극기훈련이 생각났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들이 여기저기 넘쳐났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아래를 보고 무서워할 정도.
(일정에 스카이워크를 넣을까 했는데, 이게 스카이워크라는 친구의 말은 정말 절묘했습니다. 비슷하긴 했지...)
내리막에서 롱패딩을 입고 온 친구는 동굴 바닥과 철제 계단을 옷자락으로 청소했고, 우리는 청소 아르바이트비를 받아야 마땅할 정도.
(왜 블로그에서는 이 동굴의 난이도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은 걸까요!? 나만 당할 수 없다! 인 건지, 남들에겐 그게 별거 아닌 건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 인지...)
동굴을 나온 저희는 지쳐있었지만 '헤헤 신기한 경험이었어', '동굴은 험난한 거구나' 하며 '카페산'으로 이동했습니다.
일정의 하드모드가 그대로 지속될 줄은, 비명 지르며 결속을 다지게 해줄 이벤트가 또 발생할 줄 이때는 몰랐습니다.
카페산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곳 옆, 즉 높은 곳에 있었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차 한대 지나갈 정도의 폭인데 올라가는 차는 우리 하나, 반대편 내려가는 차는 계속해서 나타나는 상황. 게다가 우리가 바깥쪽...옆은 점점 낭떠러지로 변해갔습니다.
운전을 하는 친구는 처음엔 이정도야!했지만 점점 부담스러워 하는게 뒷 좌석까지 느껴졌습니다.우리 되돌아갈까...? 했지만 후진조차 수 없는 상황. 전진만이 가능했습니다.
도대체 왜 끝이 없는 걸까?이제 그만...싶을 때 맞은편에 또 다시 차 한대가 내려옵니다.
그 차는 우리 보고 옆에 더 붙으라고 했는데, 우리 옆은 이제 절벽이었습니다!
그 놈은 자기차 긁힌다고 투덜거리는데 저희는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차 안은 비명과 흐느낌, 무서워! 가 공존했습니다.
결국 공포스런 분위기 속에서 '여기 오자고 한 거 누구야!'가 나와버렸습니다.
일정을 기획한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제발...제발... 카페산아, 아름다워야 한다'만 속으로 되뇌며 입을 다물었습니다.
올라가는건 거지 같았지만 위에서 내려다 본 전망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우리는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올라온 거야!'라고 친구들을 독려했습니다
'4. 카페산(강추)
다행히도 분위기 있는 사진들을 남기며 카페산의 기억은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고, 다시는 오지않을테니 눈에 잘 담아두고 이제 다음 코스인 수양개빛터널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서 디자이너&조명덕후 속성을 가진 친구는 흥분했고, 덕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전 이해 못 했습니다. 조명의 가격을 얘기할 때만 알아 들었습니다. 돈과 유지비가 많이 드는 곳... 아름답지만 개인은 절대 운영할 수 없는 곳.
'5. 수양개빛터널(추천)
여기서 친구의 초능력 소녀 등장! 사진도 남기고
분위기 있는 사진도 찍으며 신나게 놀다 보니 해는 훌쩍 저버려 밥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저녁과 술안주 구매를 위해 단양구경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6. 단양구경시장(굳)
일단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어묵을 촵촵 먹고 마늘순대, 누룽지 닭강정을 샀습니다.
지나가다 보니 떡갈비집에서 '떡갈비 사면 트릭아트 체험관 공짜!'인 곳 이 있었는데 입구가 들어가고 나오기 힘듭니다.
저 경사가 맘에드는지 친구 한 명이 여기선 찍어줘! 하며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의외로 고된 하루 일정을 마치고 단양 대명리조트로 갔습니다.
늦게 가서인지 뷰는 꽝인 곳을 배정받았지만 방은 좋았습니다. 저희 집보다 넓었습니다.
그리고 술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셋이 나오는 셀프 사진을 찍기 위해 저는 발만 등장)
이후 전 노래방 가자~!를 외치고 20분 후 과음으로 인해 토하고 쓰러졌습니다.
친구 하나는 술에 취해 7인분의 베개와 이불을 다 꺼내 놓았습니다. 제일 술 버릇이 무서운 친구는 다행히 술에 취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 시절의 순수(?) 함을 떠올리며 서로의 낯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들과의 짧지만 알찼던 1박 2일 여행
바쁜 봄과 여름이 지나면 또 함께 떠나려고해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진짜 재밌었겠어요
원래 여행떠나기 전에 준비할때 그 설렘도♥♥
완전부럽습니다
자주보기 힘든, 친한 친구들과 함께가는 여행은 더욱 특별한 의미였어요 :)
좋은 사진과 글 잘봣어요 보팅하구 가요😁